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04 백수 일기] 번호 일기
집으로 물을 보냈다. 어차피 주말이니 돌아가서 시켜도 크게 다를 건 없지만, 마음의 차이다. 레슨 보강을 잡고, 밀린 약속들을 잡는다. 조금씩 돌아갈 준비를 한다.
오기 전에 이것저것 택배를 많이 시켰는데, 문 앞에 잘 쌓여있을지 걱정이다. 집 오래 비운 티가 나면 좋지 않은데. 이럴 땐 혼자 사는 게 헛헛하다.
인도네시아 유심을 사서 끼웠다. 덕분에 한국과는 단절이다. 여기 온다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혹여나 일이 들어와있지는 않을까, 돌아갈 때가 돼서야 불안해진다.
백수가 되니 카톡이 한 통도 오질 않는다. 좋으면서 또 금세 외로워진다. 그간의 여행은 현실로부터의 도피였다면, 이번 여행은 현실을 마주하기 위한 여행이다.
벌써 5월이다. 시간은 뭔갈 하지 않으면 가속이 붙어 점점 더 빨라지는 것만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이 벌써 반년이다.
이제 곧 집 재계약이 다가온다. 경기도로 내려가야 하나? 지금 집에 계속 있어야 하나, 아님 강원도로 사라져야 하나.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다. 이것도 머리 아프기 때문에 보류.
오늘은 오랜만에 미래를 구상했다. 여행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곡을 쓰려고도 해봤다. 오선지에 높은 음자리표와 마디를 그리고 뭐라도 만들어보려 했지만 상투적인 멜로디만 나왔다. 안 하느니만 못한 작업이었다.
생각의 범위가 갈수록 좁아진다. 점점 가사 쓰기가 힘들어진다. 내가 가진 단어가 너무 적다. 정말로 죽겠다.
내 글은 이 정도의 호흡이 딱 적당한 것 같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 조금만 집중해도 머리가 아프다.
한국에 도착해 핸드폰을 켜면 미친듯이 연락이 쏟아질 것 같은데, 캐리어를 끌고 집 앞에 도착하면 엄청난 택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연락은 쓸데없는 몇 통만 와있고, 택배도 안와있으면 어떡하나. 내 인생이 늘 그렇긴 했지만.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덤덤한 날들이 계속된다. 그래도 잠깐 미래를 구상했을 때는 즐거웠다. 음악을 좀 만들긴 해야지. 이렇게 살면 안 되지. 그러다가 또 이렇게 살면 왜 안 되나 싶기도 하고.
오늘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윤영배를 듣는다.
처음 접하는 노래인데 기타와 목소리가 너무 좋네요. 핸드폰을 키면 올 것 같은 연락과 택배들..사실은 연락 오는 곳도 없고 온 것도 없는데 내 자리를 비우면 왠지 기대가 되는 그런 것들...공감갑니다
아! '내 자리를 비워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었군요. 내 자리로 돌아갔을 때의 극적인 상황을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영배씨 노래 참 좋지요? 멍 때리고 싶을 때 들으면 참 좋은 곡입니다 ㅎㅎ
인도네시아 가셨어요?
네. 저번 주에 왔다가, 이번 일요일에 돌아갑니다! 와보니 좋네요 ㅎㅎ
인생을 즐기시는 것 같아 멋져보입니다 :)
여행 잘하고 조심히 돌아오세요 ㅋㅋ
미래를 구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오늘은 쉬어가시고 구상하신 미래는 꼭 이루시길 기원 합니다.
구상할 땐 즐겁다가, 잠깐만 옆으로 빗겨나오니 '아이. 안될거야' 하게 되네요 ㅎㅎ 끝까지 끈을 놓지 말아야겠지요. @cmkspace님의 기원에 힘입어, 끝까지 밀고 나가볼게요:)
꾸욱 들렸다가요
매번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여기 제가 댓글을 달아드립니다.. ^^
'그래서'에 담긴 내용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어요. 많은 내용이 함축돼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달아주신 댓글에 힘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훌쩍 떠나셨군요
카톡 대신 댓글로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저도 ㅎㅎ
너무 조용히 왔더니 이젠 카톡으로 한 통 정도는 '거긴 재밌어?' 라던가, '언제 와?' 라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하네요. @amukae88님의 댓글을 먼 곳에서 온 카톡으로 대신해야겠습니다 :)
우웅??? 외국으로 나가셨나 봅니다.... 이럴대 한번 쓰윽 정리하는것도 방법이긴 하죠..... 건강히 다녀오시길
네. 인도네시아에 놀러 왔어요. 10간의 일정이어요. 지금은 9일 째인데, 이제 얼른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정리도 조금은 된 것 같습니다:) 무사 귀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나아가세요 ^^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걱정에 너무 힘들었구나 하실수도있으니까용~
@song1님의 따뜻한 댓글에 몸이 녹는 것 같습니다. 대개 진지한 일기들은 나중에 보면 웃긴 경우가 많더군요 ㅎㅎ 지나고나서 보면 웃기거나, 흑역사거나 하겠지요. 다만 당장은 진지하기 때문에... ㅎㅎ 실은 저는 금방 또 훌훌 털고 일어난답니다. 감사합니다:)
"생각의 범위가 갈수록 좁아진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제 경우에는) 끊임없이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덜어둔 노래 잘 듣고 가요~~:)
오늘 익숙한 곳으로 돌아왔는데요. 이 기분도 나쁘지 않네요. 물론 다른 곳에 있다 돌아왔기 때문이긴 하지만요.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음악을 재생해놓고 나루님 글을 읽는데 눈과 귀를 거치지 않고 그냥 음악이랑 글이랑 하나가 되어서 가슴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루님 글은 언제나 마지막이 너무 좋아요.
연주에서 저는 첫 호흡과, 마지막 호흡을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 좀 더 비중을 두는 편입니다. 그 마음을 알아주시니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