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V의 날 - 1부 3장
클로투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만 하루가 꼬박 지나있었다. 낯선 천장과 공간, 냄새, 여러 사람이 부산스럽게 떠드는 소리 때문에 그는 자신이 아직도 꿈속에 있는 줄 알았다. 그는 벽이 하얀 작은 방에 혼자 누워있었다. 창문으로 날아든 석양 한 조각이 벽 한쪽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클로투스는 손을 들어보았다. 붕대로 친친 감긴 손바닥도 물들어있었다. 그건 석양 때문이 아니었다. 지나간 일이 어렴풋이 기억났지만 정작 아침에 의사가 왔다 간 건 전혀 몰랐다.
“클로투스?”
작은 발소리와 함께 뻥 뚫린 입구에 빅토가 나타났다. 한걸음에 다가온 빅토의 얼굴에 기쁨과 슬픔과 불안이 번갈아 나타났다. 클로투스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몇 번 시도한 끝에 간신히 물었다.
“엄마는 어딨어?”
“주인마님이랑 같이 있어.”
순간 클로투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찌릿한 통증이 머리 한쪽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주인마님, 그 단어가 신경에 거슬렸다.
“아파?”
빅토는 마치 자기가 다친 것마냥 겁먹은 얼굴로 클로투스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클로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베누아타스의 저택에 도착했을 때 클로투스는 미약하게나마 정신을 차렸었다.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동안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이 들려왔다. 온가족이 그 집에서 일해야 한다는 얘기……. 의사가 준 약 덕분에 그는 그런 소리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 있었다.
약에 취해있었음에도 간밤에 몇 번이나 잠에서 깼다. 손에서 시작된 타는 듯한 고통이 팔을 타고 퍼졌기 때문이었다. 손을 잘라내고 싶다는 충동이 몇 번이고 들었었다. 열이 들끓어 온몸이 축축하게 젖었었는데 그 느낌이 몹시 불쾌했던 것도 생각났다. 엄마가 이마에 올려준 물수건은 금방 미지근해졌었다. 그는 엄마에게 괜찮다는 말을 헛소리처럼 되풀이했었다. 그 와중에도 엄마와 배 속의 아기가 걱정됐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잠들었을 때는 악몽을 꿨다. 집에 불이 난 꿈이었다. 가족 모두가 집안에 갇힌 것 같았다. 문을 부수려고 도끼를 휘두르는데 손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 형과 동생이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쩐 일인지 아무리 휘둘러도 도끼는 문에 닿지 않았다. 그렇게 허공에 헛손질만 하다가 다른 꿈으로 이어졌다. 답답한 기분만 남긴 채.
그는 평소에도 이따금 악몽을 꾸곤 했다. 무언가에 쫓겨 삼 형제가 도망치고 있는데 자신은 바위틈에 발이 끼어 움직이지 못했다던가, 가족 중의 누군가가 죽어서 서럽게 울었다던가, 천룡 기병이 된 자신을 보며 사람들이 껄껄 웃는데 그게 너무 기분 나빴다던가 하는 꿈이었다.
클로투스는 그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엄마는 물론 빅토에게도 비밀로 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나약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약함은 곧 죽음이다. 그가 이해하는 세상은 그랬다. 다행히 그는 약하지 않았다. 나무로 만든 것이긴 해도 지금의 빅토와 같은 나이인 일곱 살부터 검을 쥐었으니까. 그때의 클로투스는 동생 빅토처럼 어리지 않았다.
클로투스는 아버지처럼 천룡 기병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먼저 땅 위에서 싸우는 법부터 익혀야 했다. 아버지, 다넬라스의 말에 따르면, 살아가면서 하늘보다는 땅 위에서 싸울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과연 그랬다. 클로투스가 또래들과 싸울 때는 항상 땅 위에서 뒹굴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랬다. 그의 첫 실전도 땅 위에서 치러졌다. 그리고 졌다.
“아버지가 해 준 말씀이 있어. 난 그걸 어겼기 때문에 진 거야.”
“뭔데?”
빅토가 성급하게 보챘다.
“어떤 순간이든, 얕보이지 말고 얕보지도 마라.”
