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접신잡] 미형의 귀신은 없다

in #kr6 years ago (edited)

종종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제법 미형에 때로는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인 경우도 많다만 내가 보아온 대략 수만의 존재 중 그렇게 생긴 자는 없었다.

<주온>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일까, 영화 관람 후 몇주간은 다 토시오나 카야코 닮은 애들만 나왔지만(엔터테이먼트에 불과한 영화 캐릭터들이 나왔다는 점에서 역시 내가 가위눌리며 보아온 것들이 진짜인지 의문이 남는다) 걔네들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고, 그외에 보아온 다른 존재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아마 '더럽다'가 아닐까 싶다.

굳이 표현하자면 먼지가 잔뜩 낀 나방에, 바퀴벌레 알집과 피파 개구리를 섞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여튼 그런 느낌이다.

처음 본 것은 대략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검은 얼굴이 누렇게 뜬 '그녀'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지 모를 물체가 내게 자신의 하반신을 보여주었다.

나는 두 가지 점에서, 그때 보았던 것이 단순한 뇌의 환각이 아니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첫째로 당시에 내가 보았던 그녀의 불수의근은, 누런 구슬(또는 담배 꽁초) 같은 것이 여기저기 박혀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훗날 본 진짜 그것과 모양이 같았다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 5학년이 아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은 거의 보급되지 않았고 야한 동영상이 잔뜩 들어있는 CD가 돈 것도 몇년뒤의 일이다. 즉 나는 그 시점에 어느 루트를 통해서도 그것을 본 적이 없었다.

두번째, 당시 그녀가 내게 제공했던 성적 유희와 귀접에서 느낀 신체적 감각이 훗날 실제 경험했던 것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느꼈냐고 묻는다면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 어렴풋이 떠올리면 황홀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성폭행의 피해자가 만약 오르가즘을 경험할 경우, 그 이후 자기혐오나 수치심이 그저 아픔만을 느꼈을 때보다 훨씬 강하게 찾아오고, 일상생활 복귀도 오히려 더 어렵다는 일부 연구 결과처럼, 끝나고 나서 느낀 감정은 매우 역했다. 민달팽이와 개미가 득실거리는 하수구 관에 자신의 것을 넣은 걸로 비유할 수 있을까.

그저 기묘한 꿈을 꾸었다고만 생각했다만 그날 이후 내 삶은 약간은 변했다.



[귀접신잡 시리즈]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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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억..무서워요...
저는 귀신은 없다고 믿고 살고싶어요 ;ㅅ;

무섭다니 다행입니다 ㅎㅎㅎㅎ 원래 카테고리가 공포이야기라 ㅋㅋㅋ

보통 가위 눌린다고도 하죠...물론 기가 약해지면 겪는현상이기도하지만..저역시 귀신? 을 반에 본적이 있기에...먼가 알수없는 영생이 현세에 있다고는 봅니다

ㅎㅎ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ㅎㅎ 사람의 뇌는 여러 가지 환각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사실 귀신이 득실거리는 끔찍한 유계라고 해도 존재의 소멸보다는 나을지도..

귀접신잡이 귀신과 짝짓기하고 그 신을 때려잡는다는 의미인가요? ㅎ

헉.... 맞습니다;; 아직 때려잡는 파트는 까마득히 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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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흥미진진한데요~ ㅋ

감사합니다 ㅎㅎㅎ

무시무시한 얘기가 전개될 것 같아 불안합니다.

아직 제가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사실 평탄한 장르...

구슬...?ㄷㄷ

어린 시절 기억이라 가물가물 하네요 ㅋㅋㅋ

읔ㅋㅋ 가위 한 번 눌려본적 없는 입장으로 너무너무 무섭습니다!!!

ㅋㅋㅋㅋ 무섭게 읽었다는 댓글이 반갑네용 컨텐츠로의 소임은 다 하고 있는듯해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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