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유가 없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추상적인 관념일 뿐이며, 실제로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알버트가 흰색을 두려워하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자. 알버트는 단순히 흰 쥐를 보여줄 때마다 큰 소리를 들려줬을 뿐인데, 결국에는 흰색의 모든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알버트가 흰 옷을 입은 사람을 두려워 한 이유는, 그 사람에게 있지 않다. 반대로 좋아하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시험에 합격 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장소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상은 깊게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 닮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시험에 합격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정이 살아난다. 만나는 사람과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 없이, 긍정적인 감정이 일어난다. 의식은 그 긍정적인 감정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상담사의 윤리와 일반 인간관계, 연애의 윤리라는 글에서도 살짝 이야기 했던 흔들다리 효과를 기억해보자. 흔들다리 위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단지 의식은 알아채지 못 할 뿐이다.
이 이유들은 생물적인 본성에서 나온다. 인간의 뇌가 이렇게 만들어졌기에, 우리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와는 관계 없이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한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다. 나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하는게 더욱 숭고한 이유가 있기를 원한다.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확고한 이유가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우연의 산물이다. 내 정신은 우연의 산물이다. 내 부모는 우연히 만났으며, 나는 우연히 내 고향에서 태어났으며, 우연히 스승을 만났으며, 우연히 이웃들을 만났다. 내가 결정할 수 있었던건 아무 것도 없으며, 내 의식은 우연의 연속 속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도 우연이다. 나는 생물적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생물적 본성을 통제하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는 것도 결국 내 생물적 본성일 뿐이다. 오행산 꼭대기에서 부처님을 이겼다고 생각했던 손오공처럼, 나는 손바닥 안에 있다.
사회적 관습도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관습은 살아오는 내내 내 곁에 존재했다. 사회적 관습에 의해 타성에 젖어 선택을 하기도, 의식적으로 관습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기도 하겠지만, 관습을 따르는 것도, 관습을 거부하는 것도 내 선택은 아니다.
가끔은 영혼이 있기를 원한다. 인간이 동물이 아니라는 증거를 하나라도 찾을 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영원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우연히 탄생한 존재일 뿐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 하더라도 이유는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절대로 추적하지 못 한다. 내가 어떤 답을 내놓더라도, 그것은 좌뇌가 어설프게 추측한 답일 뿐이다. 나는 이유를 영원히 알지 못 한다. 그래서 이왕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그 사람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를 원한다. 단지 내가 기분이 좋았을 때 사람을 만났다거나, 기분이 좋았을 때 만났던 사람을 닮았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영화 배우와 목소리가 비슷하다거나 하는 이유로 좋아하는게 아니기를 원한다.
아무래도 호감가는 사람을 고르는데도 어린 시절의 부모님의 영향을 안받을래야 안받을 수가 없겠지요. 다들 자신의 부모님을 닮은 사람을 찾아내게 되니.....그럼에도 역시 자신의 선택과 책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흄이 그랬던가요 여지껏 태양이 계속 떠올랐다고 해서 내일도 떠오를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세상에 절대적이거나 필연적인 것은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이 일종의 우연이라 하더라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 믿는 스칼렛 오하라의 마음으로 이 사랑은 필연이었다고 믿고 싶어지네요. ㅎ
그래서 우리는 철학을 배워야 하는군요...!
알수없는 문제에 뭔가라도 이유를 찾기위해서 철학이 생기고 종교가 생기는 건가요? ㅎㅎㅎ 좋아요 누르고 갑니당!! ^^
헉...릴리프님... 서양철학의 근본은 질문으로 시작하는것인데 맞추셨네요: 농담처럼 말씀하신듯 하지만...^^:
반대로 알지 못 한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 철학이 되고 종교가 되기도 하겠지요.
인간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말씀처럼 관계도 우연에서 기인하고요. 필연이라 못 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불화(집착 등)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그렇지만 헤어질 때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아요.
알 수 없는 것은 알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 옳겠지요.
좋아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tv에서 봤던게 기억이 나네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에게서 발견하게 되면 그 사람을 괜히 미워하고 구박하게 된다는..
어...요즘 제가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고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면서 지내고 있는 찰나에 김리님 글이... 내가 저 사람을 왜 좋아하지?라는 질문을 던졌을때...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접어버립니다...좋아하는 것엔 그냥...좋아하는 걸로... 이유를 찾고 싶으나 찾으려 하니 못찾겠음..ㅋㅋㅋ그리고 전 딱히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지만...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게 느껴지면...저도..(단순..) 모르겠습니다 그냥...사람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밖엔...
복잡해서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찾지 못 할테니까요.
고민 많이 했는데....안해도 되겠군요....(해방...) ㅋㅋ....
우리는 우연의 산물이다.. 제가 생각하고 있던 관계의 정의가 깨져버렸네요. 이렇게 배워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