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스물 다섯 설날 쯤 쓴 단편 소설.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흑역사라서 언제 내가 지울지 몰라서.. 지울 수 없는 스팀잇에 올린다. 이건 그 나름의 성장소설이였던 것 같다. 방향을,. 십대때 하던 고민을 이십대 중반이 넘어서도 하고,.. 또 할 것이다. 그리고 아,. 모든 소설은 쓰는 사람에게 성장소설..이겠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하면.. 끝까지 아마추어이고 싶다.




제목. 


비꽃

 

술맛이 나지 않았다. 너무 빨리 마신 탓이기도 했다. 그러나 더 큰 까닭은 술을 마실 구실이 사라져서였다. 한 놈은 소주병에 붙은 종이를 갈가리 찢어댔고 한 놈은 담배만 빨아댔다. 스마트폰을 만지는 놈도, 막장에 굳은 기름을 젓가락으로 젓는 놈도, 말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앞에는 덜 비운 술잔이 많았지만, 아무도 잔을 들지 않았다. 불판 가에서 시커멓게 탄 갈매기살과 마늘이 술판의 끝을 더없이 드러냈다. 좀 전까지 축하로 시끌벅적하던 자리로 보기에는 어색한 구석이 많았다. 조용한 가운데 결국 한 놈이 따지도 않은 소주를 도로 물렸다.

오랜만에 모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친구의 취직소식이었다. 겉으로 말한 일은 한 번도 없으나, 다들 자기보단 한 수 아래로 여기던 녀석이었다. 녀석은 처음 보는 옷을 걸치고 면접 때나 할 법한 머리로 나타났다. 원래 같으면 저 스스로 멋쩍어서 쭈뼛거릴만한 모습이었으나, 녀석은 아니면서도 자연스러운 척 뻣뻣한 몸짓으로 의자에 앉았다. 평소와 다르게 갖가지 안주를 시키던 녀석은, 기분이 어떠냐는 말에 그냥 다행이지 하고 짐짓 빼면서 말했다. 녀석은 서류통과, 인·적성 시험, 일차 면접, 임원 면접까지의 이야기를 서사시로 풀어냈다. 우리는 사이사이 고개를 끄덕이며 건배를 외쳤다. 혹시라도 녀석의 새 옷에 술이나 안주가 튈까 봐 우리가 먼저 챙겼다. 녀석은 괜찮다며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는 우리가 구운 안주를 집어 먹었다.

입사는 언젠데? 확실히는 모르겠고, 그 전에 한 달 연수 받는다더라. 연수? 완전 훈련병이네 훈련병. 그렇지. 근데 그거 아나? 연수만 받는데도 월급이 나온다. 이백십만 원. 녀석은 본인도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가슴을 펴고 우쭐대는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놀렸을 우리도 녀석을 받아주었다. 받아주었다기보단 눈에 띄는 녀석의 자신감 앞에 주눅이 들었다. 교육만 받는데도 이백십만 원을 받는 녀석과 우리는 이제 신분이 달랐으니까.

녀석은 우리 가운데 혼자서만 꿈이 없는 놈이었다. 희망이야 애초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쳐도, 녀석은 나머지 하나가 모자랐다. 그러니 말 그대로 꿈도 희망도 없는 놈이었다. 우리는 부의 격차보다 더 무서운 격차가 꿈의 격차라며, 겨우 이 학년이면서도 큰 인생선배인 척, 재수로 일 년 늦게 입학한 녀석을 부추기곤 했다. 그래서 꿈같은 오 년이 지나고 무엇이 달라졌나. 한 번의 방황이나 모험(우리는 휴학을 이렇게 불렀다.)도 없는 녀석에게, 그러다 언젠가는 흔들린다며 뭘 더 아는 듯 말치레만 하던 우리는 이곳에 남았다. 우리와 달랐던 녀석은, 우리완 다르게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같이 취직한 학교 동기들과 따로 술자리에 간다며, 녀석은 나중에 또 보자, 주말에 목욕탕이나 같이 가자는 말을 빈 소주잔처럼 가볍게 내린 뒤 계산을 마치고 나갔다.

