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기 #9. 첫째의 입원. 그 이후 한 달간의 변화.

in #kr-pe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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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얼써니입니다.

집사일기 #3. 바보 집사라 미안해 이후 이제는 좀 활력을 찾은 것 같아서 오랜만에 첫째 둘째 이야기를 씁니다.

첫째가 맛동산 생산에 성공한 다음 날, 한시름 놓고 5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시작하고 밤 늦게 끝나기 때문에 사실 숙소 지원이 가능한 아르바이트였는데, 첫째가 걱정돼서 통근을 감행했습니다.

그래도 관심이 부족했었나 봅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날 간만에 마사지를 해주려고 첫째의 배를 더듬었습니다. 그런데 뒷다리 안쪽에 뭔가 딱지가 있더라구요. 처음엔 Lactulose 시럽(변비 해소 용 시럽)이 뭉친건가 했는데, 자세히 살펴 보니 다리 양쪽에 상처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하나는 1cm×2cm 크기였어요.

병원에 가서 균 검사와 피검사를 했는데, 배양 검사는 정상이었고 피검사 결과 Eos(호산구; 백혈구의 한 종류. 아니 왠 eos)수치가 높다고 나왔어요.

원인으로는

  • 피 기생충 감염
  • 알러지
  • 전반적인 면역력 감소

를 예상하셨구요.

피 기생충의 경우 외부 고양이랑 접촉해서도 감염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며칠간 혼란에 빠졌습니다. 저희 고양이가 직접 만나는 일은 없어도, 저희가 집 정원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와서 외면하려 해도 배고픈 애들은 계속 찾아왔고 저희 첫째 또한 한 때는 영양실조걸린 길냥이었기에 그냥 계속 주는걸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며칠 후 피기생충은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남은건 알러지와 면역력 감소였는데, 두 가지 모두 의심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장염 후 첫째가 기존의 사료와 주식캔을 거부해서 새로운 캔을 주게 되었고, 그 장염 기간 3일 동안 굶어서 몸 상태도 안좋았거든요. 그리고 알러지 검사의 경은 피를 많이 뽑아야 해서 첫째 크기로는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결국 상처 때문에 또 소염제 주사를 맞고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이고 바르게 되었습니다.

  • amoxiclav 시럽 : 하루 2번. 0.8ml. 항생제.
    먹긴 하는 편입니다.

  • Prednisolone 알약 : 하루 2알->반알로 용량 줄이는 중. 알레르기 관련.
    알약으로 줘도, 물에 으깨어 줘도 첫째가 거품 물고 다 뱉는 약입니다. 게다가 2주차 때 새로 약을 받았는데 갑자기 하루 복용량이 늘어났길래 의사에게 되물었더니 그 전 주에 약제실에서 잘못 제조 되었더라구요. 이후엔 약을 받으면 무슨 약인지와 복용법을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 포비돈과 Predniderm - 빨간약이랑 살균, 소염 크림입니다. :) 아침 저녁으로 바르는데 제일 사용하기 쉬운 약이예요.

  • Laxapet : 하루 1번 0.4ml. 변비약으로 약 치고 기호성이 좋아 다리에 발라도 핥아 먹습니다. 아직 변비 끼가 남아있다고 이 약도 먹이게 되었어요.



다행히 상처는 작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다 낫진 않았지만요. 그런데 1주일 후 작아진 상처에 뿌듯해 하며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다시 변비가 심해졌다고 ㅠㅠ
저흰 이젠 진료 끝! 이라고 생각하고 간건데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습니다. 게다가 거대결장이라는 단어가 들려왔습니다. 아직 심한 상태는 아니지만, 고양이의 경우 변비가 오래 지속될 경우.. 원치 않는 이별을 겪을 수도 있나봅니다.

어쩔 수 없이 기호성 좋은 Laxapet 대신 끈적끈적한 Lactulose를 다시 먹이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건 복용량도 최소 2ml에 첫째가 정말 싫어해서 ㅜㅜ 먹이고 나면 딸꾹질에, 토하고 난리도 아니예요.

그래도 3일 이상 변비가 지속될 경우 관장을 해야 한다는 말에 그것만은 피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첫째가 지난 입원 이후로 병원가는걸 극도로 싫어하게 돼서 요샌 진료도 거의 메신저로 사진찍어서 받았거든요 :(

음식

사료는 식이섬유와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로열캐닌 Gastro Intestinal로 바꿨는데, 사실 크레아티닌 수치도 정상수치 중 끝에 다달아서.. 이 사료 보다는 Renal을 먹여야한다고 했어요.

