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학교생활(feat.총맞을뻔한것처럼)
오늘은 미국에서 어떤 학교에 진학해서 어떤식으로 공부했으며, 제가 경험한 미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며, 미국의 다른 주나, 다른 공립학교 교육은 다르게 진행 될 수 있으니 이점 양지해 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은채로 미국으로 갔기 때문에,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미국 중학교(Grade school) 1년을 다녀서 졸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미국은 보통 중학교라는 개념이 없으며 1학년 부터 8학년의 과정을 Grade School에서 교육받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고등학교 과정은 9학년부터 12학년으로 4년입니다. 한국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이므로 미국 Grade School 8년, High School 4년해서 총 교육년수는 같아지게 됩니다.
저는 Grade school, High school 모두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독교 루터란 사립학교를 다녔으며,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립학교들이 존재합니다.
그렇게 Holy Trinity Lutheran School을 졸업 후, Evergreen Lutheran High School에 진학하게 됩니다.
미국의 교육시스템 중 정말 독특한 점은 '독서'를 어마어마하게 시킨다는 점입니다. 각 학년마다 정해진 권장도서들이 있는데, 그 학년에 정해진 독서량 즉 페이지 수를 할당하지 못하면, '유급'됩니다. 한국으로 치면 5학년때 학교에서 정해준 양의 독서를 하지 않으면 6학년으로 진학이 안됩니다.
모든학교가 미국 교육시스템에 등록된 독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컴퓨터에 저장된 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읽은 책에 대해 시험을 봐야 합니다. 책을 다 읽을때마다 언제든지 컴퓨터에 로그인해서 시험을 볼 수 있으며, 70% 이상을 맞춰야 통과됩니다. 매년 책을 가장 많이 읽은 학생은 상을 받으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학생은 가차없이 유급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정해진 할당량이나, 시험보거나 유급되는 시스템은 사라지지만, 매 학기마다 한권의 책을 선정해서 읽은다음, 선생님과 1:1로 앉아서 책에 대해 토론합니다. 읽지 않았거나, 읽은 척을 했다가는 바로 영어점수에 반영되기때문에, 꼭 자세히 읽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이미 그 책을 수십번 읽은 상태거든요...
처음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는게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독서의 습관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었죠. 더군다나 영어로 읽고 영어로 시험을 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더라고요. 그러나 별 수 있습니까... 못읽으면 유급당하는데... 정말 전자사전 켜놓고 밤새도록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공부는 못해서 성적을 못받을지언정 책은 목숨걸고 읽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시험만 봐서 패스할 정도로 책의 굵직굵직한 내용들만 유심히 보다가, 어느정도 지나니 전자사전 없이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물론 반지의제왕 같이 한 3천페이지 정도되는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치고, 영화본 기억을 떠올려 시험봐서 당당히 패스한 적도 있답니다).
생각해보면 이 '독서하는 습관'이야말로 제가 미국 유학생활중 얻은 가장 값진 보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8학년을 마치면, 9학년 새내기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모든 선배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게 됩니다. 먼저와서 말을 걸어주고, 학교에서 1:1로 12학년 대선배와 짝 매칭이 되어 1년동안 학교에 잘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물론 어마무시하게 큰 공립학교들은 다르겠지만.... 저희학교는 전교생이 150명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학교였습니다.
(가운데가 저 맞습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거의 필수로 운동을 하게 됩니다. 제가 다닌 학교만 해도, 시즌별로 축구, 야구, 농구, 풋볼(미식축구), 배구, 육상(track)팀들이 있는데, 육상도 100m, 200m, 400m, 장거리(cross country), 창 던지기, 투포환 등등 종목이 나뉩니다. 이 모든 스포츠를 특정한 학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수업 똑같이 받고 자기가 하고 싶고 재능있는 스포츠를 택해서 합니다. 학교 수업이 3시 30분정도에 마치면, 6시정도까지 운동을 하는데, 모든 팀이 감독, 코치가 따로 있으며 치어리더팀도 따로 있습니다^^
모든 고등학교가 학교 학생수에 맞춰 리그에 가입되 있으며, 그 리그에서 우승하게 되면, state 즉 다른 주에서 우승한 고등학교와 맞붙습니다.
