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키스
그가 나에게 키스했다. 그 입맞춤은 뽀뽀가 아니라 키스라 불러 마땅했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내게 다가와 내 볼과 입술을 베어 물듯 빨아들였다. 그가 키스하고 떠난 자리, 그러니까 내 얼굴에는 흥건한 침과 콧물이 남았다.
작은놈의 입맞춤을 드디어 받았다. 나는 우리 집안을 통틀어서 작은놈의 애정 순위 넘버 포다. 넘버 쓰리도 아니고 넘버 포다. 어쩌면 넘버 파이브일지도 모른다. 부동의 1위는 아내, 2위는 장모님이다. 장인어른이 3이며, 아빠인 나는 4위다. 4위 자리마저 위태롭다. 종종 형님(처형의 남편)에 밀리기 때문이다.
작은놈의 애정 순위는, 놈이 누구 품으로 오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 아내가 안고 있을 때 작은놈에게 내가 “OO아 이리 와”라고 하면, 작은놈은 고개를 내 반대쪽으로 홱 돌리고 제 엄마를 꼭 안는다. 반대로 내가 작은놈을 안고 있을 때 아내가 나타나면, 작은놈은 양팔을 아내를 향해 뻗고 그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면서 버둥댄다. 아내가 “OO아 이리 와”라고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언젠가 작은놈은 내가 안고 있을 때 “OO아 이리 와”라고 말하는 형님을 향해 몸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킴으로써 내게 굴욕감과 좌절감을 안기기도 하였다.
다 회사 탓이다. 나는 보통 오후 7시쯤 회사에서 나온다. 집에 도착하면 오후 8시쯤 된다. 그러면 십중팔구 작은놈은 잔다. 짧고 통통한 팔다리를 대자로 뻗은 채.
내가 작은놈과 교감할 수 있는 것은 일주일 중에 한 이틀쯤 되는 것이다. 그마저 주말 출근이 낀 주에는 하루로 끝나고 만다. 세상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작은놈이 뽀뽀를 시작했다는 풍문을 얼마 전 전해 들었다. 아내와 장모님은 작은놈의 입맞춤을 당했다고 은연중에 자랑하였다. “어휴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뽀뽀한다니까”라고 아내가 말했다. 좋으면서 싫은 척 하기는. 장모님은 “자다가 말고 내 입을 찾아서 뽀뽀를 해”라고 하셨다. 질투가 났다.
2018년 8월 18일은 쉬는 날이었다. 나는 작은놈을 안고 “OO아 아빠 뽀뽀”라고 기회가 날 때마다, 셀 수도 없이 말했다. 그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다. 작은놈은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엄마가 나타나면, 자기를 그만 놓아달라고, 엄마한테 보내 달라고 으앙, 울어버렸다. 매정하고 냉정한 놈이었다.
나는 이튿날도 쉬었다. 나는 혼자서도 잘 노는 큰놈을, 주중에 그래도 꽤 시간을 보내는 큰놈을 아내에게 맡겼다. 나는 작은놈만 안고 밖으로 나왔다. 5단지 놀이터, 녹지, 5단지 작은 놀이터, 녹지를 전전했다. 4단지 놀이터에서 나무말을 태우고 나뭇잎을 만지게 하고 같이 놀다가 3단지 놀이터로 가려고 나왔다.
3단지 놀이터로 가는 길목에서 갑자기 놈이 내 왼쪽 볼로 달려들었다. 차고 축축한 것이 닿았다. 놈이 뽀뽀, 아니 키스한 것이다. 내 뺨이 녀석의침과 콧물로 범벅이 됐다. 내가 “어, OO아 으하하”하는데 이번엔 입이 차고 축축해졌다. 놈이 내 입을 덮친 것이다. 녀석은 다시 왼쪽 볼, 또 약간 더 왼쪽의 왼쪽 볼 등으로 이동하면서 키스를 퍼부었다.
놀 만큼 놀고 녀석을 재우려고 침실에 들어갔다. 같이 누워서 뒹굴대는데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는 조금 있다가 나갔다. 보통 그러면 놈은 아내가 나간 쪽을 향해 대성통곡한다. 돌아오라고, 와서 나를 안아달라고 우는 것이다. 그날 녀석은 아내가 나간 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픽, 내 배로 쓰러졌다.
세상을 다 가지셨군요! :)
정말 그 순간의 기쁨은. 아아 아들은 제게 세상을 다 주었는데, 제가 줄 수 있는 건 너무 조금이네요.
아들아 미안하다
아 성취감 ㅋㅋㅋㅋㅋ
아아 뿌듯합니다. 아들아 아빠가 해냈다!
ㅎㅎㅎ 아이들의 뽀뽀를 가장한 키스는....참으로...보들보들....하졉
동시에 질척대기도 했습니다 ㅋㅋ 뭐랄까... 상쾌하지만은 않은 느낌 ㅋㅋ
ㅋㅋㅋ애교와 동반한 질척임은 어쩔수 없는 등가교환의 법칙이졉...ㅋㅋㅋ
오오! 시간투자 대비 성과가 훌륭하네요 ㅋㅋ 역시 남는 건 가족과의 시간인것 같습니당
하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혼을 불태웠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 ㅋㅋ
흐흐... 축하받을 일 맞죠?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ㅋㅋㅋ 감사합니다!
아이의 키스라..... 참 기분 좋으셨겠습니다. ^^
예. 그래도 땀흘린 보람이 있었구나, 녀석과 친해졌구나 싶었어요. 저럴 때 애들은 참 정직하죠. 도의적 반응 따윈 없어요 ㅋ
어른들이 몰라서 그렇지 아주 어릴때의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애가 크면서 꽤나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구요.... 땀은 자주 흘리셔야 할듯 합니다. ^^ ㅋㅋㅋ
ㅋㅋ 사실 제가 아들 안고 걸어다니는 것 좋아한답니다. 얼마나 제 품에 안기려고 하겠느냐는 마음으로 기쁘게 안고 있어요.
게다가 13kg 아들을 안고 다니면 코어 근육 강화에 유산소 운동을 겸할 수 있다는 장점이...?!
금상첨와네요. ㅋㅋㅋㅋㅋ 나이스~~!
축하합니다. 랭킹 상승 기원합니다. 아빠의 존심이 있죠!
ㅋㅋㅋ 아빠 만세입니다! 랭킹 상승은... 흑흑
뽀뽀를 받았다는 데에 만족하겠사옵니다.
오오 작은 아이의 귀여운 사랑을 받으셨군요ㅎㅎㅎ
제 눈에는 첫째와 더불어 세상에서 제일로, 아 아니구나 둘째로 예쁘답니다.
ㅎㅎㅎㅎ 축하드려요 보검님!!! 정말 값진 입맞춤이네요~ ^^
ㅎㅎ 감사합니다. 정말로 값진 뽀뽀, 아니 키스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