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은 배움의 연속이다.

in #kr-pen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kimthewriter 님께서 추최하신 [제1회] PEN클럽 공모전 - 자유일기 에 참가해봅니다. 오늘 쓸 글은 지난 봄에 있었던 저의 일화를 일기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 모든 순간은 배움의 연속이다 -


당 신 의 오 만 과 편 견 으 로 부 터 얻 은 삶 의 지 혜




"You fuckin stupid Asian! 라며 소리치던 이웃집 남자.

딱히 나쁜짓을 한것도 아니다.
그저 차를 후진하며 빼던 순간 그도 후진 하며 차를 빼던 것뿐이다.
그를 백미러를 확인하지 않았는지 내 차의 옆 방향으로 계속 다가왔고 위험을 느낀나는 신호를 주었다.

나는 가까스로 트럭에 뭉개질뻔한 나를 구했다.

그는 놀랐는지 차에서 나와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뇌에 든게 없는 미친년, 너네나라로 돌아가라며 다가와 문을 열라며 마구 두드린다. 일단 나는 급히 가야할 데가 있어서, 시간과 감정을 낭비할 수 없어 자리를 떴다.



몇일이 지났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이웃이라 그런지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이웃집 남자. 오십대 중반 정도의 백인 키위. 그는 항상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 그가 유일하게 찡그리지 않을때에는 그의 집 맨위에 있는 발코니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맥주를 들이킬 때였다. 그는 "안녕" 이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먼저 인사를 해도 받아주는 법이 없었다. 그는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몇일을 좀더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니 꽤 많은 나이든 사람들이 그런얼굴을 하고 돌아다니는것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떻게 늙고 싶은가?

나는 이웃집 남자처럼 늙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 실행할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았다. 실행방법은 간단했다.



"모든걸 이웃집 남자가 하는 행동의 반대로 할것."

반대의 행동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인사를 잘한다.
  2. 미소를 짓는다.
  3. 남을 깔보거나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는다.
  4. 주변의 모든것에 감사한다.
  5. 후진을 할때 백미러를 체크한다.



나는 일단 미소를 지어보기 시작했다. 아침에 오분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멋진 미소를 짓는 얼굴을 만들고 유지해본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괜찮아졌다. 그다음, 그 느낌을 기억했다가 주변사람들을 볼때 그 표정을 만들어 보이는 것이였다. 그리고 인사를 건넸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어떤 기분이든간에 말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위의 다섯가지 조항을 일주일간 꾸준히 행한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일단 처음 회사에 출근하면 프론트에 있는 샘이 날 반겨주었다. 그녀는 늘 무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샘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며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로구나!



두번째는 인사였다. 나의 개인 오피스로 찾아와 안부를 묻거나 하는 이들은 하루에 두명도 안되었는데, 매일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물으니 일곱명으로 늘어났다. 심지어는 CEO인 로스마저 찾아와서 인사했다.
이주일이 지나자, 나와 평소 사이가 좋지않았던 캐롤이 퇴근하기전 머뭇거리며 사과를 했다. 나는 이게 뭔 기적인가 싶었다.
나는 또 깨달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진실이 아니라는것이다. 진실이라고 믿는것은 대부분 우리의 감정과 생각 일뿐, 실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캐롤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그 판단대로 행동했던 것이고, 그녀는 그것에 상처받았던 것이었다.

삼주째에, 나는 이 주제를 가지고 스피치 클럽에서 연설을 하고 나의 배움을 공유했다.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눈을 빛내며 울고 웃으며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는듯 했다.



나는 이웃집에 편지를 썼다. 나는 그들에게 나의 소개를 했다. 나는 이곳 뉴질랜드에서 기술이민을 하여, 이 나라의 자산이 되는 능력을 인정받아 열심히 일을 하고 세금을 내고 있다고. 또한 그때 일어난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한후, 경찰과도 이야기를 했으며 향후부터 녹음을 할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그후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그 이웃집 남자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성장함을 느꼈다. 따스한 기운이 나를 감싸는것 같았다.



그가 "You fuckin stupid Asian!" 라며 소리친후 정확히 한달째 되는 날이었다.

[총 1982자]

@aruka

#kr-pen #kr-overseas #kr #busy #jjangjja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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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게 잘 대처하셨네요. 저도 미국에서 온갖 인종차별을 당해온지라... 해쉬님 기분을 잘 알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걸 당하면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라....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그런데 저도 한번은 참고 해쉬님 같이 행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 아파트에서 자취하고 있었을때인데요... 제가 1층에 살았었고, 2층에는 어떤 중년의 남자분이 혼자 살고 있었어요.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분이었는데, 항상 2층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셨죠. 딱히 인사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고, 뭐 그렇다고 서로 언짢은 일도 없었는데, 2층에서 담배를 피고 담배를 밑으로 터니까 담뱃재가 날리고, 1층에 주차해 놓은 제 차에도 항상 담뱃재가 쌓이고..... 가끔은 담배꽁초도 밑에다 버리니 슬슬 화가 나더라고요.

