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 (부자는 3대를 못 가도록 세법이 설계돼 있으나..)

in #kr-pen6 years ago (edited)

상속, 증여, 대물림..
그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들


1

사업으로 성공한 집은 자녀에게 어떻게든 사업을 물려주려고 합니다. 하다못해 사업을 하고 살으라고 장려합니다. 투자로 성공한 집도 그렇습니다. 뭔가 가업이 성공하면 부모들은 그걸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그건 부자와 빈자, 여자와 남자를 떠나 거의 모든 인간의 본성입니다.

물론 실패한 집은 죽어도 그걸 못하게 하죠. 인간은 자기 경험에 근거해서 타인에게 그걸 강요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2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지방의 작은 식당.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지만 가게를 크게 확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자손대대로 가게를 물려 줄 생각이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따뜻합니다. 몇대가 음식 하나에 장인 정신을 담아서 하나의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는 꽤 좋은편입니다.


3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중견기업. 조금만 더 있으면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돌파하기 직전입니다. 창업자가 피땀흘려 회사를 일궈냈고, 이제 창업자는 회사를 2세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상장 기업도 아닌데, 회사를 물려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곱지 않습니다.


4

한때 연예인 부모들과 그 자녀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연예인의 자녀들은 별도의 오디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난하게 공중파에 진출하여 얼굴과 이름을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인맥과 대중에게 알려진 인지도를 등에 업고 연달아 드라마 주조연으로 발탁되거나 앨범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어렵지 않게 이어나갔습니다.

오디션을 보겠다고 인생을 걸었던 수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과,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어렵게 음악과 연기를 해나가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공중파는 한정된 자원이고 공공재이니까요. 공중파는 한정된 자원인데 거기에 나가고 싶어하는 지망생은 수십 만 입니다.

대중들은 아무런 심리적 거부감없이 연예인들의 자녀들에게 호감을 가졌고, 팬클럽을 만들었으며,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열광을 하였습니다. 힘들게 일군 기업을 물려주는 것에는 분노하면서 또 이런 부분은 분노하지 않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5

기업인, 연예인은 워낙 대중들에게 노출돼 있어서 그렇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상속과 증여는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지방의 작은 부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 샐러리맨, 큰부자들까지도 전부 자녀에게 자기가 가진걸 물려주길 바랍니다. 특히, 여기에는 꼭 '돈'만 포함되는 건 아닙니다. 앞의 연예인들 사례에서도 보셨듯이 부모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와 같은 유무형의 자산들도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성공한 사업가 집안에서 사업가가 나올 확률이 높고, 성공한 학자 집안에서 학자 자녀가 나올 확률이 높은 건 선천적 요인이 아니라 이런 후천적 환경 요인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6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부자가 3대를 못 가도록' 막대한 증여세와 상속세를 물립니다. 그래서 대부분 부자들의 재산은 자녀에게 물려주길 반복한다면 3대에 이르러 소멸되도록 세법이 설계가 돼 있습니다.

이는 '노력에 의해 얻은 부는 인정하지만, 증여나 상속으로 얻은 부는 그보다 덜 인정'함으로써,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고자 하는 각 나라의 의지라고 봅니다. 부자든 빈자든 누구나 다양한 재능으로 국가와 인류에게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를 한 사람이 쥐고 그걸 자손대대로 물려주게 된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사회는 경직돼 앞으로 한발도 나아갈 수 없게 됩니다. 시장주의와 자본주의의 존속을 위해서도 기회의 균등은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7

소비. 저축. 투자.
빈자들은 소비에 열을 올립니다. 중산층은 저축에 열을 올리고, 부자들은 투자에 열을 올립니다.


8

한국에 한해, 억만장자로 불리는 엄청나게 큰 부자들에게 화두는 언제나 상속과 증여입니다. 그들은 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어떻게 하면 세금을 잘 회피하면서 예술적으로 자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줄까?'부터 고민합니다. 상속과 증여에 대한 고민은 그들에게 평생에 걸친 숙원사업입니다. 투자는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9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은 개인 재산이 1조 원이 넘어가면 그건 '내 소유의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 정도의 재산은 '책임감'이라고 말했습니다.

