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추억팔이 - 학창시절 회초리

in #kr-pen6 years ago (edited)

저희 바로 윗세대 70년대 선배님들은 더 그랬겠지만 학교 분위기가 지금처럼 민주적이고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로 갈수록 세월도 바뀌면서 점차적으로 학생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민주적으로 변해가는 느낌이 조금은 들었지만 어릴적으로 거슬러올라갈수록 학교는 더 무서웠던 곳이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교련 과목이 있던때라 호랑이 선생님이 계신 곳의 분위기는 살벌했습니다. 지금처럼 학생이 선생님을 구타하거나, 학생들이 선생님의 이야기에 반기를 들거나,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는 일은 상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선생님 말씀이 법도였고, 선생님이 절대 권력자였습니다.

선생님의 그런 권력옆에는 늘 학생들을 혼내주던 회초리의 위력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안듣고 장난을 치던 아이들도 선생님께서 회초리를 들면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그 회초리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시간여행을 잠시 해보겠습니다.

요즘 초중고등학생들은 선생님에게 회초리 맞는 걸 상상도 못하겠지만, 불과 한세대 전만해도 무시무시한 회초리들이 선생님들 손에서 돌아다녔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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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부
공격력 +5
민첩성 -20
위화감 0

가장 흔하게 사용되던 두부 공략용 무기입니다. 물리적 타격감은 크진 않지만 살짝 "띵"한 느낌은 있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나쁩니다. 정신적 데미지가 가장 큰 무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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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꺾어와서 잘 다듬은 나뭇가지
공격력 +20
민첩성 +100
위화감 +10

이건 주로 여자선생님들이 많이 장착하고 있던 무기였습니다. 아니면 남자 선생님들중에서도 성품이 세심하고 큰 고통이 아니라 자잘한 고통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 선생님들이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건 주로 손을 공략하는 회초리였습니다. 손바닥도 많이 공략했지만, 손등을 많이 때리기도 했습니다. 손등 맞다가 본능적으로 피하면 맞아야하는 대수가 복리로 늘어나는 복리의 기적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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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소
공격력 +30
민첩성 +90
위화감 +15

음악 선생님들이 많이 가지고 다니던 무기였습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서 뭔가 틀리면 단소로 맞을까봐 늘 공포에 벌벌 떨었습니다. 음악을 싫어지게 만든 회초리 중 하나가 단소와 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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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공격력 +40
민첩성 +60
위화감 +15

대금도 단소와 마찬가지로 음악선생님들이 많이 갖고 다녔지만 이걸 들고 다니는 영어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영어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영어 선생님이 들고 다니는 대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영어 시간이 싫어졌고, 그 이후로 저의 영어 실력도 안드로메다로 가 버렸다고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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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0
민첩성 +80
위화감 +2

넓적한 부분은 타격이 약하기 때문에 주로 날을 세워서 손등을 때리는데 활용하던 무기입니다. 이것도 은근히 아파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수학 선생님이나 기술 선생님이 자주 지참하고 다니던 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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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대자루
공격력 +80
민첩성 +20
위화감 +50

주로 엉덩이를 공략하던 회초리였습니다. 잘 부러지지도 않는데다가 물먹은 마대자루의 위력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복도에 일렬로 엎드려 뻗쳐를 한 상태에서 밀대자루로 엉덩이를 얻어맞던 시절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공포 그 자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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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목
공격력 + 97
민첩성 +4
위화감 +95

이것도 밀대자루와 마찬가지로 주로 엎드려 뻗쳐를 한 상태로 엉덩이를 단골로 때리는 무기였습니다. 각이 져 있어서 각진 부분에 잘못 맞으면(....) 저는 이걸 초등학교때 처음 맞았는데, 친구하나가 중대한 거짓말이었나 무슨 실수를 해서 반 전체 학우들이 책상위에 무릎꿇고 올라가서 허벅지 윗부분을 저걸로 한대씩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각목의 참맛과 전체주의의 참맛을 어려서부터 맛보았던터라 기억이 오래가네요.

일부 여학교 선생님들은 여학생들을 엎드려 뻗쳐시키고 이걸로 엉덩이를 때리면서 치마를 펄럭거리게 만들었다는 전설도 내려오던데, 지금 그랬다가는 바로 수갑차고 철창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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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방망이
공격력 +99
민첩성 -2
위화감 +100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별명이 '델타'였습니다. 델타포스를 줄여서 그렇게 불렀습니다. 엎드려 뻗쳐 상태로 엉덩이 한대 맞아 봤는데 정말 위력이 엄청났습니다.


로우 블로
공격력 +100
민첩성 +100
위화감 +100
수치심 +100

주로 모 수학 선생님께서 쓰시던 방법입니다. 계량 한복을 입고 느끼한 표정으로 급소를 손으로 움켜잡아 쥐어짜는 공격인데, 정말 고자가 될 것 같은 고통에 휩싸이는 공격입니다.

