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大二病)의 흔적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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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말고 대2병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가망이 없다고 혀를 끌끌차며 나는 다르게 살겠노라고 말하던 녀석이 있었죠. 친구로서 제가 해주어야 했던 말은, "정신 차려 이 친구야."였을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이 친구와 의기투합해 허구한 날 술로 밤을 지새곤 했습니다. 아마 저와 제 친구가 자주 가던 술집의 사장은 꽤나 얼척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군대도 안 다녀온 어린 남자 둘이서 설익은 철학을 논하며 소리 높여 언쟁하다가 방법론 제시 하나 없이 뜬금 없이 재벌이나 문화 권력이 되겠다고 으쌰으쌰 거렸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저나 그 친구나, 아침마다 지각할까봐 넥타이 붙잡고 불이 나케 뛰어 회사에 출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는 자신이 젊은 날 썼던 글이 부끄럽다고 그러더군요. 자존심 강한 친구의 자조에서 느껴지는 그 참담함이라니. 그 친구보다 제가, 그 친구 때문이 아니라 저 자신 때문에 더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꿈을 꾸어볼 수 있는 나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잠깐 웃자고 저 만화를 올리긴 했지만 이 친구는 아주 멋있는 놈입니다.

보통 대학생들은 태반 이상이 자기 꿈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사회에서 굴러본 뒤에야, 뒤늦게 자기 적성을 찾으며 방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보통은 그마저도 포기합니다. 냉정한 현실 앞에 근거 없는 희망을 고이 접고 쌓아온 시간과 미래에 대한 참혹한 견적서를 발부하죠. 누군가 나이가 먹을수록 술자리가 재미 없어 지는 이유를, 희망과 꿈을 안주로 삼기에 상상력에 제한을 걸어버릴 명백한 근거가 너무나도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이 녀석은 달랐습니다. 그 생각에는 다소 정제되지 않은 구석도 있었을지 모릅니다만 적어도 남이 정해준 기준을 따라가며 살지는 않았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아는 것,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하게 직면하는 것만큼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나는 다르다고 말해도 다 똑같이 사는 게 인생입니다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그것을 얻는 데 자기 시간을 전부 쓰는 사람은 크건 작건 무엇이라도 이룹니다. 이루어 보니 별 거 없다는 말도 이룬 뒤에야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어차피 내려올 산이라고 해도 올라가 본 사람은 느낀 것도,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대2병(大二病)의 흔적...... 그때 그린 큰 그림에 비하면 여전히 이룬 것은 없을지 모릅니다만, 자신이 공언했던대로, 이 친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지독하게 모은 월급으로 비록 작지만 자기 이름으로 된 상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탈락 없이 여전히 젊은 날의 그 꿈 위에 서 있군요. 저와는 매우 다른 캐릭터를 가진 사람입니다만, 존경하며 또한 응원합니다.

한 젊은이에 대한 응원으로써, 십 년도 훨씬 전 이 친구가 썼던 결심을 한 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미래의 제 자녀가 이런 대2병에 걸린다면 저는 퍽 기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미래가 있을까? 글쎄올시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20대는 40살이 되기 전에 10억 모아 은퇴하겠다는 자들이다. 40살이 되기 전에 모은 10억으로 그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 걸까? 10억을 모은 이후에 그들은 무엇을 할 셈인가.

결국 그들은 나고 자라 죽는 순간까지 소비의 주체로만 살겠다는 것 아닌가. 남이 이룬 세계에서 남이 만든 물건만 줄기차게 쓰다 사라질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어른들이다. 어른이 되기도 전에 은퇴하겠다는 자들이 배우는 거라곤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 뿐이다. 나고 자라서 배운 거라곤 알량한 학부지식과 토익, 자격증 뿐인데 뭘 기대하겠는가. 그들에게는 마흔 이후의 미래를 설계할 상상력이 부족하다.

더 한심한 건, 이 사회가 우리 20대들에게 기대하는 게 바로 그런거라는 점이다. 소비, 소비, 소비. 원활한 소비생활을 꿈꾸며 오늘도 우리는 각종 교육상품을 소비한다.

20대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극장에서 꼴랑 영화 한 편을 보면서도 정신적 포만감을 느낀다. 누군가 만들어 제시한 트렌드를 찾아 쫓기 바쁘다. 지난 세대가 이루어 놓은 예술을 감상하며 열광한다.

나는 다르게 살고 싶다.
당당한 주류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생산의 주체가 되고 싶다.
지배력을 가지고 싶다.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
물질로써 그 세계에 방벽을 쌓고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다.

세월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가문'을 이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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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시자마자 읽어보았는데, 긴 밤 성찰하게 되는 시간이 되어 굉장히 의미있었습니다 :) 과연 나는 21살에 무엇을 욕망했었는지, 빛나는 젊음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었는지, 지금은 그때 설정했던 삶의 가치들을 이루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지.

