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접신잡 - 서문
위선이 어른의 특징이라면 위악(僞惡)은 어린 아이의 특징이다. 자신이 겪은 경험을 과장스레 이야기 하며 그 폭력성과 선정성을 부풀리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이야기를 쓰는 것 자체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일종의 부풀림, 실은 특별하다는 말을 갈구했던 그 어린 시절의 잔상이 남은 것은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본다(그렇다고 우려라고 말할 것은 없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니까).
얼마 전 추석, 해외에서 귀국한 나는 명절 당일에 늦지 않기 위해 급히 시골로 차를 몰고 가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졸음 쉼터에서 눈을 부쳤다. 눈을 뜨니 얼굴이 보안 사진마냥 먹칠이 된 물체 하나가 날 바라보고 있더라. 나는 물었다.
"왜? 가위라도 누를려고?"
"어!"
그 물체는 시크하게 답하더니 달려들어 내 목을 졸랐고 나는 가위에 눌렸다. 사투 끝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고작 10초가 흘러있을 뿐이었다.
가위눌림에 대한 과학적인 해석 중 하나는, 수면무호흡에 대한 신체의 자가경각이다. 그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환상을 제공해서 수면무호흡 사태에서 사람이 깨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또는 기면증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설도 있다. 나는 과학적 방법론을 충실히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처음 12살부터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대략 5,000회 이상 가위에 눌렸고 그때마다 기이한 현상들을 보았지만 이를 어떤 초현실과 결부지은 적은 없다.
하지만 시골에서 가족과 조우한 뒤, 나 이상으로 오컬트에 회의적인 내 동생과 곰곰히 토의한 결과, 졸음 쉼터에서 겪은 일을 수면무호흡이나 렘 수면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그냥 귀신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현행 지식으로는 보아서는 보다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내가 살면서 겪은 가위 눌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5,000번의 가위눌림에서 공중에 붕붕 떠서 나를 보았다거나, 귀접을 했다거나, 목을 졸렸다거나 두들겨 맞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실제로 정복당했다고 판단한 적은 두세번 정도이다. 특히 한 번은 완전히 결박된 내 입에 붉은 힘줄이 번뜩이는 애벌레 알 같은 것이 강제로 들어올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고무 맛이었다). 약간 중 2병 같은 과장을 섞으면, 공교롭게도 내 성격이 종전과 '단절'이라고 부를만큼 크게 변한 시점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내가 직관적으로 느껴온 것은, 매일 밤 누군가 내 몸을 지속적으로 뺏고 싶어한다는 것이었고, 그게 실패할 때마다 그 도전자들을 내가 먹어치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000마리 이상의 귀신을 먹어치웠다는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소시민적으로 평범하게 사느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
나는 초자연적 현상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전히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래 < 요재지이>의 이야기처럼, 나는 내 공포를 온전히 즐기면서도 이 소스를 셀링하길 희망한다. 나는 법조인이기에 앞서, 무엇이든 팔 수 있는 비즈니스 맨이라고 스스로를 간주하고, 이 정체성을 앞으로도 쭉 즐기고 싶다. 누군가는 귀접 끝에 신내림을 받지만 이변은 귀신 이야기를 써서 푼돈이라도 번다. 그래서 앞으로 이 귀신 이야기를 쭉 써나갈 계획이다.
송정백이 젊었을 때의 일이다. 밤길을 걷던 중 얼굴이 창백하고 눈이 움푹 패인 남자를 만났다. 정백이 그 인상을 괴이하게 여겨 누구냐고 묻자, 그 남자는 본인이 귀신이라고 대답했다. 정백은 태연스레 거짓말로 답했다.
"나도 역시 귀신입니다."
"어디로 가는 길인가?"
"완시(宛市)로 가는 길입니다."
"나도 지금 완시로 가는 중일세."
그들은 함께 몇 리를 걸었다. 귀신이 말했다.
"걸음이 너무 느리니 우리 서로 번갈아 업고 달리면 어떻겠나?"
송정백이 답했다.
"그렇게 합시다."
귀신이 먼저 송정백을 업고 몇 리를 간 뒤 말했다.
"자네는 굉장히 무겁군. 아무래도 귀신이 아닌 것 같아."
정백이 말했다.
"나는 얼마 전 귀신이 되었기 때문에 아직 몸이 무거운 것입니다."
송정백이 귀신을 업었는데 몸이 무척 가벼웠다. 그렇게 몇 번 씩 번갈아 업어 주다가, 정백이 물었다.
"나는 신참 귀신이라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귀신은 무엇을 제일 무서워합니까?"