고구마와 당근이 좋다고 해서 삶아서 참치캔에 섞어줬는데, 편식을 감행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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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거 먹이고 얼굴에 또 땜빵이 생겨서 ㅜㅜ 이 참치캔이 알러지 원인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어요. 저희 집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알러지로 고생합니다.

그저께 부턴 생닭을 삶아서 육수랑 같이 줬어요. 당근 고구마를 넣으니깐 육수만 먹고 파묻는 시늉을 했는데, 채소 없이 주니 고기까지 잘 먹네요. 아놔 누굴 닮아 이렇게 편식쟁이인건지 ㅡ.,ㅡ (심지어 냉동닭 삶아 주면 안먹어요.)

화장실

화장실 모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건가 해서 일단 모래를 거의 새로 갈았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전체를 갈아주라고 되어있는데 저희가 유지하던 화장실 면적이 좀 넓어서 ㅜㅜ 그렇게 까지 하려면 좀 면적을 줄여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구의 맛동산인지 판별하기 위해 묘권침해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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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화장실 몰카인데요... 근데 이거 좀 재밌어요. 한없이 근엄해지는 표정도 보게 되고. 게다가 맨날 첫째가 둘째를 챙겨준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첫째가 묻지 않고 나온 맛동산을 둘째가 지나가다 모래로 덮고 나오기도 하더라구요 🤣

그리고 화장실 몰카를 보며 배변일지도 쓰기 시작했했습니다. 인투펫이라는 어플인데 엄청 느려서 짜증나지만 일단 계속 써보려 합니다.



7년전 처음 데리고 올 땐 밥이랑 물만 잘 챙겨주고 화장실만 잘 치우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땐 그래도 괜찮은 어린 나이었구요. 그런데 이젠 관심을 필요로 하는 때가 되었나봐요. 어떻게 보면 이럴 때 제가 전담마크 가능해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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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머리위에 새 소리가 들리니 호기심을 보이는데, 아 이젠 정말 나아가나보다 싶더라구요. :)

오늘 간만에 병원에 다녀올 예정인데, 이제 제발 좀 그만와도 된다고 했으면 좋겠네요. 다들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병원에 다녀 오는 길입니다. 역시 예상대로 훨씬 나아보인다고 해요 :)

이제 항생제와 소염제, 소독약은 안녕 입니다! :D

Laxapet 이 안 들어서 Lactulose 로 바꾼거였는데 사실 용법을 읽어봤을 땐 병원에서 얘기한 것 보다 많이 먹여야하는 것 같아서 오늘 다시 의사랑 확인해 봤어요. ㅜㅜ 이것도 중간 전달이 잘못 왔네요. 먹고 토하는 Lactulose는 졸업 하고 기호성 좋은 Laxapet을 의존성 생기지 않도록 정량만 먹이기로 했습니다.

크레아티닌 수치 때문에 Renal로 돌아가야 하는거 아닌가 했는데 일단 몸무게가 다시 늘어나는걸로 봐선 신장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해요. 이 부분은 3주 후에 다시 피검사 해보기로 했습니다.

여튼 이제 항생제 소염제 끈적한 시럽 모두 졸업해서, 그리고 의사로부터도 괜찮아 보인다는 얘길 들어서 정말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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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아가서 다행이에요. 동물들은 아프면 더 숨긴다니까 관심 안갖으면 훅~ 안좋아 지더라구요. 마지막 사진 느낌이 너무 좋아요 ^^

네 저희 첫째는 아프면 좀 이상한 버전의 식빵 굽는 자세를 취하더라구요. 요새 편한 자세로 자는걸 보면 기분이 막 좋아요.
마지막 느낌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아 다행이다!' 라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찍었어요 😆

건강해야돼 야옹아~❤
즐거운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똥좀 잘싸자... 냐옹~!!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그러고 싶다. 냐옹~!!

마지막 사진 너무 예쁘네요- 시선이 향하는 곳을 저도 함께 보게 되는.. 눈망울이 초롱초롱 :)

말도 못하는 동물들이 아플 땐 정말 마음 아프됴- 그래도 참치캔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되셔서 다행입니다 ㅠㅠ 알러지라니..

