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를 모른다

in #kr-pen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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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들어 낸건 내 부모다. 안 그런 사람은 또 누구겠냐만, 반항기가 길고 강했던 동생과 달리 부모와 크게 거리를 두지 않았던 나는 부모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내 부모는 야생마와 같은 동생 대신 나에게 더 큰 기대를 품었고, 나는 결과적으로는 그 기대를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 했지만, 당시에는 만족스러운 자식이었다. 그래서 거리감을 조절하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일정부분 충족시키는 것으로 나는 자유를 얻었다. 새장 속에 들어있는 새에 목줄까지 채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야생마인 동생은, 오히려 제약을 받았다. 내 동생은 적이 많았다. 원한을 가진 친구가 많아 내 부모는 그 때문에 마음고생을 크게 했다. 그래서 야생마에게 고삐를 채우려고도 했지만 야생마를 길들일 수는 없었고, 결국 부모의 영향을 더 가까이서, 많이 받은건 내쪽이라 할 수 있다.

사상의 차이도 있다.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내 동생은 자신의 오리지널을 찾아다녔다면, 나는 내가 가진 특성들을 분류했다. 무엇이 어머니에게서 유래했고, 무엇이 아버지에게서 유래했는지를. 그리고 두가지가 조합되어 나타난 특성들은 어떤 것인가를 분석했다. 부모에서 각각의 특성이 어떻게 발현되었으며, 그 특성의 득실을 따졌다. 그래서 나는 부모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내가 가진 특성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 특성들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기에. 문명이 발달한 것도 문자를 토대로 선대의 시행착오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쉬움도 남는다. 로맨티스트인 아버지에게 조금 더 많이 질문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내 동생도 낭만이라곤 없는걸 보니, 아버지는 오래 사셔야 했다. 당신 때문에 내가 가진 낭만에 대한 관념은 충신, 벗 같은 유아적인 수준에서 나아지지 않았다.

어머니를 아끼는 마음은 나와 동생에게서 다르게 나타난다. 동생은 자신의 야생마 시절에 상처를 받았던 어머니에게 되갚을 빚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단순히 내 반쪽을 아낄 뿐이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영향을 생각하면 반쪽 이상이다. 어머니의 특성 중 가치 있게 여기는 특성도 다르다. 나는 어머니의 현명함을 존경한다. 내 동생은 어머니의 인품을 존경한다.

아, 나와 동생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글이 아니었지. 그래도 지금까지 이야기는 내가 얼마나 어머니와 가까운지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어머니와 가까워도 나는 내 어머니의 입장을 진정 이해할 수는 없다. 어머니가 내 동생을 대하는 모습에 아무리 나 자신을 이입하려고 노력해도 "어머니가 내 동생을 대하는 모습"으로만 보인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딸을 대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비단 동생을 대하는 태도 뿐만이 아니다. 나는 어머니의 입장을 진정 공감할 수 없다. 찬성, 반대와는 다른 공감의 레밸에 아무리 노력해도 도달할 수 없다. 말로는 어렵다. 머리로도 어렵다. 아마 언어의 한계 내지는 의식의 한계다. 이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이를 명확하게 머리 속에서 구분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이 느낌을 전달하는게 너무 어렵다. 어머니께 여쭈어보았더니 "복잡한 소리 하지 마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소리긴 하다. 나도 이해 못 할 생각을 소개하는건 그만두겠다.

어머니와 가까운만큼 어머니는 나에게 다양한 고민들을 말씀하신다. 자신에게 향하는 역할기대, 당신 스스로에게 갖는 역할기대, 주변인과 그들을 대하는 일 등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신다. 그럼에도 어머니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생활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씀해주시지 않는다. 내 어머니는 스케이트 선수셨다. 시대표로 메달도 따셨으니 열심히 하셨거나 재능을 가지셨던 모양이다. 아직도 연락을 하는 감독, 코치들을 볼 때마다 선수생활을 하셨구나 싶다.

내가 어머니의 스케이팅에 대해 아는건 정말로 없다. 시대표를 하셨음을 증명하는 메달, 맞춤 스케이트 한켤레, 그것만이 내가 아는 전부다. 심지어 그것들 마저 창고에나 쳐박혀 있어 평소에는 볼 수도 없다. 이번 동계 올림픽도 한번도 보지 않으셨다. 철 없는 질문이었을까. 시대표도 하셨고 메달도 따셨는데 왜 그만두셨냐고 여쭈었더니 말씀을 아끼신다. 그래서 체육계에서 불거지는 사건들을 보며, 어머니께서도 피해자셨던건 아닐까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10대에 어머니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활동에 대해 자식에게 감추시는 것이다. 어머니의 10대에 대해 모르는 내가 어떻게 어머니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계속 스케이팅을 하셨으면 아버지를 못 만나셨을거라고. 나는 태어나지 않았을거라고. 그리고 이걸 행운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 것, 그게 자식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내가 태어난 사실을 행운으로 여길 수 없다는 것도 참 우습긴 하다. 내 존재는 불운에 기인한 것인가? 새옹지마라고, 불운에서 기인했지만 아버지를 만나고 나를 낳은걸 행운으로 여기시길 바랄 뿐이다.


