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뵈프 부르기뇽, 내 영혼의 양식

in #kr7 years ago (edited)

U5drcAWuvgpuUrTyB6eTpV8dBYG6KsG_1680x8400.jpg

서른 넘어 더듬더듬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를 하면서 나는 삼투와 길항을 통해 없던 맛이 새로 생겨나는 것을 경험했다. 경이로웠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재료가 하는 일이었다. 나는 다만 재료들이 맛을 낼 수 있게 판을 깔아 주었다.

내 영혼의 음식

'뵈프 부르기뇽'은 나의 소울푸드다. 웃기는 소리라는 것을 나도 안다. 한국 중소도시에서 태어나서, 프랑스라고는 신혼여행으로 잠시 다녀온 것이 전부인 주제에, 프랑스 음식이 소울푸드라고 하고 앉았으니.

나는 6개월 전에 스스로 뵈프 부르기뇽을 만들어 먹었다. 뜨끈하고 진한 국물은 내 입과 목구멍, 식도를 따라 흐르고 흘러 내 위장으로, 내 영혼으로 스며들었다. 육즙과 끓인 와인이 뒤섞인 국물을 삼키면서 나는 위로받았다.

다음은 칼표 뵈프 부르기뇽을 만드는 법이다. 오리지널과는 조금 다르다. 그러니까 사실은 야매 뵈프 부르기뇽인 것이다. 과정은 단순한데 맛은 훌륭하다. 나 같은 요리 초보도 쉽게 할 수 있다.

준비물

와인 1병(750ml), 소고기 부채살 1kg, 양파 2개, 당근 2개, 양송이버섯 500g, 베이컨 200g, 밀가루 1큰술, 올리브유 6큰술 + 큰 웍(Wok)
우리 동네 코스트코 부채살이 싸서 부채살을 쓴다. 사태로 하는 게 오리지널이다. 사태를 쓰면 더 맛있기는 하다. 부채살로 해도 충분히 맛있다. 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면 고기에 와인향이 더 골고루 밴다. 스테이크용 고기 그대로 조리해도 상관없다. 오래 익힌 고기가 부드러워 숟가락만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대신 국물을 잘 찍어 먹어야 한다.

요리법

  • 양파를 잘게, 당근을 큼직하게 썬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80315_005534291.jpg
    저 허접스러운 칼질을 보면 요리 초보라는 내 말이 결코 겸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빈 웍을 뜨겁게 데운다. 충분이 데워지면 올리브유 6큰술을 붓는다. 더 데운다.

  • 연기가 날 정도로 웍이 뜨거워지면 고기를 넣는다. 색이 나게 양면을 지진다.

  • 양파와 당근을 넣고 밀가루 1큰술을 넣고 잘 섞는다. 5분 정도 더 익힌다.

  • 와인 1병을 붓고 물 300ml 붓는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80315_005533142.jpg

  • 2시간 끓인다. 매우 중요함!!! 선호하는 맛에 따라 끓이는 법이 다르다!!!
    깔끔한 맛 : 센 불로 한소끔 끓인다. 고기국물이 끓어오르다가 사라지고 와인 빛깔이 올라오면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는다.
    진한 맛 : 처음부터 뚜껑을 닫고 뭉근한 불로 끓인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80315_005532108.jpg

  • 기다리면서 양송이와 베이컨을 준비한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80315_005532482.jpg

  • 2시간이 지나면 양송이와 베이컨을 넣고 30분 더 끓인다.

  • 기호에 따라 소금, 후추로 간한다.

  • 먹는다.

결과물

깔끔한 뵈프 부르기뇽
크기변환_KakaoTalk_20180315_001115357.jpg

진한 뵈프 부르기뇽
크기변환_KakaoTalk_20180315_005531746.jpg
실제로 보면 두 뵈프 부르기뇽 국물 색이 꽤 다르다. 깔끔한 쪽은 와인빛이 나고, 진한 쪽은 사골국처럼 뿌옇다.

Sort:  

와인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을거같아요!

와인하고는 안 먹어봤는데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크 맛잇겠는데요ㅜㅜ
맛잇는게 소울푸드 맞죠 암요! 저는 소울푸드가 삼겹살입니다ㅎㅎ

오오 삼겹살. 삼겹살은 한국 모두의 소울푸드 아닙니꽈! 오늘 비도 오는데 삼겹살 말씀하시니 혹하네요 ㅋㅋ

다른 양념없이 와인이랑 올리유만 넣네요? 무슨맛일지 궁금하네요.ㅋㅋ

고깃국물의 맛에 끓인 와인맛이 섞여서 진한 맛이 납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맛있어요 ㅋㅋ

형아는 오늘도 짱이네요.
사태가 육향이 더 많이 나지요. 사태가 더 싸지 않아요? 수입육은 다른가.

동네 코스트코에 부채살은 미국산 초이스 등급을, 사태는 한우 1등급을 팔아서 울며겨자먹기로 ㅋㅋㅋㅋ

와 요리까지 잘하시구 멋있으십니다. 사스가 잘 벼린 칼님이시군요!

저... 진짜 제가 겸양 떠는 게 아니라... 정말로 아닙니다. 저기 저거 양파 썰어놓은 거 좀 보세요. 솔직히 음식 사진만 봐서는 맛 없어 보이잖아요 ㅋㅋ 물론 제 요리의 특징이 보기보다는 맛있다는 것입니다마는... 아무튼... 요리 잘하고 싶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5
JST 0.029
BTC 61199.00
ETH 2393.68
USDT 1.00
SBD 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