다시 한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잘됐네. 한 놈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잘됐지. 다른 놈이 말했다. 잘된 건가. 어떤 놈이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말했다. 잘된 거지. 다른 놈이 말했다. 잘됐지. 취직이라도 해야지. 하고 싶은 일 없으면. 알 수 없는 놈이 말했다. 잘된 거 맞지. 하고 싶은 일 있어도 못하는 세상인데. 끝끝내 다른 놈이 되받아쳤다. 정도는 달랐지만 다들 얼마만큼씩은 꿈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었다. 굳이 친구의 취직소식 때문만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고 자연스레 겪는 일에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러니 누구였던가, 조그마한 세상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설운 일이라고 말한 시인이.

이제 어떤 놈은 술 뚜껑에 붙은 철심을 소주잔으로 눌러댔고 어떤 놈은 담배 연기를 붉게 내뿜으며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의 말소리는 고기 굽는 소리처럼 지글거렸다. 때때로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고 흥을 돋우듯 잔을 부딪치는 영롱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인지 똑똑히 들리지 않았으나, 다 비슷한 또래의 다른 우리였다.

화장실을 다녀온 녀석이 이제 일어나자며 우리에게 머릿짓을 했다. 다들 진짜 그래도 되느냐는 듯 서로 두리번거렸다. 근데 어디로? 한 놈이 자진해서 물었다. 그러자 나머지 놈들도 그래, 어디로? 하는 얼굴로 서로 두리번거렸다. 녀석은 일단 나가서 생각하자며 이곳이 답답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눈치를 보던 한 놈이 일어서자 나머지 놈들 역시 따라 일어섰다.

가게를 나온 우리는 막창집 처마 밑에서 주저했다. 나가서 어디로 갈지 생각하자는 말은 무효했다. 몇 놈은 박하사탕을 나눠 물었고 몇 놈은 넋을 잃고 땅이나 하늘을 보았다. 늦가을 밤 공기가 술을 깨울 듯 성크름했다. 느닷없이 마른 땅 위로 한 송이 두 송이 작은 비꽃이 일었다. 가랑비가 내렸다.

에이. 나오자던 놈이 우리 대신 짜증을 냈다. 우리는 가만히 비에 젖는 땅을 내려다보았다. 어쩔까? 한잔 더 할래? 한 놈이 몽롱하게 말했다. 난 갈란다. 짜증내던 녀석이 말했다. 우리는 하나같이 그 녀석을 돌아봤다. 나갔던 넋이 돌아오는 듯했다. 녀석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처마 밖으로 나갔다. 왜? 다른 한 놈이 물었다. 그냥. 먼저 가볼게. 녀석은 가재걸음 치며 피곤한 듯 물러났다. 어떤 놈은 한잔 더 하지 라고 말하는 듯했고 또 어떤 놈은 들어가라 하는 듯도 했으나 녀석은 손 한번 들어 보이고는 뒤돌아 걸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좀 더 일찍 일어났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우리 가운데서 학교가 제일 좋은 녀석이었다. 머리로 쳐도 제일 난 놈임이 틀림없었다. 녀석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해서 전자공학과로 들어갔다.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도 소설을 쓰면 된다고 믿었다. 처음 일이 년 동안 녀석은 성적 장학금과 전국 단위의 공모전을 휩쓸었다. 공모전을 지원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남들보다 잘했기 때문에.

제대 뒤 삼 학년이 되자 이제 재미가 없다고 했다. 녀석은 휴학했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는 잘 나갔다. 다시 복학한 뒤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그나마 억지로 학점은 지켰다. 대신 소설을 잃었다. 누가 녀석에게 소설을 쓰지 말고 공모전과 학점에 집중하라 말했을까. 하긴 우리가 언제 이것도 저것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던가. 우리는 단지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을 뿐, 의미 없는 가능성 앞에서 우리의 무능력은 더욱 적나라했다.

녀석의 뒷모습이 사라졌다. 무슨 말이라도 나와야 할 때였다. 우리끼리 좀 더 마시자. 한 놈이 침을 뱉으며 말했다. 녀석이 빗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우리도 얼떨결에 인도로 나갔다. 녀석이 가는 방향으로 다 같이 걸었다. 어디든 나오겠지. 녀석은 술집이 많은 시장골목으로 발길을 틀었다. 반대쪽에서 오는 버스들이 우리를 줄줄이 지나쳤다. 곧 막차 시간이었다. 큰 사거리로 나온 우리는 갈팡질팡했다. 몸이 비에 젖어들었다. 어느 쪽을 보아도 불빛이 현란했다. 술집은 많았다. 단지 들어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가 문제였다.