아버지는 그 말을 그의 아버지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클로투스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고, 평생의 신념이 될 거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는 그 말을 성실히 지켜왔다고 자부했었다. 어제까지는…….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어느 순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여긴 시점에서 그는 패배했다. 칼을 꺼냈을 때만 해도 그는 그날 누군가를 찌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엄마와 대금업자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그날은 한바탕 싸움이 없을 거라 여겼다. 그래서였다……. 대금업자들을 골탕 먹이려고 화덕에 칼자루를 달구지만 않았어도 어이없이 지지는 않았으리라. 클로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도 알고 있었다. 제대로 붙었어도 그 사내에게 졌을 거라는 걸. 그 검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1년 전 그는 아버지로부터 크세나스 한 자루를 받았다. 크세나스는 크세노빌의 장자라는 뜻의, 날이 널찍하고 짧은 보병용 검이었다. 공화국의 수도인 크세노빌이 처음 주변 도시를 침략해 이기고 동맹으로 삼던 시기에는 보병이 주력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부리는 검에 장자의 이름을 붙여 긍지로 삼았던 것이다. 클로투스가 받은 검은 보통과 달리 자루까지 강철로 되어 훨씬 더 무거웠고 무게 중심도 사뭇 달랐다. 그걸 보통의 검처럼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천룡 기병의 창을 들 수 있을 거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처음에 클로투스는 그 검을 똑바로 들 수조차 없었다. 시간을 들여야 했다. 자칫하다간 자신의 허벅지를 벤다든가, 칼을 놓쳐 주변을 위험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없더라도 뼈나 근육이나 인대를 다칠 수 있었다. 그래서 힘과 근육을 기르며 천천히 검에 적응해가는 중이었다. 바꿔말하면 그 검으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날 손에 익지 않은 그 검을 꺼낸 건 좀 더 강해 보이고 싶다는, 좀 더 강해지고 싶다는, 어쩌면 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얕은 생각이었다. 너무 어린애 같은 짓이었다. 얕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얕보였고, 얕보지 않으려 했으나 얕봤다. 그래서 졌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클로투스는 그게 너무 분했다. 분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다. 형이 올 때까지 그는 가장이었으니까.
“내 검!”
클로투스가 뒤늦게 소리치며 방안을 둘러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빅토는 그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잠깐만…. 후고는?”
없어진 것은 검만이 아니었다. 늘 함께였기에, 혼자 서 있는 동생은 유난히 더 작아보였다.
“후고는 이제 내 동생 아냐!”
빅토는 금세 불만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울 것처럼 입을 삐죽내밀고 말을 우물거렸다.
“우린 팔려온 거고, 후고는 도련님 거래.”
클로투스는 다시 날아든 찌릿한 통증에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주인마님에 도련님……. 그런 말이 술술 나오는 빅토를 보고 있자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너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그딴 말 했다간….”
“무슨 말?”
클로투스는 난데없이 끼어든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문가에 또래의 남자애가 웃으며 나타났다. 단정하게 빗은 까만 머리는 윤기가 흘렀고, 붉은 무늬로 테두리를 친 옷은 티 없이 하얬다. 바로 그 도련님이었다.
클로투스는 그를 노려봤다. 딱히 적의를 담은 눈빛은 아니었다. 어쩌면 단지 그의 표정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리라.
“후고는요?”
빅토의 목소리는 벌써 기죽어있었다.
“방에 가둬놨어. 계속 빽빽거리며 돌아다녀서 정신없었거든.”
“빅토를 찾는 거야.”
그렇게 툭 내뱉으며 클로투스가 침대 밖으로 나왔다.
“익숙해져야지. 이제 내가 주인이라는 걸.”
남자애는 여전히 문가에 서서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그 촌스러운 이름도 바꿔줘야지. 후고가 뭐야, 후고가? 새빨간색이라? 그렇다면 더 근사한 걸로 지어줘야지. 이를테면… 그래, 플라무스 정도. 혹시 알아? 걔가 전설의 화룡일지.”
남자애는 뭐가 우스운지 혼자 큭큭거렸다. 플라무스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용이었다. 그는 난폭했고, 그래서 낮이고 밤이고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불을 토해냈는데, 그때마다 하늘이 불타올랐다. 동쪽부터 서쪽까지 온 하늘이 그의 집이었으므로, 그것이 아침에 동쪽 하늘이, 저녁에 서쪽 하늘이 타오르는 이유였다.
“흥. 그런 지어낸 이야기 따위…. 게다가 후고는 지룡이라고.”
“나도 알아. 어쨌든 걘 앞으로 플라무스야. 그렇게 알아둬.”
클로투스는 남자애를 노려보던 눈길을 아래로 비스듬히 옮겼다. 빅토가 그의 옷자락을 붙잡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으냐고, 동생은 말없이 묻고 있었다.