선생님들의 회초리를 '사랑의 매'라고 보는 쪽도 있고, '폭력'으로 보는 쪽도 있습니다. 회초리를 허용하는쪽에서도 어디까지를 사랑의매로 보고, 어디까지는 흉기로 볼 것이냐하는 논란도 끊이질 않습니다. 요즘이야 아예 선생님들께서 회초리를 안 드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다그치는 것 조차도 무서워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선생님들께서 제자들 인생 망하라고 혼낸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힘과 물리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문화는 미개한 문화가 맞고 그게 지금은 많이 개선돼서 다행이구요.

'인간은 늘 과거를 찬미한다'는 에드워드 기번의 일리있는 말도 있어서 과거를 무조건 찬미하는 모양새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그 예전 학창시절이 가끔 그립기는 하네요.

Sort:  

슬리퍼가 빠진 것 같습니다.
공격력 +55
민첩성 +80
위화감 +10
수치심 +100

헉..수치심에서 빵 터졌어요. 완전 적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보고 빵 터지고 하나 더 생각난게 있어서 원문에 하나 추가할게요 ㅋㅋ

정말 추억의 회초리들이네요...요즘 아이들은 듣도 못한 "교련"이라는 단어...정겹네요...그런 의미에서 보팅흔적 남기고 갑니다. 소통하고 싶은 이웃이라서 맞팔신청합니다. 스팀달러로 win-win하고 싶은 @dollarlove입니다. growing together~~

요즘 학교 분위기를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이 각목이나 야구방망이로 체벌한다고 하면 난리가 나겠죠? ㅎㅎ

저는 중고딩때 하키스틱으로 때리는 선생이 있었죠. 학교에 하키부가 있어서.. 그때는 선생님이니 때려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믄 인성이 ㅆㄹㄱ 였던 분이었어요ㅎㅎ

하키스틱이요??? 워매.....

와... 옛추억이 떠오릅니다 ㅠㅠㅋㅋㅋ 저도 참 많이도 맞아봤는데 저기에 있는걸로 다맞아봤어요 ㅋㅋ

ㅋㅋㅋㅋㅋㅋ 다 맞아보셨군요.. 학창시절 참 힘들게 보냈네요 저희 ㅠㅠ ㅎㅎㅎ

적당히 따귀나 몇 대 맞으면 다행일 정도로 체벌의 수준을 넘어선 폭행도 많았습니다.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많이 변한 것 같네요.

아무리 그 시절이었다고 해도 따귀나 주먹 같은 맨손으로 때리는 선생님들은 기본 인격이 안된 사람들인 것 같네요. 학생들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지면서 권력구도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긴 합니다^^

자...공포의 자...
정말 다 지나간 옛일이 되었네요..

자도 은근 공포의 물건이였죠 ㅋㅋ 지금 보면 진짜 별거 아닌 물건인데 ㅋㅋ

모두다 한대씩 맞아본적있는 무기(?)들 이군요.ㅋㅋ
학창시절 학주(학생주임) 선생님은 열쇠를 쥔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복싱선수 출신이라 휙휙 소리가나는 주먹을 진짜로 가진 분이셨죠. 그 분은 강한 주먹이 학생들에 몸에 닫는순간 멈춰버리는 상당히 무섭지만 아프지 않은 체벌을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분께 많이 혼났지만.. 그 선생님을 전 아직도 그분이라고 칭할수 있습니다.
그때는 어른 무서운 줄 알고 선생님 무서운 줄 알았으니까요. (육체적인 굴복이 아닌, 머리의 굴복...) 추억공감하며 갑니다.!!

운동을 하신분이 무섭지만 아프지 않은 체벌로 아이들을 훈육하셨다니 카리스마와 기술이 대단하네요. 주변에 그런 어른들 한두분은 계셨는데, 저는 그런 어른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회초리가 제일 싫어요ㅋㅋ '자'도요ㅋㅋ

여성 분이셔서 자나 나뭇가지같은 가벼운 회초리들의 피해를 많이 입으셨을 것 같습니다^^;

요샌 정말 체벌금지인가보군요. 저는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뺨 맞는 것을 보았는데 장풍 맞는 줄 알았어요. 그 때 얼마나 놀랐던지. 심지어 죄목이 반장으로서 반을 조용히 시키지 못한 죄.근데 8090 시절 학교는 더 했을 것 같아요. ㅠㅠㅠ

요즘엔 체벌 뿐 아니라 학생에게 말한마디만 잘못해도 난리가 난다고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날아갈 정도로 뺨을 그것도 반장이 아이들 조용히 안 시켰다고 때리면 그건 뭐 완전 ㅋㅋㅋㅋㅋ 한참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맨손과 맨발이 빠진 것 같습니다. (...ㅠㅠ)

손이랑 발로도 맞으셨나요? 띠용!

제가 맞은 건 아니지만, 맨손/맨발 스킬을 시전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셨더랬지요. 애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과 패싸움 때문에 경찰서에 단체로 불려다니기도 했던 학교였다보니, 몇몇 선생님들도 좀 거칠었던 기억이 납니다.

와 맨발 맨손은 거의 학생들하고 싸우자는거 아닌가요 ㅋㅋㅋ 엄청 거친곳에 계셨나봐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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