훌륭한 생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의 재산이라면 보통은 현금 형태가 아니라 기업의 소유권이나 또 다른 형태의 유가증권 내지는 채권 등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일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 막대한 재산을 유지해주기 위해서 체제가 안정이 돼야하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억만장자 한사람의 재산을 유지하고 지켜주기 위해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사회를 대표하는 억만장자라면 아무리 자기가 스스로 창업해서 돈을 벌었다고해도 사회에 대한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

우리나라는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등주의 사상이 강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남들의 노력에 대해서 인정도 잘 안하는 나라이고, 남들의 편법에 대해서도 서로간 감시가 심합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또 남들보다 잘 살길 바라고 기회가 되면 편법을 쓸려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입니다.

이렇다보니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정치인 부모 밑에 정치인 나올 확률이 높고, 방송인 부모 밑에 방송인 나올 확률이 높고, 성공한 기업은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자녀에게 물려져 있고, 지방의 작은 땅부자도 죽고나면 그 땅은 자녀들에게 상속이 돼 있습니다. 우리모두가 기회만 되면 이런 저런 방법으로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자녀에게 물려주길 바라면서도, 또 남이 그러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잣대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들이댈 수 있어야 하고, 주장은 일관적이어야 하며, 스스로도 그 잣대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6번에서 말씀드렸듯 역동적인 자본주의의 존속을 위해서는 '대물림'이 지속되는 사회보다는 '기회가 평등해서 능력자라면 스스로 잘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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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증여 상속 대물림 등에 대해 합리적인 사고같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은 보수적인 사고가 많은 듯 합니다.

공감합니다. :)

선진국 일수록 계층 이동이 적어지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 자체가 부의 격차를 좁힐 수 없는 체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게 커뮤니티가 성장하기 위한 합의 과정인데, 루프홀은 항상 있기 마련이더라구요.

글 잘 읽었습니다.

http://investor-js.blogspot.kr/2015/09/10-vs.html
이글을 보시면 의외로 미국이나, 중국, 일본보다도 우리나라가 훨씬 더 계층이동이 경직된 사회입니다. 보팅과 댓글 감사합니다^^

대물림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한 훌륭한 글입니다. 글을 단락별로 끊어서 번호를 매긴 것도 인상적입니다. 좋은 형식 같습니다.

정성스레 작성하신 글 잘 봤고 팔로우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스팀잇 여기저기 구경다니며 제 소개도 짧게 하고 있습니다.
'터보힘준' 유머(인'터'넷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있는 유머)와
재'밐'는 얘깃거리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3대 구경거리는 미인, 동물, 유머라고 합니다.
제 창작 품위유머도 한 번 구경 오십시요 @isson99

인터넷 3대 구경거리 저도 좋아합니다. 팔로우하고 종종 들를게요~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감합니다. 보면서 트럼프가 아버지로부터 100만 달러의 '소액'을 빌려서 사업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일화인데, 한 청년이 몇 번의 실패 끝에 디저트 카페 사업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청년 창업에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그 청년의 용기와 아이디어를 칭찬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를 보면, 그 청년이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투입된 자본이 전부 부모님 돈이었다는 사실과, 지금의 카페가 위치한 건물이 부모님 것이라는 사실이 빠져있더군요.

공감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그런 사실들이 정말 많습니다. 청년 창업 신화인 티켓몬스터도 중앙일보에서 기획 기사를 시리즈로 써주면서 엄청나게 홍부해주면서 초반에 밀어줬던 기억이 나네요. 뭐 그런 케이스가 한둘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청년 부동산 경매부자가 쓴 책을 한참 재미있게 읽어내려가다보니 20대때 초반 투자금 1억을 부모님이 무상으로 지원해줬더군요.

10번에서, 예전에 중국보다 한국이 더 공산주의 정서에 맞을 수 있다고 한 글이 생각나네요.