야, 지금 건너자! 조용하던 한 놈이 긴 건널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신호등을 봤을 때, 불은 겨우 다섯 칸에서 깜빡거렸다. 우리는 따질 새 없이 뛰었다. 처음엔 건너지 않으면 안 될 듯싶었는데, 건너는 동안에는 건너서는 안 될 길 같기도 했다. 마치 공무도하가에 나오는 강을 건너는 듯, 이 길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길 가운데쯤 지나서 불이 바뀌고 차들이 움찔거렸다. 우리는 더욱 빨리 뛰었다.

기어이 길을 건넌 우리는 숨을 헐떡이며 서로 확인했다. 한 놈이 보이질 않았다. 뒤를 돌아보자, 길 건너편에 남은 녀석이 보였다. 일부러 건너지 않은 듯했다. 영영 건너오지 못할 곳에서, 녀석은 건너온 우리와 걸어온 길을 번갈아 보았다. 한 놈이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해도 별 반응이 없었다. 녀석은 그저 자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술자리 내내 말이 없던 놈이었다. 아 저 새끼. 다른 놈이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가려면 진작 가지. 다른 놈이 말했다. 건너편 녀석은 왔던 길로 돌아갔다. 딱히 인사라 할 만한 몸짓도 없었다. 남은 셋은 으슬으슬 떨면서도 서로의 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술에 불콰해진 얼굴 위로 젖은 머리칼이 아무렇게나 붙어 있었다. 노랫말 속 백수 광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모습으로. 두 번째 녀석이 떠남은 우리를 더욱 엮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 늘 가던 순댓집으로. 이제는 갈팡질팡할 필요도 없었다. 남은 우리는 셋이서 배터지게 먹어보자며 들뜬 마음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순댓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비는 그칠락 말락 하였다. 우리는 옷과 머리를 털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남을 놈은 다 남았네. 한 놈이 앉자마자 입에 담배를 질겅대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야 진짜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열한 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겨우 열한 신데, 열한 시도 되기 전에 시계를 가리키며 인사도 없이 가버린 녀석이 떠올랐다. 우리가 언제 새벽이 아닌 밤을 보며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 사이였던가. 오랜만에 만난 그 녀석은 눈빛이 달랐다. 순간이 순간을 죽이는 이 시대에, 평범한 게 어디 쉬운 일이야. 취직한 친구가 먼저 자리를 뜨고 그에 대한 얘기가 오갈 때, 그 녀석이 술자리에서 유일하게 한 말이었다. 유치했으나 어려웠다.

금마는 뭔 일 있나? 요즘 공연도 안 한다던데. 한 놈이 물었다. 담배를 물던 놈이 한숨을 쉬며 불을 붙였다. 뭐 아는 일 있으면 말해보라는 다른 놈의 말에, 놈은 연기를 내뿜으며 나직이 말했다. 얼마 전에 마지막 수업 마치고 과 건물 잠깐 들렀는데 이 자식이 있더라고. 과 선배랑 같이 담배 피우고 있더라고. 그 자판기 뒤 거기 말이야. 공부하다 어깨 뻐근하고 머리 묵직할 때 가는 데. 밖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면, 나가봤자 겨우겨우 건물에서 한 걸음 밖 거기. 거기서, 씨발, 모자 쓰고 겁나 아저씨처럼 담배 피우는, 취업 준비생 다 된 우리 드러머님이 계시더라고.

녀석은 고등학교 때부터 드럼을 쳤다. 사촌 형을 따라간 밴드 공연에서 드럼 연주를 보고 빠져버렸다. 처음 드럼을 친 날, 녀석은 신기할 정도로 재밌고 손에 맞는다며 우리에게 자랑했다. 그 뒤로도 드럼을 얘기할 때면 녀석의 눈이 빛났다. 목소리도 밝았다. 한날은 우리 모두 녀석의 연습실로 따라갔다. 녀석은 오랜 친구들에게 새 친구를 소개하듯 들떠 보였다. 우리는 이게 뭐가 그리 재밌냐며 한번 보자고 했다. 녀석이 의자에 앉아 스틱으로 드럼을 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보았다. 평범한 사람이 사랑을 만나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이 녀석과 드럼의 미래가 어떠할지.

