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의 윤리와 일반 인간관계, 연애의 윤리

in #kr-philosoph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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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중에 내담자는 일반적으로 상담자를 이상적으로 여기고 의존하게 된다. 애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 애착이 성취되지 못 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상담자는 그 감정을 잘 다루어야 한다. 하지만 상담자도 인간인만큼 내담자가 표현하는 애착을 쉽게 다루지 못 하기도 한다. 이를 고의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담자가 표현하는 애착을 착취하는건 윤리적으로 금지되어있다. 특히 성적인 관계가 되는걸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상담자가 내담자의 애착과 그 애착이 충족되지 못 하고 왜곡되는 역전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 할 경우에 대한 지침들도 제시한다. 상담자도 인간인만큼 자신을 향한 감정을 다루기 어렵기에 상담자가 다른 상담자에게 상담을 받기도 하며 상담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상담자 윤리에 있어서는 명쾌해보인다. 비록 얼핏 보기에 자발적으로 보이는 관계라 할지라도, 상담자의 지위를 이용해서 내담자의 애착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어떠한 이익을 추구한다면 착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인간관계로 오면 굉장히 난해한 문제가 된다. 내담자의 애착을 교묘하게 이용하는걸 상담자 윤리에서 금지하는 이유는, 상담자는 내담자에게서 의존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인 대 일반인의 관계에서는 어떤가?

만약 일반인이 상담자와 유사한 기술로 이성과의 첫만남에서 애착을 끌어내고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 어떨까? 정말로 일반적인 일이다. 소위 '연애의 기술'이라는 것은 상담과 유사하게 애착을 끌어낸다. 심지어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애착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끊임 없이 의존하도록 만든다. 최소한 상담자에게는 상담자 윤리가 있지만, 일반인에게 일반 인간관계 윤리란 제약은 없다. 관계가 끝이 날 때 상대의 삶이 황폐화 된다는 측면에서는 모자람이 없는데 말이다.

흔들다리 효과에 대해 아는가? 긴장 상태에서는 성적인 끌림이 커진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졌던 실험인데 실험은 높고 출렁거리는 폭이 좁은 다리, 낮고 안정적인 폭이 넓은 다리에서 각각 진행되었다. 피실험자들은 다리를 건너는 와중에 실험보조자를 만나게 되는데 실험보조자는 실험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으면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낸다. 출렁다리에서 이성의 연락처를 얻은 피실험자들은 안정된 다리에서 이성의 연락처를 얻은 피실험자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껴서 심장이 뛰는게 아니라, 심장이 뛰어서 상대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 효과를 데이트에 이용하기도 한다. 공포영화를 보거나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다. 이 효과를 알고서 의도적으로 이용한 사람도, 우연히 그리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실을 경험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긴장한 상태에서도 상대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의존하곤 한다. 이 또한 우연히 일어나기도, 이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상대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나쁜 남자 증후군은 어떤가? 인간은 간헐적 보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항상 잘 해주는게 아니라, 한번씩 잘 해주는 상대에게 끌린다. 원래 성격이 그래서 상대에게 가끔씩 잘 해주는 사람도, 이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사람도 있다. 가령 일부로 연락을 하지 않거나, 상대의 연락을 무시하거나 하는 것이다. 이를 굉장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연애에는 주도권이 중요하다는 말을 쉽게 한다.

마지막은 가장 극단적인 경우로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들이 가해자에게 애착을 품는 현상이다. 인질들이 가해자들을 위해 경찰을 상대로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도 하고, 경찰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했다고 증언하기도, 가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언을 거부하기도 한다. 폭력적인 상대에게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폭력에 노출되는 이들 또한 비슷한 심리라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심리적 취약점을 착취하는 이들은 윤리적으로 어긋나는가? 마지막에 나온 인질범, 폭력가해자 등은 범죄자들이니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하실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경우는? 알고도 착취한 경우, 모르고 행한 경우를 구분해야 할까?

대부분의 심리적 취약점은 스스로 자각이 있다면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 그래서 우리는 알야아 한다. 하지만 말이다. 영원히 놀이공원에 가지 않을 수도 없고, 놀이공원에 갈 때마다 "네가 지금 나에 대한 호감도가 올랐다면 그건 놀이기구를 타며 심박수가 높아졌기 때문이야."라고 설명하라는건 얼마나 우습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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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래서 언급하는 소위 '~주의'라는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알고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있으나 철학 분야에 있어 알고 있는 마땅한 (제가 마음 속으로 여기기에)스승이 @kmlee 님 밖에 없으므로 댓글을 적어 봅니다.

