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부석사 올라가는 길

in #kr-travel5 years ago (edited)

법고루 앞에 문이 있었다. 절밖으로 나가는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을 통해 부석사로 올라오고 있었고 나는 그 문을 통해 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문을 나서면서 사람들이 헉헉대고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힘들어 하면서도 그들의 얼굴 표정은 다들 밝아 보였다. 아무리 좋은 것도 쉽게 얻으면 귀한 줄 모르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부석사는 아주 적절한 자리를 잡고 있는 듯 했다. 우선 밑에서는 부석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힘들게 올라 오는 길은 계단만 보일 뿐이다. 비로소 법고루에 들어서야 절의 모습이 보인다.

문이 두개 있었다. 법고루 바로 앞에 있는 문이 천왕문이었다. 천왕문 밖으로 조금 더 나갔더니 이름 없는 문이 있었다. 문 안에도 아무런 장식이나 그림이 없었다. 아마도 금강역사상이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없이 빈 곳이었다. 이웃의 봉정사도 그렇고 부석사도 그렇고 사천왕문이나 금강문과 같은 격식이 분명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는 양산 통도사도 마찬가지였다. 천왕문은 있었으나 금강문은 없었다. 그 대신 옆의 건물에 금강역사상이 그려져 있었을 뿐이었다.

기껏 몇개 정도의 예만 가지고 속단하기는 어렵겠지만 호남 지역과 영남지역의 사찰 건축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측면도 살펴 보아야겠다.

천왕문 밖의 문을 나왔다. 사람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그만 내려가기로 했다. 그 정도면 볼만한 것은 다 본 듯했다. 차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다시 올라갔다. 방향을 뒤로 돌려서 올라가려는 순간 다시 그 문을 보게 되었다. 나올때 보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올라 갈 때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 모습은 전혀 달랐다. 불교는 깨달음을 찾는 종교다. 그렇게 본다면 부석사로 올라가는 그 길이 불교적 측면에서 가장 압권이었다. 그 길이 구도의 길이기 때문이다.

PA210270.JPG

부석사의 제1경은 아래에서 올라가면서 처음 있는 문으로 들어가는 길인 듯 하다. 그리 화려하지 않은 계단, 소박한 길이다. 그러나 가장 의미있는 곳이다. 절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의 모습.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길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두고두고 보면서 가장 의미있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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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저같은 사람은 계단 절반만 올라가도 헐떡헐떡 할 경사네염 ㅠㅠ 크흡 ㅠ

예전에 가족여행을 부석사로 간 적이 있었어요.
부석사 내러와서 사과도 사서 맛있게 먹고 ^~~^
쓰신 글을 보니깐
다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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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내리는 길의 눈길 닿는 곳마다,
부석사 만한 풍광이 또 어디 있던가요. 많이는 모르지만 그 사과맛 만큼이나 빼어난 곳입니다.

엄청높네요.

사진에 보이는 노란거시기는 꽃망울 아니죠?

제 기억속에 부석사 가는 길이
다시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사찰 건축기법도 살짝 차이가 있을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는데 다음에 기억했다 한번 비교해봐야 하겠네요.^^

파란 하늘과의 색 대비가 눈부십니다.

피카츄는 너무 귀여워서 클릭을 안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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