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이 이기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오해

in #kr-philosoph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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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이 이기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논의를 어렵게 한다. 철저히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야 할 본성에 대한 논의를 아직도 해묵은 성선설 대 성악설의 구도로 바라본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가 이기적인 본성은 공동체에 해를 끼치고,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공동체에 해가 될 본성을 지니고 있다면 생존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하는걸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 우선 이기적임을 무례하고 멍청한 행위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내가 A씨와 협업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자. A씨는 탁월한 재능이 있으며 나에게 협조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수익금 분배의 결정권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이 때 수익금 분배를 10:0으로 하는건 이기적인 행동인가? 나에게는 4:6까지도 허용범위 안이며 내가 특별히 업무량이 A씨에 비해 많았던게 아니라면 5.5:4.5 정도를 제시할 것이다. 이는 내가 이타적인 인간이라서가 아니다. 만약 10:0으로 수익을 분배한다면 나에게는 다양한 불이익이 있다. 우선은 재능 있는 A씨를 놓치는 것부터가 손해이며, 재능 있는 A씨는 업계에서 앞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릴 기회가 있고 그런 A씨와의 관계를 해치는건 내 평판을 박살 낼 것이다.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멍청한 선택일 뿐이다. 이처럼 이기적인 인간과 사회적인 인간은 확연히 구분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내 선택이 이기심에서 나온게 아니라 A씨의 입장을 배려해서 한 선택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결국에는 나에게 도움이 될 선택이 아닌가? 공감능력부터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의 '이기적'인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함임을 가리키는 증거들은 명확하다. 논리적으로도 그렇고, 과학적 실증도 그렇다.

서두에 밝힌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은 철학의 몰락을 보여준다.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사적으로 "인간은 무엇인가?"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였다. 그리고 이 질문은 철학의 영역에 속했다. 모든 학문을 휘하에 두고 간학문적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던 철학은 본질을 잃고 실증이 아닌 형이상적, 관념적 논의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은 실시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심리학은 뇌과학, 신경과학을 받아들이고 경제학에서는 심리학을 받아들여 행동경제학이 탄생했다. 그리고 철학은 이러한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큰 틀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데카르트를 찾고 있는 우리네 철학을 바라보면 서글픈 마음 뿐이다.

우리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 여겼던 이가 완전히 바뀌곤 한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칼 마르크스의 명제를 인용하곤 한다. 앞으로는 칼 마르크스 대신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포드 죄수 실험을 인용해야 한다. 철학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인간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 어떠한 반론도 불가능한 확고한 논리를 구축해야 한다.


또 고질병이 도졌습니다.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 대충 쓰고 넘어가는 나쁜 버릇입니다. 조카나 놀아주러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최후통첩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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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것이 무언인가부터 잘 알지 못합니다. 내게 진정으로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인간은 이기적일 수 없지요.
보팅주사위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https://steemkr.com/coinkorea/@floridasnail/6z3w4r-or-ledger-blue
tip! 0.408

철학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기적이라는 단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 후에 과학적(생물학,경제학,심리학 등) 검증이 이루어져야겠네요. 그래봤자 인간이기때문에 인간자신을 100%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치 2차원의 존재가 있다면 2차원의 본인의 모습을 한눈에 알 수없듯이

맞습니다. 이기적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야겠지요. 그래서 오해가 생길 수 있구요. 저는 철저히 검증하면 인간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철학이 필요하다 여깁니다.

ㅎㅎㅎ '성선설'과 '성악설' 같은 케케묵은 관점을 벗어나야할 거 같습니다.

극도로 다면적인 존재인 인간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사실과도 어긋나지요.

항상 절 미소짓게 만드시는 재주가 있으세요.
잘 읽고 가요...^^

즐거웠다니 다행입니다. 한심함에 미소지으신건 아니겠지요! ㅎㅎ

대충 쓰고 넘어가시다니요 ㅎㅎ 정말 핵심을 잘 짚어주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라는 명제의 해석도 여러가지가 가능할텐데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테니까요.

'이기적'이라는 용어가 오염된 이미지로 개인들에게 전달이 되다보니
제대로 차분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공중을 대상으로 '이기적'인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하다보면
왠지 '악당그룹'으로 오해를 사기 쉽상일테고
책을 팔아서 돈을버는 사람 입장에서 그정도의 용기는 없겠지요^^
아니면 그책의 판매고라는 것이 독자들의 수준에 걸맞는 것일수도 있구요.
잘 읽었습니다.
조카와 놀아주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수 있는데요.

평안하세요!

책을 팔아서 돈을버는 사람 입장에서 그정도의 용기는 없겠지요^^
아니면 그책의 판매고라는 것이 독자들의 수준에 걸맞는 것일수도 있구요.

이 구절에 크게 공감합니다. 더 나아가 출판사가 독자들의 수준을 그리 만들었을지도 모르지요. 언론사가 출판사와 결탁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작가를 시대의 지성인 양 포장해주지 않습니까.

좋아요.
이런 이야기 그냥 좋아요.

그렇습니까 ㅎㅎ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가...

사람들이 사준 책을 기반으로 붙여지는 명칭이 '베스트셀러'이니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글은 포스트 올려지면 읽고 싶은데
읽을 엄두가 잘 안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포스트는
완독할 수 있어서 기쁘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쉽게 읽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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