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일기 20180905 - 불편하지만 행복한

in #kr-pen6 years ago (edited)





오늘은 미쉘양이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우리는 연산동에 있는 이태리포차에서 홍합스튜를 먹고 집까지 저녁산책을 했다. 생각해 보니 언제나 산책코스는 저녁식사를 한 곳에서부터 집까지이다. 우리는 노을이 내려 앉는 과정교를 건넜고, 강아지풀이 우거진 수영강 산책로를 따라 나루공원까지 걸었다.


DAF83219-433C-45FC-94EE-F632381D78B9.jpg
과정교를 건너고 나서 과정교를 보았다.


미쉘양은 개강 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는데, 학교에 가면 동기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언니랑 얘기하면 전혀 나이 많은 사람과 얘기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란다. 그러나 미쉘양은 사실 어른 티 안내고 동기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그리고 ‘옛날 말’을 안하기 위해 내뱉는 단어 하나까지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조심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동기들은 그 ‘노력’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뜨끔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두 가지 경우라는 말이 되기때문이다. 나와 상대방이 생각 패턴이나 행동 패턴이 비슷해서 정말 잘 맞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나를 위해 백프로 맞춰주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동안 연락이 뜸해지고 내가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은 커피가게를 하면서 알게된 나이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혹시 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내가 일방적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는지 되짚어 보았다. 동시에 나를 위해 불편함을 참고 그것도 모자라 꾸준하게 연락을 해오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앞으로는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불편해지고 싶다.




Sort:  

헉! 반대쪽의 입장에서 완전 공감합니다. 저는 많이 참고 상대에게 맞춰주려는 편이라서 그런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크게 즐겁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ㅠㅠ

호기심 요정은 관계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걱정 안해도 되실듯...

스펙트럼 넓은 피터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괴정교가 아니라 과정교 일겁니다 ㅎㅎ 러닝나갈때나 운전해서 자주 지나가요 저도.

과정교였군요! 바로 수정할게요 ^^

저도 요즘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많이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적은 경우가 더 많아지니 아마도 어른 노릇을 하려고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말투도 나이가 들다니... 그런 거 생각하면 참 서러워요.ㅜ

서러워하지 마세요 더 지혜로워지시는 거잖아요! 어른노릇만 안하면 될 것 같습니다 ^^

보얀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불편해지고 싶다는 보얀님 말씀이 따뜻하게 느껴져요 :)

라나님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살피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보얀님의 반성적 사고에 공감합니다. ㅎ

알게 모르게 세대차이라는게 있더라고요.
말씀하신 대로,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배려받고 있지 않았나 싶네요.
몇 명이 떠오릅니다.

Hi @levoyant!

Your post was upvoted by @steem-ua, new Steem dApp, using UserAuthority for algorithmic post curation!
Your UA account score is currently 2.932 which ranks you at #10708 across all Steem accounts.
Your rank has dropped 59 places in the last three days (old rank 10649).

In our last Algorithmic Curation Round, consisting of 450 contributions, your post is ranked at #160.

Evaluation of your UA score:
  • Only a few people are following you, try to convince more people with good work.
  • The readers like your work!
  • Good user engagement!

Feel free to join our @steem-ua Discord server

배려의 보얀님!!!! 정말 멋진 분이신 것 같아요 ㅎ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5
JST 0.030
BTC 65185.94
ETH 2630.94
USDT 1.00
SBD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