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기적의 건축물, 판테온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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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건축물

판  테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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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수도, 로마에 왔다. 로마란 이제 나에게 단지 하나의 공허하고 막연한 단어가 아니라 비로소 드디어, 내 눈앞에 현현해 있는 실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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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없는 콜로세움을 보았다. 2천년을 품고 있는 역사와 보잘것 없는 현재의 내 몸뚱아리가 곳곳에서 충돌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밀라노에서 만났던 한 한국인은 나에게 말하길, 여태까지 가본 곳 중에 티켓 값과 오랜 줄을 기다려 콜로세움 안에 들어갔던 것이 가장 후회되었으며 별로였다고 말했는데, 난 오늘에서야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여태까지 여행지에서 만나 본 사람 중 그 놈이 가장 별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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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은 그 규모만큼이나 건축역사적으로도 의의가 많다고 하다. 일례로 현대건축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시멘트를 처음 발명해 적용한 곳도 콜로세움이라 한다. 내부를 거닐면서 고대 로마를 상상하는데 나의 부족한 상상력을 영화 <글레디에이터> 와 함께 떠올리니 훨씬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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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이나 건축물이 완벽히 보존되어서 원래 그것이 만들어졌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나는 오래되어서 희미해지고 없어지고 때론 터만 남고 이끼가 끼고 잔해들만 겨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들에 더 감동을 잘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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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회귀하려는 본능과 끝까지 예술로서 남고 싶은 건축의 욕망이 부딪힌다. 그 뜯겨지고 없어진 빈 공간에 마구마구 내 멋대로 상상을 펼칠 수가 있는데 나는 그런 폐허 앞에서 이런 식으로 멍 때리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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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기분을 가장 잘 느겼던 여행지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였지만 로마의 콜로세움 옆에 있는 폐허가 된 고대의 도시, 포로로마노 역시 그러한 기분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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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시대도 시간의 위력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대부분의 것들은 포로로마노처럼 결국 인간에 의해 무너지거나 자연에 의해 파괴될 것이다. 지금 내가 생활하는 모든 것이 먼 미래에는 고고학적 대상이 될 것이다. 오늘도 포로 로마노에서 사람들은 인류의 먼 과거이자 동시에 먼 미래를 보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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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동안 유일하게 완전한 형태로 살아남은 로마의 건축, 판테온을 보았다. 골목 사이를 지나 판테온이 처음 눈 앞에 등장했을 때 순간적으로 나를 압도하는 존재감은 바티칸 미술관에서 보았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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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알고있는 수사와 어휘로는 판테온 앞에서 느낀 나의 감성을 언어화시키지 못할 것만 같은 좌절감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늦은 밤이 되어 겨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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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눈 앞에서 보고 있노라면 이제껏 유럽을 여행하며 수없이 감탄했던 모든 건축물들이 단 한번에 내 머리속에서 사라진다 해도 괜찮을 정도다. 판테온은 단지 오래된 건축이라는 기념비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숭고하고 중후한 중력으로 하여금 주변의 모든 풍경의 시공간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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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무게탓에 조금 부숴지고 깎여졌지만 여전히 그 역할을 굳건하고 묵묵하게 수행하고 있는 건물의 외벽과 기둥들에게 존경심이 일어났다. 참고로 나는 로마에 머문 열흘의 기간동안 판테온을 세 번이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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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 들어갔다. 내부는 또 완전히 다른 세계다. 현존하고 있는 로마건축 중에 최초로 돔 구조를 보여주는 판테온의 내부는 최초라는 수식에 걸맞지 않게 완벽한 수학적 세계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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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와 넓이가 완전하게 동일한 크기로, 전체적으로는 커다란 원의 세계이며 그 속에서 사각형과 삼각형들이 작은 세계들을 이루고 있다. 기둥 하나없이 내부 전체가 완전한 원으로 형성된 지극히 미니멀하면서도 그렇기에 너무나도 현대적인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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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기적의 건축물, 미켈란젤로의 말대로 천사의 설계라 불리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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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동그랗게 뚫린 구멍, 오쿨루스에는 빛과 함께 비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정말 비오는 날의 판테온은 소문대로 정말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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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쟈니꼴로 언덕에서 로마 전경을 보았는데 판테온의 모습은 마치 도시 속에 안착한 UFO를 연상케 했다. 누군가 고대에 외계인이 만들었다 주장해도 쉽사리 웃어넘기지 못할 정도로 판테온은 비밀스럽고 신비스런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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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은 피렌체의 예술가 브루넬레스키를 감동시켜 르네상스 건축의 문을 열게 만들었던 영감의 원천이자, 그 이후 지어진 모든 돔 구조를 갖는 건축들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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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교미술사가 이주형 교수와 최근 방영된 KBS 다큐에 따르면, 이 판테온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실크로드를 타고 석굴암의 돔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니 참으로 흥미로운 역사의 전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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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엄청난 예술품들이 많지만 단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코 판테온이다.




