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전공한 후 내가 배운 단 한가지

in #kr-pen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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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전공한 후 내가 배운 단 한가지

어떤 위대한 심리학자가 오더라도
치밀하고 정교한 이론이 뒷받침 되더라도
세상 유용한 방법론이 정립 되어도

결코 각기 다른 개별적 인간을
지표로 재단하고 파악하고
분석할 수 없다는 진리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마법 주문 같은 치트키 따윈 없고
오랜 시간 전 생애를 진심으로 부딪혀도
나와 다른 사람을 전부 알 수 없다는 겸손

가끔씩 인덱스를 붙이는 건 괜찮지만
라벨을 붙이진 말자고요.
지레짐작하거나 추측하지도 말고요.
결코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타인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어요.

우리는 모두 다르죠.
영원히 같아질 수도 합쳐질 수도 없겠죠.
그게 조금 외롭고 공허할 때가 있지만
그래서 감동적인 순간이 존재하다 믿어요.
그 덕에 사랑이 가능하다 생각해요.

           -글로 안아주기, 고물




SBS 스폐셜 MBTI 편을 보다가 든 생각이에요.

MBTI를 좋아하는 MBTI 처돌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유형이 변한 적 없는 파워 INFP이지만,
자신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이 지표를 전적으로 자신의 관계 프레임으로 삼는 건 위험해요.

저 만해도 INFP지만 고민보단 GO하는 성격에다가 대범한 면모도 있지요.
혼자 있는 시간만큼 모르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는 걸 즐기기도 하고요.
일을 하거나 필요할 때는 논리적이 되거나 분석적이 되기도 해요.
가계부 쓰는 걸 즐기고요 투자에도 재미를 느끼지요.

MBTI는 재밌어요,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자료로도 유용하고요.
자기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와 방향으로 나아가는 트렌드는 전 인류의 행복을 증진하기 때문에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흔히 말하는 MZ세대가 MBTI에 재미를 느끼는 것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요.

그러나 소우주인 자신을 또 멋진 소우주의 복잡하고 미묘한 타인을 고작 MBTI라는 단순한 틀에 갇혀 너무 쉽게 판단해버리는 건 너무 멋 없지 않나요? 타인은 나만큼 살아있고 유기적이고 유동적인 존재에요. 실제로 부딪쳐서 하나하나 획득하며 체화하고 경험해야 하는 멋진 순간까지 고작 검사 하나로 퉁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요.

같은 유형이라도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며, 한 사람이라도 한 유형으로만 설명될 수도 없죠.
이건 말 그대로 가볍게 흥미를 돋구고 상대에게 관심을 갖게하는 에피타이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심리학 석박사를 하진 않았고, 공부를 오래한 것 아니지만, 심리학의 다양한 이론과 방법론을 배우며 알게 된 결론은 단순하며 아름다웠죠. 4년을 공부한 보람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이 역설적인 결론이 무가치하다고 그건 다 아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직접 해 보고 가슴에 남은 이 가르침이 제가 사는데 누군가를 만나는 뿌리 깊은 토대가 되어줬거든요.

'절대로 개별적 인간을 판단하거나 분석할 수 없다. 심리학으로 어떤 한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가 모두 달라서 좋고, 어떤 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또 불완전한 존재라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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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닛 ㅋㅋㅋ 전 이론쟁이라 (ㅠㅠ)

이론으로 밥먹고 사는 그런 쓸데(?) 없는 삶(모델 빌딩)을 살고 있긴 한데 이론쟁이라 그런지 뭔가 기대감이 생겨서 기대했었네요 ㅋㅋㅋ

심리학을 전공한 후 내가 배운 단 한가지

어떤 위대한 심리학자가 오더라도
치밀하고 정교한 이론이 뒷받침 되더라도
세상 유용한 방법론이 정립 되어도

결코 각기 다른 개별적 인간을
지표로 재단하고 파악하고

여기서 그 다음에 그래도 ~를 통해서 분석이 가능하다란 말이 나올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 (도로 끝나서 부정적인 말이 나올것을 예상했지만 혹시나 하며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ㅋㅋㅋ)

전 학생시절 심리학 수업을 하나도 못들었고 대학원 졸업 할 때 쯤이였나?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붙어있는 심리학 실험 전단지에 몇번 참여하고 나서 부터 본격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어요.

