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의지식密儀知識] 레버넌트 : 글래스와 곰의 에로티숨

in #kr-psycholog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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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버넌트가 개봉되었을 때, 논란이 있었어. 그 논란은 곰이 주인공 글래스를 강간하는 장면이 있다는 논란이었지. 실제로 영화를 보면 둘 사이의 관계는 폭력적이지만 친밀하게 나와. 디카플리오도 'feel the intimacy of both man and beast'라고 표현하지. 그런데 그게 강간일까. 아니면 친밀감일까.

맥락을 따라가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을 거 같아. 영화 초반에 글래스는 사슴을 사냥해. 그러나 그의 사냥은 인디언의 사냥이 아니야. 즉 어떤 예를 갖춘 사냥이 아니라 단순히 고기를 얻기 위한 사냥이지. 그래서 사슴을 사냥하고 나서도 사슴을 거칠게 손질해. 인디언들에게 사슴은 그냥 사슴이 아니라 자연의 힘을 가진 존재인거야. 그 존재를 죽였을 때는 예를 갖추고 그 영혼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하지만 글래스는 인디언 마을에서 지낸 경험이 있음에도 그것까지는 체득하지 못한 거야. 그에겐, 그리고 그의 동료인 백인들에겐 사슴은 그냥 고기일 뿐이었던 거지.

곰이 글래스를 공격한 것은 그런 글래스의 잘못에 대한 자연의 응징이야. 그러나 곰은 단순히 응징만 하는 게 아냐. 글래스의 몸에 자신의 발톱으로 깊고 깊게 상처를 내. 백인의 상징인 글래스의 몸에 상처를 내는 거지. 상징을 찢어버리는 거야. 조르쥬 바타이유가 말했듯이, 폭력적인 에로티숨이야.

갑자기 에로티숨이라고 하니 좀 의외지? 에로티숨은 관계야.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자연과 만날 때, 상징의 금기를 넘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 같은 거지. 그래서 에로티숨은 죽음까지 파고든 삶인거야. 즉 글래스의 몸에 덮혀진 옷을 찢고, 하얀 가죽을 찢음으로써 상징을 넘어가는 거야. 말하자면 저건 고기, 이건 인간이라든가, 저건 야만 이건 문명이라든가. 그런 금기의 선을 횡단하는 거지. 거기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강도intension가 에로티숨이야.

그럼 이젠 알겠지. 이 장면은 강간의 장면이 아니라 에로티숨의 장면이라는 걸. 즉 서로 주고 받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에로티숨이라는 거지. 강간이라는 건 다분히 어떤 대상에 대한 일방적 폭력이니깐 적용이 안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보는 인식자체가 어떤 편향을 담고 있다는 거지. 말하자면 친밀감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 폭력과 대상에 의한 관계로 밖에 읽을 수 없는 피곤함이 읽히는 거야. 강간이라고 하는 건 권태스러운 평이지.

그럼 오늘도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을 누리길 바래. 그렇다고 禮節없이 함부로 할퀴고 그러진 말고.

참고 : [밀의지식密儀知識] 풍요를 얻는 야생적 방법 : 예禮

lascaux ma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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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뜻이었구나. 난 저 장면이 그런 의미를 내포했다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고마워.

^ 응 읽어줘서 감사해~ 좋은 주말~

(에너지의) 강도의 뜻을 표현하려면 intensity야 형...intension은 다른 얘기.
보파 충전해야 되어서 보팅은 나중에 하께...

아 그렇군. ㅋㅋ 맨날 틀리네.

형은 나한테 감초 같은 댓글을 달아주고 나는 형한테 고치는 댓글을 달꺼얌

ㅎㅎㅎㅎ ; 뭔가 돈득하네~

내들도 좀 고쳐주면 좋겠네..ㅎㅎ

ㅎㅎㅎ~ 그러니깐 @jamieinthedark 한테 감사한데~

와~~~ 매우 깊이있는 평인데.....놀라는 중...
강간: 친밀감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 폭력과 대상에 의한 관계로 밖에 읽을 수 없는 피곤함, 권태스러운 평이라....피상만 살핀 게으른 비평이란 뜻이지?
암튼 덕분에 바타유의 그 책을 다시 좀 봤어.....

혐오스러운 동물성에대한 공포감의 실재를 존재의 총체성에 이르는 순간 발견할 수 있다. ...
거부감,공포감...다만 그것을 애타게 갈구할 뿐이다. 그 공포를 쾌락이 되어버린 그 불쾌함을 과감하게 탐닉한다. 나는 존재의 '용납할 수 없는' 비밀을 파고들어 '더러운 용어들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그 용어들은 드러난 비밀들을 외치는 데 쓰이고 그것은 내가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기위한 것이다.--

조르주바타유, 에로티즘의 역사 .....이 책은 좀 난해한것 같아.
열정적 감정상태가 아닌것들에 대한 혐오????

순수 에로티즘은 불가능을 담은 인물을 묘사한 문학으로나 드러낼수 있다... 순수 에로티즘의 반응은 애정의 베일 뒤에 가려져 끝내 확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애정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삶과 연결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247
이성에 따라 행동할 경우 자원을,지식,증대,성장....그러나 성적 열병의 순간에 우리는 무턱대고 소비하고... 무제한 낭비한다. 일반적으로 파괴의 완성, 광적인 배반만이 우리를 에로티즘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 타락과 죽음... 우리는 헛되이 낭비할때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으며... 진지한 세계에 대립하고 싶어한다.

응 정열적이지. ㅎㅎ 금기를 넘은 에로티즘의 정수. 뜨거운 글이야.

아울러 인디언 신화에서는 곰이 인간의 아내가 되곤 하지. 아니면 인간이 곰의 아내가 되거나. 자연과 에로티숨 관계를 맺는 거야. 곰-되기. 그래야 곰의 생리를 알고 곰을 존중하면서 공생할테니깐.

에로티즘과 폭력은 종종 경계선이 모호해질 때가 있어.
저 장면이 바로 그 때를 묘사한 거라는 얘기군... 재밌네...ㅎ

응 맞아.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더 정교해야 해. 그래야 에로티숨이 되는 거야.

밀의지식 시리즈 너무너무 재미쪙!

아 고마워~~ 티벳에 대한 걸 쓰려고 자료 수집 중이야. 저번에 올린 여행기 다시 읽어보고 있어. 준비가 잘 될지 모르겠네. ^

오! 엄청 기대된다! 밀의지식 시리즈 안에서 티베트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기다리고 있을게! :-)

에로티숨은 죽음까지 파고든 삶인거야

고통아닌것이 없지. 글치만 쎅 속에서 고통의 희열을 찾는것은 어찌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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