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교도관

in #kr-writing6 years ago

홍대 앞은 꽤 인기 있는 여행지인 듯하다. 동네를 걷다 보면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점점 많이 눈에 띈다. 좁은 도로 곳곳에 단체여행객들을 실은 관광버스가 혈전처럼 서있다. 새로운 호텔들이 생겼고 공사 중이다.

홍대 앞에 사는 사람들에게 홍대 앞은 여행지가 아니므로 다른 곳을 가야 여행이다.

A지역에 사는 사람이 B지역에 가서 위안을 얻고, B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A지역에 가서 위안을 얻는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왠지 '공평'해 보이기도 한다.

여행지는 자신이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 좋은 숙박시설, 볼거리, 먹을거리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낯선 환경에서 위안과 즐거움을 얻는 것 같다. 자신이 묶여있는 환경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은 교도소에 갇혀있다가 한시적으로 풀려나는 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감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행이 더욱 즐겁고 소중하다.

사람들이(지구인들이) 여행을 점점 더 좋아하고 많이 가는 이유는 자신의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예전보다 더 나아졌지만, 정신적인(그리고 상대적인) 삶은 더 나빠졌다는 내용이었다.

'그저 낯선 곳에 가는 여행과, 낯선 곳에는 사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여행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라는 글도 보았다. 아마 이 글을 쓴 사람은 후자를 더 좋은(바람직한) 여행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삶의 감옥에서 잠시 풀려나는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여행은 수감자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간혹 함께 여행하는 사람에게, 여행은 즐거운 것이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을 보면 교도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 사회체제에 순응하고, 그것을 남에게 지도(강요)하는 교도관처럼 구는 사람들이 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3
BTC 63816.85
ETH 3134.82
USDT 1.00
SBD 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