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유기] 누군가의 펫 이야기

in #kr-pet6 years ago (edited)

동물을 갖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언니가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와 부모님이 사준 햄스터는 금새 죽거나 없어져버렸다. 다른 집에서 키워지는 동물들을 보면 앙증맞은 모습에 절로 셔터를 누르게 되지만 키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인간의 공간에서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고 작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건강검진에 산책까지 시키다니, 사람들은 정말이지 시간도 많고 부지런하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인간이다.

내 주변에 동물들은 꽤 괜찮은 소유주와 살고 있다.

  • 어떤 강아지들은 주인을 따라 배를 타고 제주도 여행도 갔다.
  • 또 다른 강아지는 주인 부부에게서 아기가 태어나자 주인의 친구 집에 맡겨졌다. 주인은 꼬박꼬박 양육비를 친구에게 주고, 친구는 정성껏 돌보며 종종 강아지를 보여준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면 강아지를 다시 데려가 같이 살 것이라고 한다.
  • 어떤 고양이는 주인 부부에게 아기가 태어나고 그 아기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다가 하늘로 갔다.

버림받지 않은 이 동물들은 과연 행복한 동물들일까?

누군가에게 소유된 생명이라니. 내가 아는 한 지구상 어느 생명체도 다른 생명을 소유하는 일은 없다. 쥐를 키우는 고양이나 토끼를 키우는 호랑이는 들어본 적 없으니까. 오직 인간만이 생명을 소유하고, 그 중 일부는 소유하던 동물을 유기한다.

이제는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린 반려동물 생태계에서 동물은 소유되기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의 소유물로 산다는 것이 행복할 리 없겠지만, 그 안에서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이 버림받지 않는 삶일 것이다.

인간이 없었다면 그들만의 왕국에서 자유롭게 살다 자유롭게 죽었을 동물들을 좁은 아파트에 가두고, 성별과 목소리를 없애고, 종일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도록 만드는 일이 허울 좋게 반려동물이라는 말로 포장되고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들은 쉽게 지갑을 열고 원하는 동물을 쇼핑한다. 무분별한 공급으로 쉽게 동물을 가질 수 있는만큼 그 동물을 학대하거나 버리는 것에 죄책감이 적어지고 유기동물은 늘어갈 것이다. 공급하는 업자들에게 늘어난 유기동물에 대한 책임을 일부라도 지운다면 어떨까. 가장 좋은 것은 동물을 사지 않아 산업이 축소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어떻게 생각하건 sns에 올라오는 동물들은 여전히 귀엽고, 소유주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생명을 소유했다면 그 생명의 끝까지 함께하는 최소한의 의무가 지켜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지 못할 바엔 차라리 나처럼 이기적인 동물로 쓸쓸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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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되는 동물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아픕니다.ㅜㅜ

너무 산업화 되어가는 것이 걱정입니다ㅠ 키우더라도 돈주고 사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짱짱맨!ㅎㅎ

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ㅎㅎ
보팅 꾹 누르구 가용~^^

오늘도 감사합니다^^

인간의 이기의 산물이기도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글이라고 사료됩니다.

많은 동물 중에 인간이 제일 나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인간이어서 다행이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감당할 수 없으면 깔끔하게 포기해야지요.^^ 쿨내나는 글 멋집니다.ㅎㅎ

이번 글은 평양냉면처럼 한 번 써봤어요.ㅋㅋ

선진국들처럼 동물을 키우려면 정말 어렵게 해놔야 충동적으로 키우지 않을것 같아요.

맞아요! 독일의 경우 동물 산책을 의무적으로 시켜야하는 법도 있다고 하는데 외국 종은 어마어마하게 들이면서 왜 법은 함께 들이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동물들은 안전한 영역에 있으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동물원에 같힌 동물들을 우리는 불쌍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들은 그 안전한 영역 안에 있기 때문에 마음에 안정을 얻기도 한다고 소설 '파이 이야기'에 나오더라구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느새 인간들은 도시를 건설해 그 안에 모든 동물을 내쫓거나 가둬서 키우고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도시는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파이이야기 책 읽어봐야겠네요~ 책은 있는데 왜 읽어지지가 않는지...ㅎ

부모님 반대에도 고양이를 하나 키웠었는데, 유학때문에 남한테 줬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 그 이후로는 무슨일이 있어도 반려동물은 키우지 않고있어요. 끝까지 책임졌어야했는데 미안하네요.

믿을만한 분에게 보내셨겠지요? 유기된 동물이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새주인을 찾는 동물을 키우는 것에는 찬성이에요~

@therealwolf 's created platform smartsteem scammed my post this morning (mothersday) that was supposed to be for an Abused Childrens Charity. Dude literally stole from abused children that don't have mothers ... on mothersday.

https://steemit.com/steemit/@prometheusrisen/beware-of-smartsteem-s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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