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평범했던, 어두웠던 일상의 풍경을 바꿔줬던 사람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프롬, 당신의 계절은 무엇입니까?

백일장 주제와 비슷한 느낌이라 달아봅니다.
넹.., 사실은 치트키 입니다.
글이 짧아서… ㅎㅎ

제목 : 평범했던, 어두웠던 일상의 풍경을 바꿔줬던 사람

20대 초반이었어요.

해외 인턴십(?)을 목표로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장소는 인천의 제물포역 뒷골목, 카페, 학원, 집과 학원을 이어주던 14번 버스, 버스 정류장

학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회화에 익숙한 친구들은 레벨업을 쭉쭉 해가며 반을 올라가곤 했습니다.

1레벨~6레벨 > 졸업시험까지 수준별로 나누어진 학급에서 저는 위로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횡 이동 하던가… 3레벨 > 3레벨 > 3레벨

좀 재밌게 회화 수업을 듣고 싶어서 레벨 다운도 자주 했었던 이상한 학생이었습니다.

레벨 다운하면 그 학급의 외국인 선생님 지분(?)을 많이 차지할 수 있으므로… ㅡㅡ;
어찌보면 치사한 학생이기도 했지요. ㅎㅎ

3레벨 > 4레벨 > 1레벨 > 2레벨 > 1레벨 > 3레벨 ….

한 번 수업이 시작되면 2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레벨업에 실패하면 눈물을 보이던 학원생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 학기?에 맞춰서 또 다시 레벨 다운을 했습니다.

아마도 1, 2레벨 정도 반에서 만난 친구였나 봅니다.

어디 사냐, 무엇을 하냐, 취미는 뭐냐 등등 사적인 질문을 서로서로 마구 날리며 친해집니다.

회화 학원에서 커플이 종종 생기고, 결혼도 하는 모습을 많이 봤었는데

배우는 것은 영어지만 그 영어로 묻는 건 한국식 질문이기에… 그랬겠죠? ㅋㅋ

수업전 랩타입 30분, 수업 1시간, 수업후 랩타임 30분… 총 2시간을 영어로만 웅얼웅얼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피곤하기만 했습니다.

왜 이렇게 실력이 늘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같은 반인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처음 같이 버스를 타고 갔던 날 이후로

거의 매일 같이 수업을 듣고, 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학원 수업 전에도 역에서 미리 만나서 가는 경우가 늘어났지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인천 토박이라 너무나 익숙하고 뻔했던 이 거리가

항상 우중충한 기운을 내 뿜던 이 제물포 뒷골목이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 친구랑 있으면… 세상이 달라보여..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나? “

“아니다.. 아니야… 에이… “

혼자 중얼중얼

왜 그랬을까요? ㅎㅎ

나중에 스스로 답을 찾아봅니다.

큰 키를 가지고 있던 그 아이와 함께 있으면 시야가 많이 달라져서

맨날 정면 또는 땅바닥이나 보고 다녔던 내 발걸음과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 준 키 크고 밝았던 그 친구 덕분에

저는 평소와 달라진 풍경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했었던 것이죠. ㅎㅎ

view.jpg

이 친구 역시나 학원에서 만난 제 친구와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합니다.

어쩐지 셋이서 같이 있으면 제 친구 녀석이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으르렁거리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 ㅡㅡ; (커플 주제에 왜 솔로한테…;)

해외 인턴십 이후로 일부러 그 둘과 연락을 끊고 살았죠. ㅎㅎ

아마 지금은 한 가정의 애 엄마, 애 아빠로 바쁘게 살고 있을 그 둘에게 좋은 미래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이제는 이름도, 영어 닉네임도 기억나지 않는 나의 풋풋했던 시절의 친구야

즐겁게 잘 지내길 바란다.

네 덕분에 고개를 푹 숙이지 않고

조금은 위를 바라보며 다니게 되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_P8080008.jpg
[제물포 뒷골목 카페에서 찍은 2005년의 하늘]

고맙다.

