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습작] 쓰다 못한 편지

in #kr-pen7 years ago

쓰다 못한 편지

내 방 창가 서랍 속 부치지 못한 편지가 있다
미완의 주소는 돌아올 길조차 잊어버려
허공을 떠돌다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을 운명에 처해지기도 하여
곰팡이마저 침투하지 못할 진공의 어둠 속에 재워두는 것이다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았다는 사실,
너와 서툴게 마주하기엔
심호흡으로 적어 내린 공백의 글자들이 산산이 반짝거려
많은 날이 바스락대다 잿빛으로 그을어 버리기 전에
이해 못할 울음들이 봉투를 뒤덮기 전에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코팅 한 겹 두 겹 둘둘 찍어
소화되지 않아 끅끅거리다 토해낼 때까지
잠시만 꿀꺽 삼켜두기로 하자
새빨간 침묵의 인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글자욱이 초점을 잃어 피어날 수 있도록

하여, 누군가 편지의 행방을 묻거든.


스팀잇에 처음으로 시(詩)가 되고 싶은 끄적거림을 올려봅니다.
적당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 오늘은 pixabay에서 따옵니다. CC0 Creative Commons
애초에 이 끄적거림은 사진이 주가 아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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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부치지 못한 편지, 아니면 일기라고 불러야 할 것들이 있는지라 공감이 되는 시네요.. ㅎㅎ 글재주가 좋으신데요?!

읽혀서 다행입니다. 머릿속을 갖가지 상념들이 괴롭힐때면, 이렇게 운문으로 끄적거려야 조금 편해질 때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생생합니다.. 부치지못한 편지라는 시어부터 가슴을 찡하게 울립니다.. 잘보고갑니다

생생하다 표현해주시니 제가 쑥스럽네요. 편지는 전달되고 읽히기 위한 숙명을 타고났으나 항상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가 스팀잇에서 얼마나 읽힐 수 있을까 고심하던 차에, 좋은 이벤트 알게 되어 운이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참 좋네요. 참 좋습니다. 보팅 파워가 이것밖에 안되는 것이 민망할 따름이네요.

좋게 읽어주셔서 다행입니다. 잘 닿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저는 좋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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