주의: 저는 기분이 좋습니다. 제 머리는 오늘 오후에 놀 계획, 불금 계획, 주말 계획으로 가득합니다. 농담 아니고 진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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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Wow this post is listed in trending! Congr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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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p posting here / https://steewit.com/etiquette/@aggroed/satirically-yours-etiquette-for-young-modern-steemers-shit-posting-101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네요. 어머니의 유년시절을 한번 들어볼 기회가 있으시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엄마도 인간임을 늘 강조해요. 지금은 억지로 주입하기지만 언젠가 아이가 커서 저를 제대로 이해할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죠. 즐거운 불금, 주말 되세요! ㅎㅎ

ㅎㅎㅎㅎ 마지막이 반전이네요!
철학자 프로필사진을 쓰신데다가 글도 너무 무거운 느낌이라서
별로 기분이 안좋으신 줄 알았네요.
저두 부모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대화는 자주 했지만 부모님 개인사에 대해서는 거의 못들었어요.
왜 그런고 하니 제가 물어본 적이 없네요.
부모님은 너무 당연한 존재라서 그분에 대해서 의문점 자체를 안 가졌던 것 같아요.
가장 사랑하는 분들이지만 사랑하는 거에 비해 별로 궁금증을 안 가졌다?
조금 역설적이긴 하네요.. 나 자신이 반성이 됩니다.

주의를 써놓기를 잘 했네요. 여쭈어 보시더라도 루나츄님의 부모님께도, 자식에게조차 말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지 않을까요?

ㅎㅎ 저는 다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엄마의 목숨과도 같은 외동아들과 쌍둥이로ㅜ, 거의 관심을 못받고 자랐어요. 워낙 힘들게 사셨고 부모님들이, 다른 집 아이들이 부모님과 살가운 관계를 이야기 할 때마다 참 부럽고 신기하고 그랬어요.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진지한 기억을 풀어놓으신 글을 읽으며, kmlee님은 정말 좋은 아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정말 신나게 노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저는 엄마의 십대는 커녕 무슨 일을 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네요ㅜㅜ

이기적인 글이었네요. 죄송합니다.

저도 사실 어머니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아무리 가족간일지라도 사람이 타인을 아는 것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

kmlee님의 진지하게 즐거운 모습도 잘 봤습니다ㅋㅋ

부모님의 어릴적 시절 학창시절 연애시절 이런것들을 잘 모르는게 사실이긴 하네요. 그런데 어찌 부모님을 잘안다고 저도 생각했던 걸까요?ㅎㅎㅎ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오.. 저도 글 읽어내려가다 기분이 안좋으신가 했어요. 예전에 엄마랑 저랑 이모내 하고 여행 간적 있었어요. 그때 해변가에서 술과함께 밤하늘 바라보며 엄마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엄마에게 유년시절 이야기를 울면서 저에게 이야기 해주시더라구요. 그때 엄마도 엄마 이전에 한 소녀였고 여자인데 제가 엄마를 한 사람으로 보기보단 철없이 그저 엄마로만 대한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의 어릴적 이야기가 궁금해서 물어본적은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해준적이 없으셨거든요. 지금 엄마가 돼보니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자식에겐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게 엄마인것 같기도 하구요.

딱 그 이야기 말고는 다 해주셨거든요.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 동아리 활동, 연애, 결혼까지요.

그리고 저는 대체로 기분이 좋으니 조금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글도 그냥 담담하게 썼다고 받아들여주세요ㅎㅎ

같은 자식이어도 다 다른것을 느낍니다
솔직히 제가 자식을 끼워보니 더이쁜 자식이 있더라고요
부모에게 더 잘하고 친절한 녀석이 더 믿음직 스럽고 이쁘고 사랑스럽기야 차별이 없지만 사람은 하기 나름인가 봅니다
왠지 늘 어른 스러우실것 같은 분이세요
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항상 철 없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ㅎㅎ...

그럴리가요 ㅎㅎ

누구나 가질수 없는 생각입니다. 어머님은 행운그 이상으로 생각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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