말을 마친 녀석이 담배를 길게 빨아들였다. 다들 먼 곳을 응시하다 가끔 고개를 떨구었다. 기어이 아주머니가 와서 주문을 받을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만 있었다. 한 녀석이 알아서 소주와 국밥과 수육을 시켰다. 먼저 나온 밑반찬을 안주 삼아 우리는 술을 마셨다. 석 잔을 연거푸 마시고 술을 두 병 더 시켰다. 곧 소주와 함께 국밥이 나왔다. 우리는 바로 술을 부었다. 술잔 끝에 맺힌 소주가 느릿느릿 흘러내렸다.

술이 들어가고 곧바로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서인지, 다들 고개를 가누지 못했다. 우리는 푹푹 한숨을 쉬면서도 입안에 순대를 쑤셔 넣었고, 할 말이 없을 때면 잔을 비웠다. 녀석 오늘 진짜 기분 좋아 보이더라. 문득 한 놈이 나머지 놈들의 잔을 채우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는 천천히 잔을 비우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것도 자세히 보니까 울퉁불퉁하네? 손에서 이리저리 빈 소주잔을 굴리던 한 놈이 딴소리했다.

임원 면접에서 벌어진 일을 얘기할 때쯤엔, 녀석의 뻣뻣함도 많이 풀어졌다. 취직한 녀석은 어쩌다 임원들 앞에서 노래까지 불렀는가를 넌덕스레 설명했다. 취미에는 노래라 쓰고 특기에는 영화감상을 적어두니, 이건 너무 뻔하지 않으냐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녀석은, 사실 특기도 노래인데 그렇게 적으면 성의 없어 보일까 봐 그랬다고 했다. 그러자 임원 한 명이 그럼 노래 한번 불러 보라고 했단다. 녀석은 일어서서 늘 노래방에서 부르던 노래를 불렀다. 후렴구 바로 앞부터 겨우 두 마디 들어갔거든. 근데 됐으니까 앉으라 하더라고. 망했다 싶었지. 노래 못 불러서 떨어진 줄 알았잖아, 하며 녀석은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는 녀석을 바라보며 같이 웃었다. 멍청한 놈. 우리가 먼저 잔을 들고, 녀석도 같이 잔을 부딪친 다음 한 번에 비웠다.

그래. 진짜 좋아 보이더라. 한 놈이 깨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뒤늦게 수육이 나왔다. 배 터지게 많이 먹을 심산이었는데, 다들 젓가락질이 굼떴다. 술도 이제 그만이다 싶었는데, 자주 오는 우리를 알아본 주인아줌마가 누룽지 막걸리를 그냥 내왔다. 많이 바뀌었네. 우리도, 그 녀석도. 한동안 말이 없는 가운데 누군가가 말했다. 어렸을 때 있잖아. 우리가 그 녀석 도운 것 맞지? 우리는 각자 녀석의 첫 모습을 떠올리는 듯했다.

녀석이 우리 무리에 들어온 건 열일곱 살 때였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는 일요일에도 다섯 시 까지 강제자습을 했다. 대신 휴일이니 자유로운 옷차림에 책가방을 들지 않아도 되었는데, 녀석은 늘 교복을 입고 나왔다. 그런 놈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우리 중 하나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옷 고르기가 귀찮은 그런 놈이었다. 같은 중학교에서 올라온 우리는 언제나 뭉쳐 다녔다. 가끔 멀리서 교복을 입은 그 녀석이 보일 때면, 네 친구 저기 가네, 하고 놈을 놀렸다.

그러다 어느 오후 편의점에서 교복을 입은 그 녀석을 마주쳤다. 그 시간에 학원을 가지 않는 녀석은 드물었다. 녀석은 혼자서 컵라면을 먹는 참이었다. 은근히 우리가 자신을 놀림감으로 삼음을 아는 듯했다. 우리 가운데 한 놈이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 교복만 입고 다니니까 눈에 띄더라. 녀석은, 아, 그래, 하고는 끝이었다. 와, 니도 아침에 옷 고르기 귀찮나? 우리가 다시 능글맞게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녀석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진짜 다른 옷이 없더라.