(저희 학교 풋볼팀 잘 찾아보면 제가 있습니다)
모든 스포츠팀에는 학교대표팀(Varsity)과 후보팀(Junior Varsity)으로 나뉘어지게 되는데, 처음 지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통 훈련 2주동안 대표팀과 후보팀을 가려냅니다. 코치마다 선발하는 과정이 특이한데, 저희학교 풋볼팀 코치는 2주동안 훈련을 끝내면 학교게시판에 딱 대표팀 명단과 후보팀 명단을 붙이는데, 그 명단에 없는 학생들은 뽑히지 못한것입니다. 보통 9학년, 10학년 어린친구들이 후보팀에서 훈련받고 11학년 12학년 고학년이 되면 대표팀으로 발탁됩니다. 저희학교 농구팀 코치는 참 재밌는 방법으로 가려냈는데, 훈련을 하고 그 날 훈련이 끝나면 조용히 발탁되지 못할 학생에게 다가가
"오늘이 니 마지막 훈련이었다. 수고했다"
한마디 딱합니다. 그 학생은 내일부터 훈련에 나오지 못하는 거구 자동적으로 팀에서 떨어진 것입니다. 모든 학생이 그런건 아니지만 보통 제가 경험한 미국 남자학생들은 성적 떨어지는 것보다도 대표팀에서 떨어지는 거에 엄청난 수치심과 박탈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제가 다닌 작은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잘 구성 되있기 때문에 아마 미국이 스포츠에 강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저희학교 야구팀)
아무튼 저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너무나 좋아해서 9학년때부터 풋볼, 야구 대표팀에서 활동했으며, 11학년부터는 캡틴(주장)이 되는 값진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학기중에 모든 경기와 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도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를 하러가고 그랬습니다. 이게 한국으로 치면 얼마나 정신나간 소리냐면, 11학년 12학년, 한국으로 치면 고3 수험생이 맨날 운동하고 경기 시합하러 학교를 다니는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수하게 운동으로 진로가 정해진 학생이 아니고, 평범한 학생들이요. 이렇게 운동, 방과후 활동이 미국에선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운동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은 어쩌냐고요?
밴드부, 합창부, 치어리더, 체스부, 컴퓨터 코딩부, 로보트 만들기 부등등 다른 멋진 클럽들이 많습니다. 저희학교보다 더 큰 학교들은 다른 재미난 방과후 활동도 많답니다.
이렇게 방과후 활동만 하는데 공부는 어떻게 하고 대학은 어떻게 가냐구요?
학생들이 그래도 할건 다 합니다. 저희 풋볼팀 같은 경우 숙제를 한번 안해가거나, 과목중 낙제점을 받기라도 한다면 그냥 바로 대표팀에서 탈락입니다. 물론 이런 방과후 활동을 하지않고 공부에만 매진해서 좋은 학교로 진학하는 친구들도 있지만(이런 케이스는 거의가 아시아인),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스포츠를 한가지 이상은 꼭 즐깁니다.
(네. 고딩때 학교에서 드럼치는 저 입니다)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드럼도 계속 쳐서 학교 밴드부 생활도 했고, 12학년에는 남다른 사교성? 으로 인해 class representative(학생회장)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꿈만 같은 시간들이었고, 너무나 소중학고 행복한 시간들 이었습니다. 아직도 미국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락하는 친구들이 몇 있습니다.
물론, 방황하는 친구들도 많고 아직 미국 학교는 어두운 점도 많습니다. 저희학교만 해도 대마초를 피우는걸 넘어서 판매하다 걸려서 짤린 학생들이 있었으니까요....
제가 겪은 정말 무서운 얘기 하나 해드리자면,
미국 학교에서는 보통 3개월에 한번씩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훈련을 합니다. 워낙 사건사고가 많아서... 그 날도 어느날 처럼 수업을 받고 있는데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고 난리치길래, 또 훈련하나보다 했는데, 아니나 웬걸 방송으로 "실제 상황이니, 모든 문은 잠그고 창문에 커튼을 치고, 학생들은 모두 책상밑으로 들어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했죠 '이건 내 평생 한번 겪어볼까 말까한 진귀한?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꼭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야겠다'고 말이죠. 저는 끝쪽에 앉아있었는데, 살살 선생님한테 걸리지 않게 창가쪽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기어가 말했습니다.
"야 야, 커튼 조금만 선생님한테 걸리지 않게 쳐봐"
그당시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 선생님도 저희를 통제하면서 자신의 몸도 보호해야 하기에 좀 어수선 했습니다.
"그러다 선생님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우리 둘다 x되"
"야, 내가 책임질테니까 쫌만 쳐봐 내가 봐줄게"
친구가 커튼 조금 걷자마자, 저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진짜 숨이 멎는줄 알았고 기절 하는 줄 알았습니다.