남자애는 기다려주지 않고 휙 몸을 돌렸다. 그는 떠나기 직전 다시 클로투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너도 빨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걸? 나한테 존댓말 쓰는 거. 네 동생은 벌써 잘하고 있는데 말이지.”
클로투스는 곧바로 대꾸하지 않았다. 기분 나쁘기도 했지만 판단이 서지 않은 것도 있었다. 대꾸한다면 뭐라고 할지, 그걸 존대로 할지 반말로 할지, 당장은 정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오기는 부려야했다.
“용한테 사람 같은 이름 붙이면 안 돼. 그것도 몰라?”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소릴 해?”
클로투스는 자신의 심통 때문에 아버지를 욕되게 한 것 같아 순간 아차 싶었다. 후회가 밀려드는 동시에 행여 빅토가 아버지에게 들었다고 실토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그건 기우였다. 빅토는 일곱 살짜리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험악한 얼굴로 남자애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노력이 헛되게도 남자애가 선수를 쳤다.
“설마 너희 아빠야?”
두 형제는 짠 것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진짜인가 보네. 이런, 내가 실례했군. 그 점은 사과하지.”
클로투스는 그가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할 말을 찾아 입안에서 뱅뱅 굴리고 있는데, 남자애가 틈을 주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들었어. 너희 아빠 처형당한 얘기. 그건 참… 유감이야. 비극이기도 하고.”
내용과는 다르게 남자애는 점점 신이 난 듯 보였다.
“근데 왜? 용한테 그런 이름을 붙이면 왜 안 되는데?”
“그건…….”
삼 형제도 똑같이 물어봤었다. 그때 아버지는 처음부터 말해 줄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삼 형제가 재차 묻자 아버지가 비로소 한 대답은 기대했던 것처럼 거창한 게 아니었다.
용은 사람이 아니니까. 아버지는 그때 그렇게 말했었다.
“부정 타니까. 그것도 몰라?”
클로투스는 그렇게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너무나 당연한 말에 반박조차 할 수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늘 언젠가 다시 제대로 물어봐야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아마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던 건 우리로서는 당장 이해하기 어려운 숨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여겨 왔었다.
아버지에게 들었던 대로 말한다 한들, 그리고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한다 한들 눈앞의 재수없는 남자애가 납득할 리 없었다. 그래서 클로투스는 떠오른 대로 둘러댔던 것이다.
“뭐야, 그게? 난 그딴 거 처음 듣는데?”
남자애가 실망을 감추지 않았기에 클로투스는 욱하는 마음이 일었다. 아무렇게나 말한 건 클로투스지만 남자애의 실망은 아버지를 향한 것이었으니까.
“너희 아빠도 참…. 그런 시덥지 않은 소리나 하니까….”
남자애는 거기까지 말하고 멈췄다. 그 자리에 나타난 누군가를 보고 입을 다문 것이다.
“여기서 뭘 하는 게냐, 필리푸스?”
남자애가 반쯤 뒷걸음질 치며 입구에서 살짝 물러나자 그 공간을 살집이 넉넉한 남자가 차지하고 섰다.
“알베흐토 삼촌.”
그의 등장에 남자애는 당황한 눈치였다.
“네가 여기 있는 걸 네 엄마가 좋아하지 않을 거란 건 이 집의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니더냐?”
남자애는 한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이르실 거예요?”
“네가 계속 여기 있으면 내가 이르지 않아도 네 엄마가 알게 될 거다.”
“이제 막 가려던 참이에요. 인사나 하러 들른 것뿐이니까요. 근데 좀 전에 필리푸스라고 부르지 않으셨어요?”
남자애는 가려다 말고 반쯤 몸을 돌린 채 물었다.
“그랬냐?”
“네.”
“아마 내 눈에는 네가 아직도 장자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남자는 마치 남 얘기를 하듯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남자애는 그를 한 번 노려보고는 아무런 대꾸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 뒤를 보며 남자가 중얼거렸다.
“제 형이 죽어서 장남의 자리를 받았지. 가엾은 쥘라스, 그 녀석이 죽는 바람에 누나는 그렇지않아도 오냐오냐하던 저 녀석을 더 끼고돈다니까. 그게 애를 망치는 줄도 모르고.”
그는 갈색 수염이 덥수룩한 입으로 혀를 찼다.
“그런고로 저 녀석은 필리파스다. 그리고 너는… 클로투스, 이 꼬맹인 빅토였던가?”
