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in #kr-psychology6 years ago (edited)

상담을 공부하면 할수록 프로이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프로이트가 말한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프로이트가 정립한 정신분석의 이론은 오늘날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어떤 이론의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현상을 잘 설명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천동설은 지동설로 대체됐지만 지동설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여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신분석 이론의 주요 가정들은 오늘날에도 인간을 이해하여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실용적인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가령 프로이트는 인간 초기 발달의 몇 가지 단계들을 가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단계에서 과잉이나 결핍이 발생하면 그것이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매우 상식적인 얘기로 들리지만 백 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CBT는 정신분석에 비한다면 매우 현재초점적인 치료 방식이지만 CBT조차 개개인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초기 경험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치료자가 어떤 치료적 지향을 지녔든지 간에 한 개인의 초기 경험을 다루지 않는 심리치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이론적 지향을 막론하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신분석의 또 다른 가정은 인간의 행동이 많은 부분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 점입니다. 상담에서는 내담자에게 "왜?"라고 묻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는 경우보다 모르는 경우가 훨씬 더 많고, 안다고 하더라도 잘못 알고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정이 정신분석의 영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 전의식, 의식의 층위가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의식의 영역이 가장 좁습니다. 상담의 목표는 의식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내외부로부터 주어지는 피드백에 무의식적으로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틀을 지닙니다. CBT에서는 이것을 핵심신념이라고 하고 도식치료에서는 스키마라고 부릅니다.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이해의 틀이 더이상 유용하지 않을 때조차 그 틀로 세상을 바라보려 할 때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틀이란 게 워낙 오랜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 막상 수정이 필요하여 수정 작업을 할라치면 커다란 불안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어느 정도의 불안이냐 하면, 내가 죽는 것 같은 불안입니다.

이런 불안과 직면하지 않기 위해 소위 말하는 방어기제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해의 틀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들을 무시하거나 기존의 이해의 틀에 맞게 왜곡하는 방어체계입니다. 많이들 들어보셨을 억압, 주지화, 부인, 퇴행, 치환, 동일시, 투사, 반동형성 등이 이 방어기제의 구성 요소입니다.

이해의 틀이 위협받는 데 따른 죽음과 같은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를 형성함으로써 인간이 변화에 저항하고 관성을 유지하려 한다고 처음 주장한 것도 프로이트입니다. 의식적인 방어도 있지만, 방어체계 역시 대부분 무의식적이라 알아차리기가 어렵죠.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에 관한 지적 및 감정적인 수준에서의 통찰은 방어기제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해의 틀의 어떤 부분은 더이상 쓸모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됨으로써 쓸모없어진 부분과 연관된 방어기제가 자연스럽게 완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지 않은 상담자나 심리치료자는 없을 것입니다. 정신분석에서 파생돼 나온 대상관계 이론, 자아 심리학, 자기심리학 등을 계속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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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프로이트를 몰아내려 애쓰는 이론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만
누가 감히 그 이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반박하려면 더 열심히 파야한다는.... ㅋ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네 반박하려면 정신분석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2차 대문 이벤트 예정입니다.

우선 신청 순위를 드립니다. 만약 신청하지 않으시면 다른 분에게 가게됩니다. 답변 부탁드려요~

doughnut 202.png

앗 저 신청할게요. 감사합니다 : )

ㅎㅎㅎ 당첨되셨습니다~

본 그림에 넣을 문구를 적어주시고, 문구나 아이디를 대충 어디에 넣을지 알려주시면 샘플을 올려드리겠습니다~

gamiee님 감사드려요. 제가 주말에는 너무 바빠서 월요일에 알려드려도 될까요. 어떤 문구가 좋을지 생각을 좀 해보고 싶어서요. ^^

예 천천히 하셔도 돼요~ 나중에 알려주세요^^

twinpapa님 것처럼 오른쪽 상단 위에
맛있는 심리학 @slowdive14
이 정도 써주시면 될 것 같아요. 폰트 모양이나 크기는 전문가에게 맡깁니다 ㅎ 너무 감사드려요

예 곧 편집해서 올려드릴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