귀신이 대답했다.
"뜨거운 햇빛과 사람의 침이 제일 무섭지."
작은 내천이 나와 송정백은 귀신을 먼저 건너가게 한 뒤 귀를 기울여 들어 보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송정백이 건너기 시작하자 물소리가 났다. 귀신이 물었다.
"왜 귀신이 건너는데 물소리가 나지?"
"나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대로 건널 줄 모르게 때문입니다. 너무 탓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아침 무렵 완시에 도착했다. 송정백은 귀신을 어깨에다 메고 단단히 움켜쥐었다. 귀신이 소리를 질러 댔다.
"내려줘! 햇빛이 무섭단 말이야!"
송정백은 시장에서 햇빛이 제일 많이 내리쬐는 곳에 귀신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귀신의 얼굴에 침을 뱉자 귀신은 살찐 염소로 변했다. 송정백은 시장의 푸줏간에 살찐 염소를 천오백 냥을 받고 팔아 넘겼다. 당시 석숭이 이 일을 이렇게 평가했다.
"송정백은 귀신을 팔아 돈을 벌었다네."
- 수신기(搜神記)
이 이야기를 쓰는 데에는 재료비가 들지 않을 뿐더러, 다른 글과는 달리 퇴고의 수고가 필요 없으므로 지금껏 써왔던 많은 글들이 그러했듯,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해도 내게 손해볼 것은 없는 셈이다.
저는 어릴때 스스로에게 실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실험이냐면 잠을 자다가 잠들기 직전에 일부러 깨는 것입니다. 스르르 잠들때 일부러 깨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그냥 잠들어 버리는 수도 많았지만 3~4번 성공 한적도 있습니다. 그 증상은 의식이 사라지다가 찬찬히 의식이 돌아옵니다. 그때 몸을 움직여 보는데 분명히 의식은 있는데 몸을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완전히 의식만 있는 송장이지요.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여 보면 움직이지 않다가 시간이 좀 흐르면 조금씩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의 부작용은 움직이려 노력할때 뇌가 저린 듯이 좀 아프다는 것 입니다. 저는 이런게 가위눌림 현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이 둥 떠서 내몸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나더군요^^
가위 눌린 증상과 완전히 일치한데요 ㅋㅋㅋㅋ
근데 저처럼 이상한 잡것들을 보시지는 않았네요
일부러 가위를 눌리실 필요는 없죠
사실 전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편이라 살면서 손해를 좀 본 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역시 재미납니다~ ㅋㅋ 가즈앗!!!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가즈앗~!!!
재밌는 이야기네요.
가위눌림 예전에 저도 많이 했었는데 결혼 이후에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한의사님도 그 이야기를 하더군요 ㅋㅋ 결혼을 하라고
헐... 저는 태어나서 가위라는 걸 단 한번도 눌려본 적이 없어서 가위 눌리는 분들 보면 이해가 잘 안 가기는 합니다. 귀신을 본 적도 없고....
다 뇌의 장난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일단은 좀 재밌게 쓰고자 몇 개 문구를 적었습니다만 큰 틀에서 여전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ㅋㅋㅋ
ㅋㅋㅋㅋ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제가 읽었던 귀신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습니당~
과찬이십니다 ㅎㅎㅎㅎ 이건 별로 쓰는데 노력이 필요하지 않으니 자주 올리겠습니당
ㅎㅎㅎ 잼있네요. 앞으로의 시리즈는 드셨던 귀신?을 하나씩 토해내는 연재인가요.
ㅎㅎㅎㅎ 그렇다면 창작이 되는거고 그냥 겪은 일들 위주로 가겠습니다 ㅋㅋㅋ
잘읽고갑니다. 오늘 가위 눌리려나, ㅋㅋ 팔로우하고 갈게요.
안 눌리는 사람은 영원히 안 눌리더라고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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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엄청 피곤할 때 자면 귓가에 이명이 들리면서
뭔가 빨려가는 느낌? 뒤로 넘가는 느낌?이 들때가 있는데
그러면 정신은 멀쩡한데 몸은 안 움직이더라고요.
어릴때는 그럴때마다 잠에 드는게 엄청 무서웠어요.
귀신은 본적 없는데 그런게 가위눌림인가 싶네요.
저도 지금까지 가위 눌린 적이 없어서 이런 글이나 경험담을 보면 무서워만 합니다
꿈만 많이 꿔도 피곤한데 푹 주무시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훈련소에서도 맨날 졸고 전반적으로 수면질이 나빠서 피해본 사례가 많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