감사합니다. 이제 괜찮다고 별 일 없으면 안와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나니 긴장이 풀려서 뭔가 몸에 힘이 없어요. 오늘은 장만 보고 저도 쉬려구요 :)
중금속 걱정되던 참치 대신 맛난 닭이나 자주 줘야겠어요 ㅋㅋ

냥이가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근데 eos라니...

ㅋㅋㅋ 그러니까요. 증가하는 Eos를 보며 EOS를 샀어야 했나봐요 ㅡ.,ㅡ

아아... 새를 바라보는 저 모습. 정말 심쿵이에요 ♡_♡

몇주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야 첫째가 써니님 마음을 알아가는가봐요. 편식 안하고 맛동산 잘 만들고 잘 자고 냥냥거리면서 써니님을 쫓아다닐 생각을 하니 제가 다 흐믓합니당 ~_~ 귀엽귀엽!!

("아니 왠 eos" 와 냉동닭 편식사건, 그리고 냥이들 거대 화장실 보면서 심각하실텐데 중간중간 웃음을 멈추지 못했어요 ^^)

ㅋㅋㅋㅋㅋㅋㅋ 맛동산 잘 만들고 잘 자고 편식은 하고 어디 나가려하면 엄청 냥냥거려서 눈치 보여요. 예전엔 남편은 나가던 말던 신경도 안썼는데 요샌 출근길에도 냐옹냐옹. 옆에 같이 있는게 좋나봐요 :)

ㅎㅎ 이번엔 마음 편하게 글 썼어요. 피곤한 주말이었지만 기분은 엄청 좋아요. 😆

그렇죠? 저희집 냥이들은 출근이든 외출 준비만 하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잔뜩 삐친 얼굴을 하고 있어요(혹은 있었어요) ㅠㅠ 발걸음 안떨어지게 말이죠 ㅎㅎㅎㅎㅎ

독립적이라는 냥이들도 실은 나가고 나면 주인을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강아지들은 주인이 나가면 거의 멘붕상태가 된다고 하고요. 그 이야길 듣고 나니 집에서 작업하는 작가님들 처럼 대부분 시간에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경우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 엄청 고민했었고 미안해 졌었답니다 ㅠㅠ

저희도 처음에 첫째만 키울 때 출근길 퇴근길에 현관문 앞에 앉아서 냐옹냐옹대서 외로운가하고 둘째를 데려왔어요. 그런데 그 둘째가 멍충이라 어디서 뭐 이런걸 데려왔냐는 눈빛을 ㅋ

그러고 보면 예전에 옹동스 웹툰 보면서 집(게다가 정원있는 주택!!)에서 일하시는 작가님이 완전 부러웠는데 어느새 제가 집에 붙어있네요 :) 그나저나 다음 달에 여행 계획이 잡혀 있는데 첫째가 엄청 힘들어할까봐 걱정이예요 ㅜㅜ 이번에 다녀오면 한동안 어디 안가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째의 눈빛이 막 보이는거 같아요 아 귀엽 >_<

근데 첫째가 막 회복한 뒤라 좀 걱정되시겠어요. 그래도 가시기 전까지 많이 같이 있어주심 괜찮겠죠! 평소에는 집에 많이 계신 편인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

사진으로는 애 상태 좋아보이네요. 그래도 빨리 나아랑 ㅠㅠ

지금 병원 다녀오는 길이예요! 많이 괜찮아졌다고 병원은 3주 후쯤 오래요 ㅜㅜ 완전 좋아요!!!!!

집에서 돌보시는 분들 정말 모두 존경합니다
냥이가 건강해져서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번 아프고 나니깐 배우는 점이 많네요. 두 마리 모두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첫째ㅠㅠ얼른나았으면ㅠㅠ 혹시 첫째 낯가림이 심한가요???미리걱정.....

첫짜는 낯가림이 전혀 없고 둘째는 심한데 어차피 배고프면 눈치보면서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 엄청 큰데 숨어다니는 척 하는거 보면 귀여워요. ㅋㅋㅋ

아이고 저희 언니가 키우는 둘째도 낯가림 진짜 심해서 어디 올라가서 절대 안내려와요.......저랑 언니는 CCTV라고 불러요....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지 알 것 같아요. 저희 둘째는 주로 침대 밑에 숨어요.

첫째야 건강해지자 ㅠㅠ.. 마음고생 심하셨겠어요 :(

감사합니다. 마음 고생도 하고, 거의 집에 붙어있었어서 이번 주중엔 매주 나가던 모임도 가고 그러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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