마크다운 타이틀 디자인 @kyu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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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역사와 시간이 깃든 곳이기에 더 숭고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오우 저도 가보고 싶네요. .

그냥 딱 보면 시간과 공간과 막 우주의 흐름까지 느껴진다며 약간 거짓말 보태서 과장하고 싶을 정도의 느낌! 이었습니다.

요즘 포스팅을 올릴 때마다, 올린 직후에 10~20명씩 팔로워가 자동으로!? 늘어나는데 정상적인 루트라기보다는 아무래도 누군가가 프로그램을 돌리거나 그런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아마도 그런 거 같습니다. ㅎㅎ

전에는 안그랬는데 얘네들 갑자기 왜 이럴까요? ㅎㅎ 실속없는 팔로워 숫자만 늘어나는게 참 허망하네요..

아 그런일도 있나요? 저는 알람기능을 안해놔서 모르는데 확인해 보고싶네요

포스팅 올리고 난 직후에 팔로워 숫자 변화를 살펴보세요. 아마 10명에서 20명 사이로 갑자기 늘어나있으면 저랑 같은 증상!

네 저도 그렇더라구요. 포스팅을 올릴 때마다 그런 건가봐요? 요상한 일이네요.

소울메이트님... 왜이리 저랑 시간대가 안 맞지요? 얼릉 글 찾으러 갈께요 지금

덕분에 개인적 의견까지 들으며 눈호강 합니다. 감사히 잘 봤습니다~

밤낮으로 가서 찍었습니다. 특히 밤의 판테온! 참 예쁘고 웅장하더군요. 좋은 밤 보내세요 ^^

저도 판테온에 세 번이나 갔었는데 여기도 한 분 계시네요:)

오옷~~! 그냥저냥 볼만했어~ 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 저는 완전 반했거든요. 통했네요. 반가워요! ㅋㅋ

놀랍습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넘 좋았어요.

판테온을 두번이나 갔는데 두번 다 문이 잠겨 있어서 아쉽게도 안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ㅠㅠ (뭐 그것때문에 로마에 또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한 개 늘어나긴 했습니당 ㅎㅎ) 판테온에 압도당하신 여행기를 읽고 나니 다음에 가게 된다면 그 앞에서 한참 멍을 때리고 와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두 번이나... ㅠㅠㅠ 음.. 판테온도 삼고초려 하면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반겨주지 않겠습니까? 때가 맞다면 비 오는 날을 노리고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번이나 가셨다니.... 얼마나 감동하고 계신지 느껴집니다.
여행이 쭈~욱 행복하시기 바래요.

쭈욱 행복하게 잘 여기저기 둘러보고 지내다가 왔습니다. 지금은 옛 기억을 그리워할 뿐입니다.^^

로마에서 길 잃어버리고 돌아다니다가 본게 판테온이었는데
정말 멋졌어요 ㅎ

길 잃었다가 보는 것이 무려 판테온이라는 사실이... 로마의 설명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아무데나 가도 유적지!!

저도 여길 직접 가서 봤다는 얘기를 했던가요?
아무튼 저 천장의 구멍이 전 너무 신비로웠어요.
아... 그러네요. 비가 오면 그곳으로 비가 내리겠네요..
그걸 못 본게 좀 아쉽네요.

판테온 뒷골목에서 먹은 마르게리따 피자와 독한 후식인 차오가 생각납니다.^^

아 저도 로마에서는 마르케리따 피자만 먹고 다녔습니다. 아마 판테오 근처에서도 먹었을 듯 한데.. 파스타는 한국이 훨씬 맛있지만 피자는 역시 이탈리아더군요!! 아 또 피자 먹으러 이탈리아 가고 싶네요 ^^

2천년이나 된 건물이 아직도 저렇게 멀쩡하다니,,, 기적이네요..
내부는 마치 지은지 얼마 안된 거 같아요..
돔에 음각되어 있는 사각형 모양들이 질서정연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외부는 중후하고 내부는 이렇게 세련될 수가 없고.. 정말 이런걸 보면 문화가 시간순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론이 다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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