알고 보니 녀석은 아버지가 없었다. 아버지도 없고 돈도 없으면, 진짜 꿈이 없을지 모른다고 우리는 추측했다. 다른 차원이었지만, 우리도 녀석 못지않게 겉도는 놈들이었다. 입시 제도를 욕하면서도 그 길에 줄 서는 놈들과 달랐다. 우리는 각자 꿈을 찾고 있었다. 공부는 일 년만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우리가 녀석을 돕자. 녀석이 자기 꿈을 꾸도록 만들어주자. 우리는 녀석을 받아들였다.

녀석은 우리가 생각한 주인공들과는 달랐다. 어려운 환경에 무릎 꿇지 않고 자아를 실현해내는 주인공들, 오히려 불우했던 환경이 성공의 밑거름이었다고 말하는 삶의 주인공들. 그러나 겨우 학원비를 빼돌려 제대로 된 밥을 먹이고 옷가지 몇 벌 사준다고 해서 바뀔 일이 아니었다. 결핍은 우리보다 위대했고, 녀석의 삶을 가지고 놀아댔다. 어쩌면 우리도 짐작했을 사실이었다. 욕심마저 지배받는 세상에서, 녀석의 꿈은 다름 아닌 돈일지 모른다는 사실 말이다.

벌써 두 놈이 전향했다. 어쩜 우리는 불안한 우리의 꿈을 지키기 위해 녀석에게 꿈을 강요했는지 몰랐다. 다들 얼굴이 시뻘게졌다. 속에서 막걸리와 소주가 섞여 열이 치받은 듯했다. 손에 뭐라도 쥐어야만 할 것 같았다. 우리는 빈 소주잔이라도 들고 손바닥을 쥐락펴락했다. 국밥집 통유리벽 너머로 우산 쓴 사람들이 보였다. 그치는 줄 알았던 빗발은 아까보다 더 굵었다. 한 녀석의 몸이 옆으로 스르르 넘어갔다. 우리는... 우리는 왜 우산이 없지? 녀석이 얼굴을 가리고 돌아누웠다.

우리는 벽에 기대서 간신히 버텼다.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시계 초침이 한칸 한칸 위태롭게 내려오고 올라갔다. ……넌 멀쩡하냐? 술 말고. 하고 한 놈이 중얼거렸다. 이제 멀쩡한 게 뭔지 모르겠다. 다른 놈이 말했다. 친구의 취직 사실에, 잘된 건가? 하고 묻던 놈이었다.

처음 술집에서, 취직한 녀석이 계산하고 나간 뒤였다. 여태까지 만든 분위기가 모두의 본심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분위기는 빠르게 식었다. 질투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과 비교되는 모습에 배알 꼬여서도 아니었다. 꿈이라고 불렀던, 저마다 스스로 키워오던 환상에 세월을 버린 듯한 자괴감 때문이었다. 그러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한 놈이 입을 땠다. 돈 버는 건 좋은데 말이야. 나는 저렇게 못 할 거 같다. 왜? 요즘 대기업 들어가면 어떤지 다 알잖아. 돈 쓸 시간은 준다나? 무슨 소리야. 연수 전에 여행도 보내준다던데. 근데 그걸 우리가 왜 걱정해?

차라리 조금 전의 정적이 좋았다. 중공업이면, 그 회사에 여자는 있나? 점마 평생 솔로네. 아니면 듀오던가. 의자에 푹 기대있던 다른 놈이 말했다. 농담으로 툭 던진 말이었다. 대신 넌 직장이 없잖아. 그 말에 곧바로 한 놈이 이렇게 대답했다. 다들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웃어주지도 않았다. 못 들었다기엔 똑똑히 말했기 때문에 못 들은 척을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그 말에 토를 달지도 않았다.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까 다 같이 일어날 걸 그랬나. 한 놈이 말했다. 그러자 다른 녀석이 화장실을 간다며 일어났다. 계속 말에 날을 세우던 그녀석이었다. 농담했던 녀석이 그제야 피식 웃었다. 우리도 다됐네. 옆에 앉은 놈이 말없이 고기를 불판에 올렸다. 불판 위로 연기가 흩어졌다. 우리는 흩어지고 있었다.