:)

p.s, 이것은 짝사랑? 착사랑(착각사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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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친구로 인한 시야의 변화. 감동입니다 ㅠㅠ

@isaaclab님ㅋㅋㅋ 댓글 감사합니다.

프롬 보고 바로 달려 들어왔숩니다....

프롬이죠. ㅋㅋㅋ 치트키 효과가 좋네요. ㅎㅎ

의도치않게 다른 풍경을 보게 되셨네요
근데 그림이 너무 재미있어요 ㅋㅋㅋㅋ

@jiuun님 안녕하세요? 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a

좋은 추억 공유 감사해요
저도 해외 인턴 가는데 언어 고민이네요 ㅠ
갑자기 나라도 바뀌고 ㅠㅠ

@ngman100님 댓글 감사합니다. :D
해외 인턴... 걱정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오시면 좋겠네요. ㅎㅎ
화이팅!!

제물포 뒷역 추억이 있는 곳이네요.. 최근이면 3년전애 볼링장간 것이네요 ㅎㅎ.. 노래방이 저렴해서 자주 갔었습니다 ^^

@woojumbs님 댓글 감사합니다.
인천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보니 그 근처에서 추억이 많습니다. ㅎㅎ
멋쟁이 사장님이 계시는 와인집이 있어서 요즘도 가끔 가거든요. :)
kr-pub 을 달고서 그 집 후기도 남겨봐야겠네요. ㅎㅎ

햐.... 프롬 영상을 맨앞에 두어 재생하게 만든뒤 들으면서 글을 읽게하시는 대단한 전략... 감탄했습니다.ㅋㅋㅋㅋㅋ 환님의 짝사랑을 한편의 청춘소설로 만들어버리시네요~

게다가 새롭게 저 '시야의 차이'를 깨닫고 갑니다. 정말 친구와 함께 갈땐 바닥을 보고걷지 않네요! ㅎㅎ

무엇보다 노래와 내용이 너무 잘 어우러져서 꼭 저녁 노을진 버스에서 한귀에 이어폰을 꼿고 듣는 라디오 사연같았습니다. 하마터면 저도 제보할뻔 했어요~ ㅋㅋ

정말 잘 보고, 듣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너무 속보였나요? ㅎㅎㅎ !!
@marginshort님이 멋있게 포장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ㅋㅋ
좋은 이벤트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아 그러네요.
쌍안경 을 통해보면 더 멀리보이죠?
누군가와 함께 보는 세상은 이미 그 전의 세상이 아니겠네요.
사랑스런 글 잘 읽었어요.

@tata1님 댓글 감사합니다. 헤헤..
제 마음을 또 그렇게 멋지게 풀어서 적어주시네요. ^^

짝사랑이야기이구나! 했는데 시야가 바뀌었다는 이야기였네요ㅎㅎㅎ잘 읽고 갑니다!

@ghana531님 ㅋㅋㅋㅋ 댓글 감사합니다. ^^

으압ㅎㅎ 노래도 좋고, hawn100님의 짝사랑? 내지 착사랑? 같은 이야기도 잘 들었습니다.
제가 hawn100님이었으면 참... 화가 많이 났을 것 같네요... ㅎㅎㅎ

제물포 뒷골목 카페의 하늘 사진도 맘에 듭니다.
사진 속, 빗방울 뒤에 맑은 하늘이 좋네요.

@dmy님 ㅎㅎ 제 기분을 다 챙겨주시고... 감사합니다. :D

아래 사진은 운 좋게 걸린 사진이에요. ㅎㅎ
무려 130만 화소의 올림푸스 c-100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죠. ^^

오.. 130만 화소라면....
hwan100님의 감각이 어마무지 하신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큭 뭔가 이런 일을 겪은 적은 없지만 제가 겪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드네요 ㅎㅎㅎ;; 짝사랑은 보편적인 정서일까요?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vimva님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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