사람들은 흔히 절대주의 윤리관을 지닌 듯한 잣대를 수많은 타인의 사례에 들이댑니다. 자신이나 가족, 친구 정도의 일이라면 상식적인 수준의 예외로, 아니 당연한 일로 여길 수 있는 여러 사례에조차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는 매우 엄격한 시선으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식견이 부족하여 바로 위의 문단 내용과 연결지어 글을 읽었습니다. 감정이 동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 중에 그 일이 직업이므로 내규까지 만들어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생을 금단하는 상황과 유사하지만 얼마든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스톡홀롬 신드롬'이라는 극단적인 케이스까지, 감정이 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 되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또한, 각각 다른 소재를 활용해 뜻 하는 바 전하시는 글이 인상 깊습니다.

여러 번 다시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하고 정말로 부족한 제 글을 자주 들러 읽어주심에 크게 감동한 마음이 있다고 전합니다.

혹자는 지나치게 엄격한 시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번씩 당연한 일을 의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유관이 보편적인 자유관보다 넓기에 더욱 이런 문제에 집착하기도 하구요. 물론 감상은 자유이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저야말로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스로 능력과 열정이 부족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지내왔는데, 지켜봐주심이 동력이 되어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속해 나가야 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여 지겨우시겠지만, 감사합니다 ^^

놀이공원에 갈 때마다 "네가 지금 나에 대한 호감도가 올랐다면 그건 놀이기구를 타며 심박수가 높아졌기 때문이야."라고 설명

빅뱅이론의 쉘던이라면 그럴 것 같아요 ㅎㅎ

허당끼가 있어서 쉘든이 상대에게 끌려버릴 것 같기도...

(놀이기구 타기전)

"이 놀이기구를 타고나면 나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갈 수도 있는데 그건 심박수가 높아졌기 때문이야."

(놀이기구 탄후)

"결혼해줘"

정확하십니다 ㅋㅋㅋ

이거 재미있네요. .ㅎ 빅뱅이론 보는줄 알았어요

계도님 천재설에 또 이렇게 힘을 싣는군요. ㅋㅋㅋ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다는게 어떨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저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남편님께 하고 있더라구요..ㅋㅋㅋ....
약함가운데 강한척~~~~ 잘 먹히고 있어요^^
남녀관계, 사람관계에서는 나의 자아를 좀 낮추고 상대를 맞춰준다면 둘 다 행복하지 않을까 하네요... 이상 허접한 제 생각이었습니다.^^

상담사윤리와 연예의 윤리(?)의 그 상관관계군요, 글이 재미있네요, 의도하지않게 상담사윤리를 저버리면서 연예에 써먹고 있었군요,, 제 연예의 시작은 항상 상대방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면서 시작했었거든요, 글 잘보고가요~ ^^

그 옛날 산책만 하지 말고
놀이기구를 좀 탈걸 그랬습니다.
영화치료에서도 심리상담사와의 성적 애착은 단골메뉴죠..ㅎㅎ
영화제목을 알아보려고 10분간 뒤졌는데 실패했네요
5050 말고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영화였는데..ㅠㅠ

혹시 그 영화 제목이 미스터 존스인가요?

감정의 주도권이 때론 착취를 넘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그래서 예전에는 '남의 연애사' 라고 치부했던 심각한 문제들이 이제는 '가스라이팅' 이라는 단어로 설명되어 그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깨우치게 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경험적으로 깨달은 사실입니다. 긴장을 하던 사람이 사소하게, 심지어는 어이없이 긴장이 풀리게 되면 그걸 호감으로 느끼고 막 급격히 다가온다는...어떻게 보면 무섭군요. ㅎㅎ

상담사도 연애하기 참 힘들겠군요(...) 상담사를 연인으로 둔 상대는 이 말이 진심인지 테크닉인지 같은 고민을 안해도 되는 사람이길 바라야하는가 싶습니다 ㅎㅎ ' -'

굳이 상담사가 아니라도 활용하고 있는 전략들이니...

인간의 기본 심리를 이해한다면 인간관계가 훨씬 편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내담자와 애착관계가 생기면 불법이라고 책에서 봤습니다. 상태를 악화시킬바에는 놔두라는 것 같은데, 그 애착을 어떻게 핸들링해서 상담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하는건데 이놈의 양키들이 너무 내담자들을 이용해먹는 바람에 일단 피해를 막자는 것 같습니다. 불법을 피하기 위해 드라이하게 해도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멋대로 호감을 가지진 않을지, 드라이한 상담도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호감을 품었을 때 그걸 적절히 다루는 법을 배우는거죠.

그리고 그게 기술일지 조종일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이 글의 주제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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