클로투스와 빅토는 작게 끄덕였다.
“나는 알베흐토다. 명예로우신 베누아타스 의원님의 용 목장을 관리하고 있지. 네가 앞으로 일할 곳 말이다.”
알베흐토는 동글동글한 코 옆으로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웃었다. 클로투스의 눈에는 그가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베누아타스를 거론할 때 그가 비꼬는 투를 썼다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 집안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틀림없었다. 그게 클로투스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자신이 용 목장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그곳에 아버지가 탔던 용이 있다…….
“빅토는요?”
“글쎄다. 꼬마야, 넌 어디서 일하냐?”
“저는 잔심부름하고 있어요.”
“아, 그래. 너한텐 그게 딱이겠구나. 아무튼 클로투스야. 내일 아침 먹고 곧장 목장으로 오너라. 당장 일을 시킬 건 아니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사람들하고 인사도 하고 구경이나 하면서 분위기부터 익히라는 거야.”
“네, 나리.”
그날 밤 늦게 엄마가 방으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딱딱한 빵조각을 넣어 끓인 채소 스튜였다. 정체 모를 고기도 가끔 씹혔다. 저녁 식사로 늘 먹던 밀죽에 비하면 굉장한 음식이었다. 클로투스는 엄마에게 크세나스의 행방을 물었고, 엄마는 아마 주인어른이나 그의 호위병들이 알고 있으리라고, 다만 그들을 아무 때나 만날 수 있지는 않다고 했다.
엄마는 피곤해 보였고 금방 잠이 들었다. 빅토도 마찬가지였다. 방은 전에 살던 집보다 작았으나 더 깨끗하고 쾌적했다. 침대와 침구도 감촉이 좋았고, 가끔 라일락 향기가 바람에 실려 날아와 코끝에 맴돌았다. 늑대를 비롯한 산짐승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여러모로 더 좋은 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클로투스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가끔은 습하고, 거기에 브휘노의 체취가 섞여 퀴퀴한 냄새가 나기도 했던 집이지만 거기에는 화덕이 있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비록 맛없는 밀죽을 먹더라도 거기에는 온기가 있었다. 말 없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혼자 온갖 일들을 얘기하는 엄마, 오로지 먹는 데만 몰두하는 동생과, 그 발치에 앉아 뭔가 떨어지는 게 없을까 혀를 날름거리는 후고, 몸은 우리에 뉜 채 머리만 방에 들여놓고 졸고 있는 브휘노, 그 자리에는 없어도 항상 거론되는 큰형까지. 그 모든 게 어우러진 분위기에서 클로투스는 매일 밤을 잘 수 있었다. 비록 악몽을 꾸는 날이 있더라도.
그날밤 꿈에서 클로투스는 또다시 누군가 죽는 꿈을 꿨다. 아버지였던 것도 같고, 어쩌면 큰형이었던 것도 같았다. 슬픔과 원망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에 꿈속의 클로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꿈속의 그는 또한 그때까지 어떤 꿈에서도 자신이 죽은 적은 없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불사신도 될 수 있다고 느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가능성과 미래가 한꺼번에 찾아들었다. 그러다가 일순간 그들은 사라지고, 절망이 빈자리를 차지했다. 클로투스는 꿈에서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다른 누군가가 죽는 꿈을 꾼 건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 클로투스의 꿈에서 죽는 건 오직 자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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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로 올려주셨더군요. 조금 시간 차를 두고 읽으려고 오늘로 미루고 이제서야 다 읽었습니다.
필리푸스의 얼굴은 선명하게 그려지네요. 그래서 베누아타스가 조금 그려지긴 했습니다. 질투의 부자...다음 편에서 알베흐토가 조금은 알려줄 것 같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늘 보내주시는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쓸쓸하지 않게 댓글도 남겨주시고...😂 다음편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인물은 아니지만... 기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D
아, 쓰려다 말았는데...
-ㅏ스가 돌아오려나...조심스레 그려는 봤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서요.
그나저나 필력이 대단하신 분들이 많이 오시네요, 요사이. 장난 아닌 글을 또 봤네요. ^^
제 입으로 스포하진 않겠습니다😅 장난 아닌 글, 리스팀 하신 거 말씀하시는 거죠? 잘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거 같네요. 매니악한 것만 쓰는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네요😂
댓글은 달지 않으셔도 꾸준히 찾아 주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응원합니다. 슈퍼 초울트라매니악이 되실겁니다.
응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