물론 그 전에도 심리학 관련 대중서를 즐겨 읽곤 했었는데 조교들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전공서나 교과서를 구해서 조금씩 읽기 시작했네요.원래 다른 분야 전공서도 종종 취미(?)로 읽곤 했는데 그래도 항상 이공계 분야만 읽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KOCW 같은 심리학 강의들을 찾아서 듣기도 했었네요 ㅎㅎ(물론 올해는 신학에 빠져서 심리학은 많이 못들었지만요 ㅠㅠ)

그때 심리학 실험에 참여해서 받은 쿠폰들을 정말 유용하게 썼었는데 ㅋㅋ 조교들로부터 심리학 대중서들도 많이 추천받아서 스키너 관련 이야기나 여러 심리실험 이야기 책들도 추천받아서 읽어보고 심리학과 사람들한테선 좋은 경험들이 많네요~ ㅎㅎ

최근엔 좀 어려운 심리학 책 읽는 모임(Non violent communication 을 주제로 한 내용..)도 참석해보고 했는데 어렵긴 어렵더군요.. ㅎㅎ; 그래도 다양한 분야 사람 만나고 하는게 사고를 넓혀주는데 좋긴 하더라구요~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전 따윈 없었습니다.
beoped님 글을 읽을 때마다 제가 할 수 없는 생각과 쓸 수 없는 글을 쓰셔서 자주 감탄하고 해요. 전 이론에 아주아주 약한 사람이기에 하하하 아직 괜찮은 이론은 찾지 못했어요!

오 심리학과 사람들과 좋은 경험과 추억이 많다니 다행이에요. 어쩌면 저보다 beoped님께서 심리학 서적을 더 많이 읽으셨을지도 개인적으로 심리학은 누구나 배워도 유용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졸업한 후로 거의 안 읽고 있지만..ㅋㅋㅋ)

결론이 단순하며 아름답다는 점이 정말 고물님 다워서 너-무 좋아요. (심리학을 전공하셨었군요. 멋있...ㅜㅜ)

확실히 사람들은 카테고리별로 나눠지고 일반화된 수치에 포함되어야, 즉 소속감을 느껴야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것 같긴 해요. 저는 ENFJ 인데 사실 이 카테고리의 부연들이 수치 % 퍼센테이지로 완벽히 저를 설명해주거나 나타내진 않아요. 그래도 범주에 욱여넣어지는 부분이 있어 저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는 장치로 쓰일만 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ㅎㅎ 예전에 브런치에 mbti 에 대해서 쓴 글이 있는데.. '단순한 심리테스트의 경계를 넘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나를 알 수 있는 성찰의 도구로 쓰이는 방법으로 이 테스를 활용한다면 참 좋지 않을까.' 라고 적었네요 ㅋㅋ (기억이 잘 안나서 찾아봤다는)

엇 멋있다니 심리학 책 여러 권 읽은 분보다도 모르는 게 많아요. 하하 단순함에서 저를 읽어주시다니 극찬이라고요.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는 장치라는 말에 공감이요, 선명하게 알게 되는 짜릿한 통찰의 도구가 되어줘서 저 역시 그런 검사들을 아주 좋아해요. 레일라님 예전에 쓰신 글 본 기억 납니다. 다시 가서 읽어야지. 다들 레일라님처럼 이해의 영역으로 사용한다면 탈 날일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뭐든 목적보다 더 한 욕심이 생길 때 탈이 나는 법이니 :D 그나저나 새해를 맞이했으니 괜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이야기를 전해봐요!

어떤 상황을 보는데 도움을 주는 틀은, 그냥 틀일 뿐이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기 시작하면 정말 골치아파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에 100% 공감합니다 :)

자기실현적 예언! 명쾌한 단어에요! 그거 재밌지만 맛들이면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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