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서 네가 생각난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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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날에는 기뻐서, 우울한 날에는 우울해서 샴페인 모엣샹동을 마시고 싶다. 그래서 ‘황제’ 나폴레옹 1세(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승자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자에게는 샴페인이 필요하다”고 한 것일까. 전쟁에서 이겼든, 졌든 샴페인을 마시려고. 코스트코에서 모엣샹동을 볼 때마다 병을 들었다 놨다 하곤 한다. 750㎖ 한 병에 6만원은 적은 돈은 아니니까.

나는 많고 많은 샴페인의 맛을 구분할 만한 미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주제에 유독 모엣샹동을 좋아하는 건 예뻐서일지도 모른다. 초록색 병 몸통 한가운데 샴페인 색 라벨을 붙였다. 라벨에는 정직한 활자로 모엣샹동이라고 새겼다. 그 위에는 금색 왕관을 그려 넣었다. 병의 어깨에서부터 주둥이까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좁아진다. 검은 리본을 병목에 두르고 리본의 접점에 인장과도 같은 새빨간 로고를 박았다. 올록볼록한 금박이 코르크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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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원은 그러나 아예 구매를 불가능하게 할 만한 돈도 아니다. 마시자, 모엣샹동을. 고운 금박을 거침없이 벗긴다. 튀어나가지 않도록 왼손 엄지로 코르크 마개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철사를 푼다. 왼손을 그대로 두고 병의 바닥을 조심스럽게 돌린다. 어느 순간 ‘팡’하면서 코르크 마개가 밀려 나온다. 황홀한 소리다. 나폴레옹 시절에는 칼로 샴페인의 목을 치듯 땄다던가.

샴페인 향이 피어오른다. 연기도 같이 피어오른다. 샴페인 잔에 모엣샹동을 따른다. 황금빛 액체에 녹색 기운이 비친다. 잔의 몸통이 눈높이에 오도록 든다. 춤을 추는 기포를 가만히 바라본다. 어쩌면 이때가 모엣샹동 최고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샴페인이 찰랑대는 잔에 코를 박는다. 과일 향과 꽃 향기가 난다. 한 모금 술을 머금는다. 탄산이 톡톡 터진다. 청량하다. 신선한 산미가 느껴진다. 잔을 비우고도 한동안 기분 좋은 신맛이 입안에 남는다. 승자에게 영광을, 패자에게 위로를 전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맛이다.

돔 페리뇽은 아직 못 먹어봤다. 한 병에 25만원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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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와인을 매우 좋아하는데도, 이만원이 넘는 와인은 못 사먹습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우리는 풍비박산이거든요.ㅋㅋ

우리는 유럽여행을 가면 와인을 병째 나발을 불며 마십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면 몇 만원을 줘야 하는 와인이 엄청 싸잖아요.
너무 좋아서, 많이 먹으려고, 꼭 병나발을 붑니다.ㅋ

아! 그 장면에 함께 하고 싶군요! 지지님 ^^

와인을 병나발 부는 게 그닥 멋은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ㅋ

상상만 해도 심히 멋있게 느껴져요! 소주 병나발, 맥주병나발을 많이 봤지만 와인병나발을 본적도 없고 체험은 더욱 없거든요.
살아있는 동안에 꼭 해보고 싶어요.ㅎ

제 로망 중 하나가 센강에서 와인 병나발 부는 거였는데...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 언젠가 더 늙어서 가면 남 눈치 보지 말고 깡와인 하겠습니다 ㅋㅋ

마시자, 모엣 샹동을. 고운 금박을 거침없이 벗긴다.

이 부분 읽을 때 음란마귀가 잠깐... (앗, 이러다가 다운 보팅 받는 건 아닌지) 어제 kimthewriter님의 소설을 읽었더니 잠깐...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문단의 문장들이 꼭 하루키의 소설처럼 느껴졌어요. 너무 좋습니다. :)

돔 페리뇽은 만화 '은혼'을 보다보면 허구헌날 나오는 이름인데... 꼭 한 번 마셔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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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 노린 부분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가볼까 하다가 품격있는 지금까지의 제 포스팅과 어울이지 않는 듯하여 자기검열 했습니다. 그걸 캐치하시다니

당신은 진정한 음란마귀!

작은 돈은 아니지만 한번 맛보고 싶어지네요.ㅎ

예 특별한 날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술이 아닌가 싶어요

눈 앞에 장면이 그려지고
소리와 미감까지 느껴지는 글이네요.
갑자기 갈증이 납니다.. ㅎㅎ

오옷 감사합니다. 갈증나시면 모엣샹동 한 잔 하시죠. 아 근데 샴페인은 일단 까면 다 비워야해서...

샴페인은 입문도 못해봤는데 궁금합니다.

샴페인을 뭐랄까... 환상적이랄까 호화스럽달까... 휴 이래저래 저랑 안 어울리는 술이네요. 그래도 좋음 ㅋㅋ

돔 페리뇽-스팀 3만원하는날 축하용으로 마련할랍니다.

좋습니다! 저도 3만원찍는 날 돔페리뇽을 터뜨리겠습니다

저한테 돔페이뇽의 기포는 모엣샹동보다 더 작고 덜 따갑게(?) 느껴져요. 그것 외에 차이는.... 가격 밖에 없지 않을까요? ㅎㅎ

그라문 모엣샹동 네병으로 변경할랍니다. ^^ 스팀잇벗님들하고 파티를 해야죠.

저도 개인적으로 찔끔 마시는 것보다 맘껏 마시는걸 선호해서.... ^^

크으 마셔보니 별 거 없더라라니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멋! 가격은...

가격은...... ㅠㅠ 그래도 면세에서 사면 좀 싸더라구요.^^

마지막 글이 인상적입니다..ㅋㅋ 돔페리뇽은 저도 안먹어봤네요
맛이 어떨지 너무 궁금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팔로우 감사합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돔페리뇽 언젠간 먹고 말 거야

돔페리뇽도 스달의 힘으로 구입하실수 있게...
스달 가즈아~

어이쿠 상상만해도 좋네요 가즈앗!!

큽 예전에 재즈밴드 할때 샴페인 가게 오픈했다고 연주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우리 밴드 페이 전체 합친거 보다 비싼 병들이 ㅋㅋㅋ 병 깰까봐 노심초사하면서 끝나고 받은 페이로 소주 먹은 기억이 납니다.

저번에 막걸리도 그렇고 요 샴페인도 그렇고.
참 친해지고 싶은 글입니다.

휴 샴페인 참 좋은데 넘나 비싼 것... 저렴이 샴페인 중에도 괜찮은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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