근데, 너흰 뭐가 그렇게 하고 싶은데? 쓰러졌던 녀석이 다시 일어났다. 녀석은 입가에 침을 닦으며 찡그린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우리도 깜빡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뭘, 뭘 그렇게 하고 싶은데? 녀석이 다시 물었다. 우리는 대답 하지 않았다. 녀석이 갑자기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리 둘도 따라 일어났다. 우리가 덜 닫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녀석은 변기를 붙잡고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한 놈이 등을 두드렸다. 엎드린 녀석이 한차례 크게 쏟아냈다. 녀석은 무릎을 꿇었다. 빗줄기가 변기 위 창문을 요란하게 내려치고 있었다.

괜찮나? 둘 가운데 하나가 말했다. 엎드린 녀석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고 나서 한 번 더 토했다. 우리는 계속 등을 두들겼다.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우리가 휴지를 주자 녀석은 입을 닦았다. 나도 돈 벌려고. 녀석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이건 내 통과의례의 끝이야. 한국 남자가 겪어내야 하는 그런 단계 말이야. 돈 벌어가지고, 부모님 손에 통장 하나 쥐여드린 다음에, 그다음에 내 맘대로 살련다. 그다음에 난 내 길 갈래. 꼭 남들처럼 안 해도,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살 수 있다고 보여줄래 내가. 녀석이 다시 변기를 붙잡았다. 그리고 아무 건더기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시원하게 게워냈다. 옆에 놈이 등을 두들기며 녀석을 거들었다. 그래. 할 수 있어. 너 마음만 먹으면, 아무 일 없이 몇 년 만 학교에 비비면 기세 좋게 취직도 할 수 있잖아. 취업난이고 뭐고, 그런 일 아직 남 이야기잖아. 녀석의 고개가 더 쳐졌다. 말하는 놈의 혀가 빌빌 꼬였다. 그래, 취직 나쁘지 않지. 그저 능력 없는 놈들이 나쁘게 만들었을 뿐이지.

그렇지? 상황은 행위를 용서하니까, 상황은 행위를 용서하니까. 그래서 난 인마, 해낼 거야. 다 해내고……. 녀석이 막걸리와 같이 자꾸 무슨 말을 게워냈다. 말들은 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 섞여 아래로 빨려 내려갔다. 지켜보는 우리도 욕지기가 났다. 그렇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먹고사니즘이라는 혈통 모를 싸구려 합성어가 떠올랐다.

돌아가서 우리는 다시 술을 마셨다. 토한 놈이 정신이 돌아와 떠들기 시작했다. 녀석은 한껏 들뜬 목소리였다. 우리의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 속마음을 드러냈다는 사실에 걱정이 가신 듯했다. 근데 오늘 그 자식 안 멋있더나? 난 솔직히 멋있던데. 녀석은 젖은 머리칼을 매만져 취직한 녀석의 머리를 따라 하고는 가게 유리에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우리는 순순히 대답만 해주며 남은 술을 마셨다. 몇 신지는 몰랐으나 여전히 사람들이 떠들어댔다. 옆자리에는 곧 수능을 칠 자식의 이야기를 안주 삼아 잔을 꺾는 아줌마들이 보였고, 다른 옆자리에는 인사이동에 대한 뒷말로 담배를 굽는 아저씨들이 보였다. 우리는, 언제 다른 일로 빛날 때가 있었는지, 또 그렇게 얻은 밥벌이 뒤엔 그런 날이 오긴 오는지 도대체가 알고 싶어 마음이 졸았다. 실제로도 졸다 잠이 든 것 같았다.

우리를 깨운 사람은 국밥집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장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우리를 두들겼다. 상에는 거의 건드리지도 않은 수육 위로 쓰러진 빈 술병들이 보였다. 언제 다 마셨는지 가물가물했다. 여전히 비가 내렸기에, 우리는 눈 감기 전 그 날이 바로 몇 시간 전 오늘임을 가늠했다. 시간은 새벽 세 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다. 계산하고 커피를 한잔 씩 뽑아든 우리는 문밖을 내다봤다. 비는 제법 굵게 내렸다. 조금 기다리면 할증 풀리는데……. 한 놈이 말을 하다 말았다. 졸음을 겨우 쫓아내자 술기운이 다시 달려들었다.