정말 작은 식당은 물려주는걸 좋게 보고, 중소기업 정도만 되어도 물려주는걸 안좋게 보네요.

왜그럴까요. 돈의 규모때문은 아닐거 같은게, 작은 식당 매출이 중소기업보다 커도 마찬가지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궁금증 하나가 늘어났습니다. ㅎㅎ

연예인 자식은 주변에서 좋게 안보는 것 같았는데,
또 반대의 글을 보니 제 생각이 좁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의 평등주의 사상이나,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상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면의 심오한 면을 보고 고민하기 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겉치레를 보고 판단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자더라도 겉모습이 허름하면 딱히 욕을 안 먹더라구요.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나라라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겉모습이 판단의 중요요소인것 같습니다.
감성이 지배하는건 사람이면 모두가 그런 것 같습니다.

마윈 회장이 한 말 참 멋있네요. 아직 4대에 걸쳐 승계된 재벌기업은 없죠? 재벌 가문들이 3대에선 깨어지길 바랍니다..ㅎㅎ

4대까지 간집은 아직은 없을텐데 GS의 허씨 어린이들이 어릴때부터 수백억대 부자였다는 기사는 본 것 같습니다.

제 생각도 후천적인 것이 더 클 것입니다.(하지만 선천적인 것이 없지는 않겠으니 더 크다고 언급합니다.)

'일'을 '실제로'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저는 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실제로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언제나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 투자한 시간 수집한 정보는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참담히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실패의 목전에서 언제나 턴어라운드 시켜준다면? 아니 그냥 어떻게 하면 되는지 다이렉트로 전부 다 꼽아준다면? 당연히 충격적으로 빠르게 일이 진척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기가 성공한 분야에서밖에 그렇게 해줄 수 없구요.

그러나 자녀가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여겨,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벌이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자녀분께서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아무리 많은 시간으로도 안 됩니다.

저도 선천적 요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말씀하신대로 후천적 요인의 비중이 크다는데 공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곧 죽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 주제해 줄 끈이 있는 것과 없는 건 하늘의 땅차이죠.
하다못해 빈손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부모가 집이라도 한채 주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압도적 차이를 만들어 내더라구요. 사업이나 투자로 크게 성공한 하는 등의 별 이변이 없는 이상이요. 굳이 남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더라구요^^

많은이들이 부의 대물림보다 기회의 불평등에 더 분노한다고 생각해요... 뼈빠지게 공부했지만 재력가들 자식이 먼저 취업하니 얼마나 황당할까요...

맞습니다. 기회만 공정하게 주어진다면 괜찮을텐데 기회부터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능력의 차등으로 발생하는 빈부격차야 많은 사람들이 수긍을 할테지요.

음... 음식점을 물려주는것과 기업을 물려주는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점에 잘못된 주방장 or 경영자가 와서 음식점이 망한다면,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그 당사자가 되겠지요
하지만 기업의 경우 잘못된 경영자가 오게 된다면 그 당사자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수십, 수백명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몇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1. 종업원 10명은 음식점은 10명만 희생하면 되니까 망해도 상관없다는 말씀이신가요?
  2. 대물림을 하면 무조건 망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것인가요?
  1. 음식점과 기업의 차이는 알바와 정규직(인턴)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점 알바의 경우 재취업이 쉬운편에 해당하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을거라 생각했고
    (음식점이 망하고, 그자리에 음식점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취업 걱정이 적음)
    따라서 망할경우 피해를 보는 사람이 경영자&주방장이라 생각했습니다.
    회사의 경우 재취업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기 때문에(특히나 중소기업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2. 대물림한다고 무조건 망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가게에서 수년~수십년간 일하고 물려받는 경우 대부분 망하지 않죠.
    그러나 비판받는 대부분의 경우는 전문성 없이 물려받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전문성 없이 물려받는 경우 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고요

우리나라는 애시당초에 너무나도
되는 놈만 된게끔 설계되어진 점도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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