커튼을 치자, 저희 교실 바로 앞 차를 데는 조그마한 주차장에 어떤 미친놈이 기관단총으로 보이는 소총을 들고 저희학교로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는데요, 정말 혼이 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정말, 거의 바로 SWAT팀이 왔고 단번에 그 놈을 제압했습니다. 사실 그 미친사람이 뛰어오는걸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제압하는 장면은 보지 못했는데, 후에 들어보니 바로 사살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다리에 힘이 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제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끝나고 남아서 반성문 쓰고 혼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놀랐기 때문에 선생님이 안아주시긴 했지만, 그 범인이랑 눈이라도 마주쳤다면 진짜 정신과 치료 받아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살던 동네에도 가끔씩 헬기가 날아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어디를 가던지 발길을 멈추고 몸을 숨겨야 합니다. 보통 미국에서 헬기가 뜨면 범죄자를 찾는 경우인데, 즉각적으로 방송으로 사람들에게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잠그고 숨어있으라고 방송이 울립니다. 제가 살면서 몇번을 겪어봐서... 잘 압니다..
하루빨리 미국에 총기규제가 강화되길 바래보며 오늘 얘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내일은 제가 어떤대학에서 무슨 공부를 했으며 대학생활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정말 에피소드가 많은데.... 에피소드들은 이 유학생활 수기를 다 적으면 한개씩 알려드릴게요~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https://steemit.com/kr-writing/@moont0/6rac7q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두번째 이야기
https://steemit.com/kr-writing/@moont0/35ehcx
미식축구 88번 맞죠? 살번한 학교 생활이군요. 사살이라니...책을 많이 읽으셔서 글이 좋군요. 근데 너무 길어요...
네... 아직 좀 글쓰는 실력이 없다보니... 간결하게 중요한 요점만 잘 써야하는데... ㅎㅎ 앞으로는 좀 더 읽기쉽고 간결하게 작성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네 88번 맞아요~ 잘 찾아주시네요 ㅎㅎ
문탱님의 생생한 미국 학창시절 이야기 너무 재미있네요 ; ) 정말 흥미롭고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총기 때문에 너무 살벌한 미국인 것 같습니다.
항상 그렇죠...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에선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외국 자체에서 생활을 한다라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거 같애요.
아무래도 일단 언어의장벽이 높다보니... 그래도 대도시 쪽은 한국사람 많아서.. 영어 잘못해도 한국말만 쓰고도 잘 살 수 있더라고요~ 좋은하루 되세요!
유학와서 고생 많으셨겠어요. 중간에 총기사건 이야기 듣고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미국에서 총기 때문에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죠.
풋볼까지 하고 운동신경이 좋으신가봐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운동은 워낙에 어려서부터 좋아해서 열심히했더니 좋은결과 있었던것같아요... 하루빨리 총기규제에 관해 새로운 소식이 들렸으면 하네요~ 좋은하루 되세요!
글을 읽는것(독서)은 제가 경험하지 못한 지식(경험)을 배우고 느낄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 같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미국의 교육에 대해서 읽을수 있었고, 느낄수 있었읍니다. 좋을 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정말 독서의 힘은 시간이 갈수록 어마어마하다고 느껴집니다. 조금이나마 느끼실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종종 놀러와 주세요~
멋진 시간을 보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제야 찾아 뵙네요....^^
친히 놀러와 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시간나실때 종종 놀러와주세용~! 저도 워낙 캐릭터나 만화를 좋아해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어딨는지 다 찾겠네요.
눈에 똭!!! 들어옵니다 ㅎㅎ
독서와 운동을 만ㅇㅎ이 시키는 거 진짜 좋네요.
카일의 보팅이벤트 3차수 2일차 보팅드리고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ㅎㅎ 단번에 찾아주시다니... 제가 좀 특이하게 생기긴 해서... 헤헤 댓글 감사드리며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미국의 학교생활 이야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해외 근무중이다 보니 영어가 아직 서투른 딸아이가 학교 생활 잘하는지 항상 궁금하더라고요 (아직 저학년이라 맘껏 놀다오겠지만요)
아 호치민에 계신건가요? 제가 필리핀엔 가봤지만 아직 베트남은 한번도 못가봐서요... 거기도 학교나 공공장소 같은곳에선 영어를 쓰나요? 베트남에서의 삶도 많이 궁금하네요 ^^ 놀러가서 꼭 보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시구요~
하 정말 무서운상황이였네요 총을 왜 그래도 아무일없어서 다행이였지만 총쏘는 모습보고 소리를 지르셨다니 ㅎㅎㅎ 살짝 웃음이 나지만 ㅎㅎㅎ
여러가지 스포츠도 즐길수있고 독서도 정해진할당량을 못하면 유급된다 독서가좋다는건 아는데 잘안하게되는데 그게 의무에 해당이되네요
재미있을것같은데요 무서운것도있겠지만요 미국유학생활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 ^^
요즘엔 사실 좀 덜한데... 10년전만해도 안좋은 동네는 다 피해다니구 그랬어요.... 방콕 여행기 잘 보고 있땁니다 ^^ 일 끝나구 저녁에 항상 포스팅 보는데... 운동갔다와서 보면 항상 배고파서 먹고 싶은 유혹을 참을 수가없네요... ㅎㅎ 왕궁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