그냥 비 맞고 걷자! 한 놈이 갑자기 소리쳤다. 녀석은 비가 쏟아지는 밖으로 나갔다. 야, 잠깐만! 그 새끼 어디 갔지? 뒤따라 나오던 녀석이 앞서 가는 놈을 불렀다. 벌써 비에 축축이 젖은 놈이 뒤를 돌아봤다. 어! 그러게. 녀석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안에 없나? 다른 녀석이 문을 빼꼼히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없다! 녀석이 말했다. 이 씨이발놈들, 다 갔네. 녀석은 어칠비칠대며 빗속으로 나아갔다. 차가 빵빵거리며 녀석을 비췄다. 녀석은 눈을 가리며 욕을 했다. 남자가 창문을 열고 소리치며 경적을 울렸다. 그제야 녀석은 그곳이 도로 위임을 알아채고 비켜섰다. 안에 없다고? 녀석은 인도로 올라와서 또 물었다. 없다니까. 다른 녀석이 말했다.

둘만 남은 우리는 비틀대며 처마 밑을 따라 걸었다.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아까 우리 때문에 멈춰 선 차 뒤로는 지나가는 차가 없었다. 가끔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취객이 보였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어디로 난 길인지는 몰랐다. 집도 아니었고, 또 다른 술집도 아니었다. 길은 점점 조용해져서, 빗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길을 따라 걷기는 했지만, 어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앞서 가던 녀석이 흥얼거렸다. 노래를 부르는지 그냥 말에다 가락을 붙였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잠깐 오줌 좀 싸자. 한 놈이 말했다. 다른 녀석도 멈춰 섰다. 녀석이 바지를 푸는데, 갑자기 다른 녀석이 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비 오는데 뭐 어때서. 녀석이 비틀대며 말했다. 나머지 녀석도 덩달아 처마 밖으로 돌아섰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고, 시장은 컴컴했다.

아...우리 둘 만 남았구만. 문 닫은 정육점 앞이었다. 그래. 우리는 투다 투! 저스트 투! 아이 씨발. 한 녀석이 바지를 추스르며 말했다. 왜, 둘은 외로워? 다른 녀석이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둘 하니까 생각하는데, 내 이름 뭐고. 뭐? 내 이름이 뭐냐고 인마. 일상이 아이가. 다른 녀석이 대답했다. 그래, 일상. 아 평범하다. 녀석은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라이터는 녀석이 몇 번이고 당긴 뒤에야 겨우 불이 붙었다. 근데 우린 둘이잖아. 녀석이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일에다가, 응? 일에다가 일을 더한 게 둘이라고. 뭔 소린지 아냐? 뻔한 일상에 일만 더하면, 새끼야, 일상에 일만 더하면 이상이라니까. 조용히 듣던 녀석이 갑자기 칼칼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왜 인마? 말한 녀석이 물었다. 녀석은 계속 웃으며 뒷걸음질치다 발이 걸려 가게 문간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야, 내가 너 미친 건 일찍이 알았는데, 니 이름으로 허세 부리는 꼴은 정말 못 봐주겠다. 녀석은 아파서 욕을 하면서도 킬킬댔다.

근데 말이야. 웃음거리가 된 녀석이 말했다. 녀석이 담배를 빗속으로 던졌다. 꽁초의 불씨가 사그라지자, 녀석은 다른 녀석의 옆에 앉았다. 아까 그 자식이 뭘 그렇게 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말이야. 나는 생각이 안 나더라. 내 꿈이 뭔지 말이야.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노상 꿈을 들먹였는데, 나는 진짜 내 꿈이 뭔지. 모르겠다. 근데 겨우 그런 꿈 때문에, 내 꿈이 아닐지도 모르는 그깟 꿈 때문에, 진짜 뭘 하고 싶은지 알지도 못하고 사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니는 왜 대답 안 했는데?

다른 한 놈이 대답했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이야 있지. 근데 나는 하고 싶은 걸 하고 말고보다도, 해도 되는지 모르겠더라.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까 내가 다른 사람 같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나 걱정도 되고, 죄 같기도 하고. 그래, 우리가 맨날 쏘다니긴 했어도, 언제 스스로 뭘 고른 때가 있었니. 학교도 그렇고 전공도 그렇고. 이과에 문과에, 문제집도 사라는 문제집만 샀지 따로 사서 푼 적 없잖아. 근데 갑자기 내가 결정해야 하니까. 사실은 겁이나.

