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기적의 건축물, 판테온
기적의 건축물
판 테 온
세계의 수도, 로마에 왔다. 로마란 이제 나에게 단지 하나의 공허하고 막연한 단어가 아니라 비로소 드디어, 내 눈앞에 현현해 있는 실재가 되었다.
너무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없는 콜로세움을 보았다. 2천년을 품고 있는 역사와 보잘것 없는 현재의 내 몸뚱아리가 곳곳에서 충돌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밀라노에서 만났던 한 한국인은 나에게 말하길, 여태까지 가본 곳 중에 티켓 값과 오랜 줄을 기다려 콜로세움 안에 들어갔던 것이 가장 후회되었으며 별로였다고 말했는데, 난 오늘에서야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여태까지 여행지에서 만나 본 사람 중 그 놈이 가장 별로였다고..
콜로세움은 그 규모만큼이나 건축역사적으로도 의의가 많다고 하다. 일례로 현대건축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시멘트를 처음 발명해 적용한 곳도 콜로세움이라 한다. 내부를 거닐면서 고대 로마를 상상하는데 나의 부족한 상상력을 영화 <글레디에이터> 와 함께 떠올리니 훨씬 수월했다.
예술품이나 건축물이 완벽히 보존되어서 원래 그것이 만들어졌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나는 오래되어서 희미해지고 없어지고 때론 터만 남고 이끼가 끼고 잔해들만 겨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들에 더 감동을 잘 받곤 한다.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본능과 끝까지 예술로서 남고 싶은 건축의 욕망이 부딪힌다. 그 뜯겨지고 없어진 빈 공간에 마구마구 내 멋대로 상상을 펼칠 수가 있는데 나는 그런 폐허 앞에서 이런 식으로 멍 때리는 것을 즐긴다.
사실 이런 기분을 가장 잘 느겼던 여행지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였지만 로마의 콜로세움 옆에 있는 폐허가 된 고대의 도시, 포로로마노 역시 그러한 기분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현재 이 시대도 시간의 위력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대부분의 것들은 포로로마노처럼 결국 인간에 의해 무너지거나 자연에 의해 파괴될 것이다. 지금 내가 생활하는 모든 것이 먼 미래에는 고고학적 대상이 될 것이다. 오늘도 포로 로마노에서 사람들은 인류의 먼 과거이자 동시에 먼 미래를 보고있는 것이다.
2천년동안 유일하게 완전한 형태로 살아남은 로마의 건축, 판테온을 보았다. 골목 사이를 지나 판테온이 처음 눈 앞에 등장했을 때 순간적으로 나를 압도하는 존재감은 바티칸 미술관에서 보았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마 내가 알고있는 수사와 어휘로는 판테온 앞에서 느낀 나의 감성을 언어화시키지 못할 것만 같은 좌절감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늦은 밤이 되어 겨우 글을 쓰고 있다.
이걸 눈 앞에서 보고 있노라면 이제껏 유럽을 여행하며 수없이 감탄했던 모든 건축물들이 단 한번에 내 머리속에서 사라진다 해도 괜찮을 정도다. 판테온은 단지 오래된 건축이라는 기념비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숭고하고 중후한 중력으로 하여금 주변의 모든 풍경의 시공간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세월의 무게탓에 조금 부숴지고 깎여졌지만 여전히 그 역할을 굳건하고 묵묵하게 수행하고 있는 건물의 외벽과 기둥들에게 존경심이 일어났다. 참고로 나는 로마에 머문 열흘의 기간동안 판테온을 세 번이나 갔다.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는 또 완전히 다른 세계다. 현존하고 있는 로마건축 중에 최초로 돔 구조를 보여주는 판테온의 내부는 최초라는 수식에 걸맞지 않게 완벽한 수학적 세계를 이루고 있다.
높이와 넓이가 완전하게 동일한 크기로, 전체적으로는 커다란 원의 세계이며 그 속에서 사각형과 삼각형들이 작은 세계들을 이루고 있다. 기둥 하나없이 내부 전체가 완전한 원으로 형성된 지극히 미니멀하면서도 그렇기에 너무나도 현대적인 건축이다.
가히 기적의 건축물, 미켈란젤로의 말대로 천사의 설계라 불리울만 하다.
천장에 동그랗게 뚫린 구멍, 오쿨루스에는 빛과 함께 비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정말 비오는 날의 판테온은 소문대로 정말 멋있었다.