친구 분의 글을 보고서,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그것에 전심전력하는 삶. 그것이 진짜 삶이고, 결코 퇴색될 수 없는 빛"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온전히 존중하는 admljy19님도 그만큼이나 깊이가 있는 것이겠죠. 저는 오늘 친구에게 이 글을 보내봐야겠어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그것에 전심전력하는 삶. 그것이 진짜 삶이고, 결코 퇴색될 수 없는 빛"

좋은 문구입니다. 그만큼의 깊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다시 성찰하고 젊은 설정했던 삶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지 다시 돌아볼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

내일부터 월요일이네요~ 자기 전 작가님 글을 읽고 자니 행복합니다~ 가즈앗!!! ㅋ

어이쿠 제 글을 읽고 행복하시다나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가즈앗~!!!

20대 초반에 이런 글을 썼다구요?! 대단히 성숙한 생각을 갖고 있네요 저는 그때 참 어리디어렸던거 같습니다 후~~

그냥 그 친구는 성숙하지 못한 글이라고 자책하는데, 나이가 먹을수록 다시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20대 초반에 이런걸 썼을까....

만화가 너무 웃프네요ㅠ

웃프죠... ㅋㅋㅋ 이상신 만화가님이 본인이 되게 아끼는 만화라고 말씀하셨는데, 일본 모 만화를 패러디한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만화가님한테 허락은 안 받았지만 여기 유머로 올리는거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

저도 한때 큰 꿈을 꾸었는데 이제는 그저 생활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슬픈 건 그저 그런 생활인이 됐다는 게 슬프지 않아졌단 거예요.

ㅎㅎ 만족하고 계시다는 이야기이시겠지요, 아니면 어딘가 아직 충분한 자신감이 있으실 수도 있고요, 쓰신 글들을 읽고 왔는데 어디를 봐도 그저 그런 생활인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

좋은 패기입니다. 욕망과 욕구가 없는 삶은 사실상 (범인(凡人)의 눈에는) 정지에 불과한지도 모르지요. 물론 해탈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정말 욕망하지 않는다면 그건 해탈이고 욕망에 솔직한 삶보다도 한 수 위일 수도 있겠죠, 문제는 솔직하지 않아서 자기 욕망을 직면을 안 하거나 다른 사람의 기준이나 욕망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살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도 다르게 살고 싶습니다.
소비보다는 창조를 꿈꾸며 어느덧 주변을 돌아보니...
왕따 더군요 ㅎㅎㅎ

ㅎㅎㅎㅎ 결국은 이루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차피 같이 꿈꿀 수 있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한테 관심도 없는데 ㅎㅎㅎ
당장 먹고 살 길 쥐고 있는 사람들한테 왕따 좀 당하신다고 사시는데 눈꼽 하나 지장 없으실듯요

네 올해로 대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ㅎ

남들 말대로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고싶은데 현실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네요.

뭐가 답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게 너무 좋아서 하다가도

돌아서면 다가올 현실이라는 벽이 너무 높네요

본인에게 솔직한게 중요한게 아닐까요?

정말 원하시는걸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현실이라는 벽을 부술 궁리와 에너지를 막 쏟을만큼 정면돌파하는게 본인이 원하는건지, 아니면 적당히 타협하고 약간 넌 좀 다르다는 말을 듣는게 원하는 것인지 솔직한 답을 내는게 제일 우선일 것 같습니다, 원래 정답은 없으니까 본인이 진짜 원하시는 것만 알아내시고 그 다음부터는 그대로 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전 그때 게임한다고 제가 뭘 원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ㅜㅜㅜ

신기하게도 저는 초딩때부터 한 가지 꿈만 생각하고 살았고

살면서 한 번도 변해본 적이 없네요 ㅎㅎ

패기넘치는 대2의 글 잘 봤습니다 풍류판관님

헉;;; 대단하십니다.
그 꿈은 무엇인가요?
이루셨는지요?

어느정도는 이뤘습니다 :)

사실 뭐 이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ㅎㅎ

저는 모두가 저 같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정말 희귀한 케이스더군요 ㅎㅎ

ㅎㅎ 그럼 더 원하시는게 있으신지요? 그것도 궁금하네요

사실 전 30살 때 20대 때 원하던 모든 걸 이루었다고 자축했는데 요즘에는 "난 왜 이리 이룬게 없지." 이러고 있습니다 ㅋㅋ

오~ 대단하세요! 그 꿈이 뭔지 궁금합니다!!!

저도 제 친구들과 같은 꿈을 꾸었네요.
20대엔 30대가 되면 연봉 1억에 자산 10억이상을 계획 했고
30대엔 40대가 되면 100억대 사업가를 꿈꿧고...
지금은 40대 애 둘 딸린 직장인...
그래도 50대에는 개인 작품을 하는 작가를 또 꿈꿔봅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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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이 인생에 뭔가를 이루는데 제일 중요한건 운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운이 터졌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해두어야 한다고... 지금 100억대 사업가가 되지 않으신건 그냥 운이 안 닿으신거고 50대에 개인 작품을 하는 작가가 되는건 운이 닿으실 것으로 예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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