말을 마친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우리는 정말 자유로웠을까. 어쩜 먼저 돌아간 놈들이 옳은 선택을 했을지도 몰랐다. 객관식 문제로 친다면, 놈들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보기 하나를 검고 짙게 칠한 셈이었다. 남은 우리는 바보처럼, 이 문제는 답이 없거나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며 선택을 주저하는 쪽인지도 몰랐다. 보기 안에서 고르는 순간 이 시험에 말려드는 꼴이라며, 그러면서도 그 시험을 욕하는 일 밖에는 달리 할 줄 아는 일도 없는 떠버리 같은 존재 말이다.

야, 저 차 택시 같은데? 서 있던 녀석이 멀리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 있던 녀석도 일어나서 가리킨 쪽을 보았다. 백 미터 쯤 떨어진 네거리에서, 가운데 빨간 불이 들어온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손님 없는 택시였다. 어떡해, 뛰어? 한 놈이 물었다. 비는 저녁때보다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뛰자. 다른 녀석이 그놈을 바라보았다. 용기는 전염되니까, 우리는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비는 순식간에 우리를 적셨고, 피곤함에 찌든 몸은 제힘을 내지 못했다. 술이 막 깨기 시작했을 때였으니, 아마 머리도 깨질 듯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녀석은 넘어졌을 것이다. 무엇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던 우리 중 하나가 넘어졌다. 한참 앞서 가던 다른 녀석이 멈춰서 돌아봤을 때, 넘어진 녀석은 얼굴을 감싸 쥔 채 꿈틀대고 있었다. 저 멀리 신호등이 푸른색으로 바뀌었고, 택시는 우리 쪽이 아닌 옆길로 돌았다. 다른 녀석이 쓰러진 녀석에게 다시 달려왔다.

넘어진 녀석은 젖은 바닥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야! 괜찮아? 달려온 녀석이 물었다. 녀석은 넘어진 녀석의 손을 치우고 얼굴을 살폈다. 이마와 광대뼈에서 피가 흘렀다. 얼굴 옆면이 다 시뻘겠다. 상처 위로 빗물이 주르르 흘렀다. 갑자기 넘어진 녀석이 킬킬대기 시작했다. 왜 그래? 얼굴을 살피던 녀석이 물었다. 녀석은 대답도 없이 킬킬댔다. 다른 녀석이 전화를 꺼내고 114에 전화를 걸어 가까운 외과 응급실을 물었다. 응급실 번호와 위치까지 알아낸 뒤 녀석이 콜택시 번호까지 물을 때, 넘어진 녀석이 그 녀석의 전화를 빼앗았다. 그리고 녀석을 아래로 당겼다. 위의 녀석이 넘어졌다. 여기 좀 봐. 녀석이 앞을 가리키며, 자기 옆으로 넘어진 녀석에게 말했다.

물 냄새 비릿한 땅이 보였다. 땅 위로는 당연히 비가 쏟아져 내렸고, 쏟아진 빗줄기는 온 땅에 부딪혔는데, 부딪힌 곳에서 빗물은 다시 사방으로 튀었다. 눈에 가득 찬 세상의 모든 땅 위에서, 떨어진 빗물은 제각각 튀어 올라 퍼졌고, 우리의 이마에도, 입에도, 눈에도, 쏟아진 빗줄기는 다시 튀어 올랐다. 작지만 힘차게 올랐다. 우리는 같이 킬킬댔다. 꽤 오랫동안이었다. 그러다 다시 빗소리만 남았을 때, 녀석은 꼭 꽃 피는 모습 같지 않으냐고 중얼거리며 손에서 힘을 뺐다. 꽃 같았다. 꽃은 땅 위에도, 우리의 이마 위에도, 입 위에도, 눈 위에서도, 그리고 녀석의 상처 위에서도 시끄럽게 피고 있었다. 우리 앞으로 이걸 비꽃이라고 하자. 우리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비꽃. 그리고 우리는 같이 일어났다. 꽤 오랫동안 누워 있던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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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다른 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게 있죠. 똑같은 라라랜드를 보고도 그냥 연애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망으로 읽히는 사람이 있듯이요. 남는 건 그것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속 녀석들에겐 그 영화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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