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꿈이 뭐니 - 양자장에서

in #kr-pen6 years ago


너 꿈이 뭐니

양  자  장  에  서




 꿈을 종착지로 볼 때, 삶 자체를 놓치는건 아닐까.




IMG_8027.PNG

illusted by tarqeeb |





하고 싶은 걸 제일 먼저 하고,

하기 싫은 건 영원히 하지 않기로 해요.







 내 꿈은 양자의 세계에 속해 있다. 없다가도 생기고 동시에 존재하면서 시시각각 바뀐다. 시간에 따라 배열되어 있지도 않다. 가능성만 있는 양자장에 내 꿈의 씨앗이 떠돌고 있는 것을 상상해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모든 게 잘 될 거야, 라는 두리뭉실한 말 또한 허용하고 싶어진다. 그래, 모든 꿈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가볍게 여러 가지를 꿈꾸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거창한 꿈이 싫지도 않다.



 나의 경우를 보면 그때는 도저히 이루기 힘든 어려운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루어진 것도 있고, 정말 쉬운 꿈이라고 여겼는데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있다. 난 밤하늘의 별을 향해 낚싯대를 드리우는 아이처럼 끝없이 꿈꾼다. 꿈이 이루어지면 기뻐하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가능성은 둔 채로 또 다른 것을 꿈꾼다.
 그래서인지 내 꿈은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다. 굳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매 순간 나를 기쁘게 하고, 내 주위 사람들도 기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 꿈은 [이렇게 해보면 너와 나의 기분이 어떨까?]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꿈은 떠올릴 때마다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생각할수록 부담스럽다거나 반드시 해내야 할 큰 과업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게 아무리 빛나 보여도 꿈이 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영역이 아닌,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경험의 영역인 것이다. 그래야만 잡다한 일상에 녹아있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과정에서 과정으로 이어지는 놀이일 뿐이니까.




 나는 아주 사적인 꿈 그림책을 가지고 있다. 꿈이 떠오를 때마다 거기에 그림을 그리는데 각 그림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나의 말귀 어두운 전두엽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꿈을 그림으로 박제시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원칙이 딱 하나 있다.

무.조.건.재.미.있.을.것.

 그림책은 잠들기 전 볼 수 있도록 침실에 둔다. 밤에 그 책을 펼치면 별에 별것이 다 쏟아져 나온다. 작은 도시를 산책하는데 내 책을 읽은 사람이 날 알아보고 말을 거는 장면,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장면, 친구들과 펜트하우스에서 불꽃축제를 보는 장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3점을 거실에 걸어놓는 장면 같은 것들이 잔뜩 그려져 있다. 또한 일곱잎 클로버를 발견하거나 제 3의 눈이 완전히 열리는 장면도 있고 다른 차원을 여행하는 장면도 담겨있다.


 너무나 유치하고 단순한 그림이라서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난 반드시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어야 해', 혹은 '나는 꼭 이걸 가질 거야', 라는 강력한 결심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이걸 그릴 때 즐거웠으므로 그 즐거움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면 내가 그 그림 속에 있는걸 발견하곤 잠시 현기증를 느끼곤 한다.




이 글은 @peterchung님의 지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절 낯선 곳으로 자꾸만 이끄는 세 분, 꿈얘기 기다릴게요.

@roundyround
@olia1
@chaelin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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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셋째와 보얀님의 이야기를 했어요
스팀잇 유일한 팬이라고요
그리고 루시드 드리머란 얘기도 했지요
셋째도 저도 자각몽에 대해서 관심이 많거든요

한참 보얀님 얘기를 듣더니
셋째 하는 말 "좋으면 만나 봐"
"사시는 지역이 먼 것 같아 부산이 아닐까 해서"
"멀면 어때 여행이다 생각하고 다녀오면 되지"

그것이 제 꿈 중 하나라구요 ㅎㅎ

언제 부산에 놀러 오실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최근에 전 루시드드림이 뜸해지네요. 한동안 명상을 안하다가 어제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루시드드림도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머나! 읽다가 마지막에 제 아이디를 보고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이렇게 지목받은건 처음이라 안절부절ㅎㅎ
무척 부담 되지만, 보얀님 지목을 받았으니 조만간 꿈이야기 올리도록 할게요 :)

올리아님의 꿈얘기가 듣고 싶었어요:) 답글 달아줘서 고마워요!

보얀님 글을 보는 사람도



무.조.건. 재.미.있.어.요. :-)

피터님이 재미있었다니 대만족이에요 ^^

하고 싶은 걸 제일 먼저 하고,
하기 싫은 건 영원히 하지 않기로 해요.



이 문구 완전 맘에 들어요!!!!

fenrir님 마음에 드셨다니 제 이상한 꿈얘길 쏟아내길 잘 했다 싶어요:) 늘 감사합니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가능성은 둔 채로 또 다른 것을 꿈꾼다.

이거.. 참.. 저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을 붙잡고 몇날 며칠을 보내고, 또 거기에 사로 잡혀서 다른 중요한 것들 마저 제대로 살피지 못하지요. 흠..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까? 하고 방법을 찾아보지만, 그 역시 아직 제대로 된 답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은 건 왜 그럴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건 제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닌 경우가 많더라구요. 주로 그 꿈의 이유가 타인의 인정이었어요. 또 하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제가 진짜 원하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밀크님도 어느 순간 답이 떠오르시길 바래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오치님 감사합니다!

그림책 살짝 옅보고 싶은 생각이... 저 변태같네요;;;ㅎㅎㅎㅎ
꿈을 떠올릴때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게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괴로우면 그걸 쫓기도 어렵고 자신만 더 삵는거 같기도 해요.
보얀님 글 읽으면 언제나처럼 위안도 되고 안정도 되는것 같아요 ^^ 이리 이야기하고 요즘 잘 못찾아 왔...

아마 보시면 너무 유치해서 깜짝 놀랄걸요!
즐거운 마음으로 미래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라나님께 추천드려요:)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과업이 아니라...그저 내게 재미있는 것일 것.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저에게는 낯선 정의였어요. 그러고보니 인생에서 의무를 제일 먼저, 재미를 가장 나중에 놓아야 어른이라고 생각해놓고...왜 이렇게 내 인생은 노잼인가 생각했다는게 우습네요 ㅎㅎ 잘 읽고 가요~

이제부터 재미를 먼저 놓으면 어떨까요? :)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째는 그게 더 자연스러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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