며칠 전 쟈니꼴로 언덕에서 로마 전경을 보았는데 판테온의 모습은 마치 도시 속에 안착한 UFO를 연상케 했다. 누군가 고대에 외계인이 만들었다 주장해도 쉽사리 웃어넘기지 못할 정도로 판테온은 비밀스럽고 신비스런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
판테온은 피렌체의 예술가 브루넬레스키를 감동시켜 르네상스 건축의 문을 열게 만들었던 영감의 원천이자, 그 이후 지어진 모든 돔 구조를 갖는 건축들의 원형이다.
그리고 불교미술사가 이주형 교수와 최근 방영된 KBS 다큐에 따르면, 이 판테온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실크로드를 타고 석굴암의 돔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니 참으로 흥미로운 역사의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로마에 엄청난 예술품들이 많지만 단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코 판테온이다.
마크다운 타이틀 디자인 @kyunga
정말 역사와 시간이 깃든 곳이기에 더 숭고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오우 저도 가보고 싶네요. .
그냥 딱 보면 시간과 공간과 막 우주의 흐름까지 느껴진다며 약간 거짓말 보태서 과장하고 싶을 정도의 느낌! 이었습니다.
요즘 포스팅을 올릴 때마다, 올린 직후에 10~20명씩 팔로워가 자동으로!? 늘어나는데 정상적인 루트라기보다는 아무래도 누군가가 프로그램을 돌리거나 그런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아마도 그런 거 같습니다. ㅎㅎ
전에는 안그랬는데 얘네들 갑자기 왜 이럴까요? ㅎㅎ 실속없는 팔로워 숫자만 늘어나는게 참 허망하네요..
아 그런일도 있나요? 저는 알람기능을 안해놔서 모르는데 확인해 보고싶네요
포스팅 올리고 난 직후에 팔로워 숫자 변화를 살펴보세요. 아마 10명에서 20명 사이로 갑자기 늘어나있으면 저랑 같은 증상!
네 저도 그렇더라구요. 포스팅을 올릴 때마다 그런 건가봐요? 요상한 일이네요.
소울메이트님... 왜이리 저랑 시간대가 안 맞지요? 얼릉 글 찾으러 갈께요 지금
덕분에 개인적 의견까지 들으며 눈호강 합니다. 감사히 잘 봤습니다~
밤낮으로 가서 찍었습니다. 특히 밤의 판테온! 참 예쁘고 웅장하더군요. 좋은 밤 보내세요 ^^
저도 판테온에 세 번이나 갔었는데 여기도 한 분 계시네요:)
오옷~~! 그냥저냥 볼만했어~ 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 저는 완전 반했거든요. 통했네요. 반가워요! ㅋㅋ
놀랍습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넘 좋았어요.
판테온을 두번이나 갔는데 두번 다 문이 잠겨 있어서 아쉽게도 안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ㅠㅠ (뭐 그것때문에 로마에 또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한 개 늘어나긴 했습니당 ㅎㅎ) 판테온에 압도당하신 여행기를 읽고 나니 다음에 가게 된다면 그 앞에서 한참 멍을 때리고 와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두 번이나... ㅠㅠㅠ 음.. 판테온도 삼고초려 하면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반겨주지 않겠습니까? 때가 맞다면 비 오는 날을 노리고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번이나 가셨다니.... 얼마나 감동하고 계신지 느껴집니다.
여행이 쭈~욱 행복하시기 바래요.
쭈욱 행복하게 잘 여기저기 둘러보고 지내다가 왔습니다. 지금은 옛 기억을 그리워할 뿐입니다.^^
로마에서 길 잃어버리고 돌아다니다가 본게 판테온이었는데
정말 멋졌어요 ㅎ
길 잃었다가 보는 것이 무려 판테온이라는 사실이... 로마의 설명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아무데나 가도 유적지!!
저도 여길 직접 가서 봤다는 얘기를 했던가요?
아무튼 저 천장의 구멍이 전 너무 신비로웠어요.
아... 그러네요. 비가 오면 그곳으로 비가 내리겠네요..
그걸 못 본게 좀 아쉽네요.
판테온 뒷골목에서 먹은 마르게리따 피자와 독한 후식인 차오가 생각납니다.^^
아 저도 로마에서는 마르케리따 피자만 먹고 다녔습니다. 아마 판테오 근처에서도 먹었을 듯 한데.. 파스타는 한국이 훨씬 맛있지만 피자는 역시 이탈리아더군요!! 아 또 피자 먹으러 이탈리아 가고 싶네요 ^^
2천년이나 된 건물이 아직도 저렇게 멀쩡하다니,,, 기적이네요..
내부는 마치 지은지 얼마 안된 거 같아요..
돔에 음각되어 있는 사각형 모양들이 질서정연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외부는 중후하고 내부는 이렇게 세련될 수가 없고.. 정말 이런걸 보면 문화가 시간순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론이 다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