언어마다 보는 세계가 다르다 : 위키피디아 활용하기

in #kr6 years ago

'위키피디아'의 항목을 보면 해당 언어권의 전반적인 정서를 알 수 있다. 가령 '시간' 항목을 소개하는 방식을 보면, 영어는 시간 단위(시간 이해에 별로 쓸데없는)를 잔뜩 나열하는 데서 시작하고, 프랑스어는 어원을 소개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정의하면서 시작하고, 독일어는 시공간 차원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아인슈타인 때문인 듯).

그래서 서양에서 '시간'의 어원이 무엇인지 알려면 '영어'나 '독일어'가 아니라 '프랑스어' 위키피디아를 이용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서양에서 '시간'의 어원은 '절단하다, 자르다, 나누다'이며, 더 정확히는 "시간의 흐름을 유한한 요소들로 나누다"이다.

이를 소개하고 있는 프랑스 위키피디아의 temps(시간) 항목은 다음과 같다.

"Le mot temps provient du latin tempus, de la même racine que grec τεμνεῖν, temnein, couper, qui fait référence à une division du flot du temps en éléments finis. Temples (templum) dérive également de cette racine et en est la correspondance spatiale (le templum initial est la division de l’espace du ciel ou du sol en secteurs par les augures). Enfin, « atome » (insécable), du grec ἄτομος (non coupé, indivisible) dérive également de la même racine." (from Wikipedia French)

이걸 구글번역을 돌려 영어로 번역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내가 조금 손본 번역이다. (Google translation into English with my correct.)

"The word temps (time) comes from the Latin tempus, from the same root as Greek τεμνεῖν, temnein, cut, which refers to a division of the flow of time into finite elements. Temples (templum) also derives from this root and is the spatial correspondence of it (initial templum is dividing the space of the sky or ground into sectors by omens). Finally, "atom" (indivisible), from the Greek ἄτομος (uncut, indivisible), also derives from the same root."

조언: 궁금한 게 있으면 영어로만 찾지 말고 구글 번역을 통해서 다른 언어(즉 관점)에서 어떤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지 함께 알아 보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 아래는 위에 서술한 것과 같은 취지로 조사한 내용을 책을 쓸 때 활용한 것입니다.

위키백과 ‘학습’ 항목의 몇몇 외국어 정의들이 더 흥미롭습니다. 가끔 이런 짓을 하곤 하는데, 각 나라의 특징이 엿보여서 참 재미있어요.

<영어>

"학습 learning 은 경험의 유형 및 범위와 관련해서 정보, 지식의 깊이, 태도, 또는 행동을 종합하는 잠재적 변화를 낳는 새로운 지식, 행동들, 재주들, 가치들, 또는 선호들을 획득하거나 기존의 그것들을 수정하고 강화하는 행위이다."

<프랑스어>

"학습 apprentissage 은 하는 법, 지식 또는 앎을 획득하게 하는 메커니즘들의 집합이다."

<독일어>

"학습Lernen은 새로운 능력의 의도적인 (의도 학습) 그리고 부수적인 (우연 학습) 획득을 뜻한다. 학습의 성장은 정신적, 육체적, 성격적, 사회적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다. 학습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학습은 경험이나 새로 얻은 통찰 그리고 이해(환경에 대한 개선된 지각이나 자신의 충동에 대한 자각)에 근거해서 태도, 생각, 또는 느낌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변화 과정으로 파악된다. "

영어 정의에는 정보, 지식의 깊이, 가치, 선호 등 그 자체로는 관찰되지 않는 인지 및 가치의 측면도 포함되어 있어요. 프랑스어 정의에는 ‘하는 법savoir-faire’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고요. 독일어 정의는 의도 학습과 우연 학습을 제일 앞에서 구별한 게 눈에 띄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네요. 영어권 특유의 나열식, 프랑스 특유의 잘난 체, 독일 특유의 무뚝뚝함이 보이지 않나요?

-- 김재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동아시아, 2017, 312~313쪽.


이상은 @armdown ('아름다운') 철학자였습니다. 계속해서 흥미로운 내용을 접하고 싶다면 스팀잇 사랑 3종세트('팔로', '보팅', '리스팀')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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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한계가 있어서 이런 방법을 생각해보지 못 했는데 한번 시도해 봐야 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잘난체 문장 스타일이 마음에 쏙 듭니다.

@armdown.. let's support each other, I support you, you support me, because steemit should be helpful
@ris. (BUSY ACEH)

흥미롭네요. 저도 미국에서 공부할 때 배운 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려면 영어를 잘하는 거에 앞서 논리와 전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거였어요.
이런 내재적, 문화적 부분까지 반영을 하려면 번역이나 통역이 참 지난한 일인 것 같습니다.

와... 이렇게 공부하는 법이 있군요 ^^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이런 방법도 있네요. 알아두면 글이 풍성해질 수도 있겠네요.

독일어 해석이 마음에 드네요. 이런 방식으로도 공부해봐야겠습니다.

이런 방법이 있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렇게 공부하시는 분들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ㅠㅠ

어떤 개념의 여러 나라 버전을 살펴보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이군요.^^

새로움을 알아가는 것에 파 묻혀 살아보고 싶습니다. ^^

영어는 강가에 있는 조약돌과 같고 프랑스어는 하늘에 뜬 구름과 같다고 하죠?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미국/프랑스 근대 과학 동향도 언어만큼이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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