평소 같으면 가서 한마디 하는데, 이 분은 뭔가 항상 술드시고 담배만 피는게 아니라 마리화나도 피우고, 아무튼 좀 정상?인은 아닌듯 해서.... 가서 뭐라하기가 좀 드려웠습니다. 잘못하다간 총맞으니까요.... ㅠㅠ 그래서 생각해 낸게, 라이터를 사서 선물로 주면서 인사하고 좋게 얘기해야겠다 생각해냈습니다. 좀 가격이 나가는 지포라이터를 사서 맞딱드리길 기다리다, 어느날 맞딱 드리게 됬습니다. 웃으면서 인사를 하니 잘 받아주더라고요. 그러면서 얘기흘 시작하니까 의외로 굉장히 쿨하고 착한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주머니에서 지포라이터를 주면서 이거 좋은 라이터인데 나는 필요없으니 쓰라고 줬습니다. 그러더니 아주 입이 귀에 걸려서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정중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근데 가끔 위에서 담배피고 바로 털어버리면 밑에서 담뱃재가 날아다니니까 혹시 밑으로 안털어줄 수 있겠냐 물어봤습니다. 그러더니 정말 너무 미안하다며 저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앞으로는 신경써서 피겠다 하더군요. 정말 이때 이런 생각을 해낸 제 자신이 얼마나 뿌듯했던지... ㅋㅋㅋ

해쉬님은 정말 화가날 만한 상황에서 참으신 걸로 모자라, 그사람을 보고 자신이 변할점을 찾으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언젠가 해쉬님의 스피치를 한번 들어보고 시네요 ^^ 좋은 주말 되세요~

오.. 우연히 긴 댓글 발견해서 읽었는데.. 재밌는 이야기네요! 일종의 넛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포라이터라.. 애연가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라이터를 주면서 슬쩍 흡연습관에 대해 얘기한다라..

멋있는 해결 방법이었던것 같습니다!!

아파트에 사셨나보네요. 윗집 남자에게 정말 현명하게 잘 대처하신것 같습니다.

예전에 저도 당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미친소로 둔갑한적 많았죠.
보통 저렇게 사람들 깔보고 차별하는 사람들은 동양인들이 말 잘못하고 반격못할거라 생각하고 계속 저러는거니까요. 그리고 사실 동양인들 저렇게 당해도 끾소리 못해보고 가는경우 많죠. 게다가 저는 작은 동양인 여자... 이지 타겟이죠.

그런데 그런사람들 만날때마다 그럴수가 없더라구요. 효율성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제 에너지와 감정소비, 시간을 불필요한것에 소모하기 싫어지더라구요.

어차피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 놔두고 제가 성장하면 또 그런사람들 만날 기회도 사라져 가고 더 나은 사람들만 남더군요.
문탱님도 좋은 주말 되세요 ^^

자신의 세계를 성장시키는 것이 종종 타인의 세계에 닿아 세계들을 성장시키기도 하더군요. 물론 그렇지 못한 타인도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세계의 가늠 중 일부는 역시 다른 세계로부터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각자의 가늠자도 존재하곤 하지요 :)

죄송해요. 무슨말씀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좋은 말씀하신다고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 괜찮습니다ㅎ 제가 적는 문장들을 보면 저 스스로도 가끔 난해하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래저래 적긴 했지만, 응원드린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이거 실화인거죠?
우우 역시 성격이 못된 사람은 늘 탓을 하고 화가 난 상황에서도 타인의 약점이 될만한 것을 먼저 공격하지요.
딱 그 자리에 머물다가 갈수록 도태하는 그런 삶을 보여주지요.
망가질대로 망가진 자신을 보며 또 부모와 사회를 원망하죠.
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루카님 화이팅 ~ ^^

이런... 자꾸 답글다는데 에러가 나네요.
실화입니다.
그 옆집 남자가 어떤 성격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고 있는 동양인과 동양인 드라이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박혀있는지는 잘 알겠더군요.

쉬운 일인데 사람들이 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신 일이 그냥 어려운 일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뭐 사람들이 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자체로 가능여부를 무시하고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고요. 어려운 일을 해내셨으니 더욱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팅 팔로우합니다.

산스크리트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솔직히 쉽지 않았는데, 그것또한 부인할수 없네요...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을까 고민하다가 최선의 방향이라고 생각되는것으로 행동에 옮겼습니다.

이민자들의 고통은 다 비슷한 것 같네요. 옆집 할아버지 왠지 영화 그랜토리노의 클린트 이스우드 느낌입니다 ㅎㅎ 부디 그 할배처럼 츤데레이길.

ㅎㅎㅎ 영화를 많이보셨네요. 이민하신 다른분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 되었음 하는 바램입니다

정말 잘 대처하시고 간단해 보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삶의 지혜까지 얻으신 것 같아요 ㅎㅎㅎ

쉽지 않았어요 솔직히.
저한테 욕하면서 손찌검하려고 달려드는 모습... 더군다나 저는 연고자없이 타지땅에서 혼자 살아서 외로움과 서글픔도 같이 덮쳐와서 객관적인 생각을 하기 쉽지 않더군요. 여담이지만 윗층에 사는 주인내외에게 설명하니 인종차별한 행동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고 옆집남자가 돈이 많다는 이야기만 늘어놓더군요. ㅎㅎㅎ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질 못하는군요... 돈은 많겠지만 결코 행복해보이지도 않고 부럽지도 않네요 ㅎㅎ

소인배는 오늘도 이렇게 반성하고 갑니다...

오오오 김 작가님 오셨네요! 공모전 등록해주시고 또 제 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공모전 대박나는것 같아요~ 덕분에 좋은 글들도 많이 접할수 있어 영광 입니다

일기 훔쳐보고 갑니다 :) 꼭 해외생활과 인종차별을 겪지 않았더라도, @aruka 님을 통해 나를 괴롭히는 것으로부 어떻게 벗어나고 이겨낼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시네요. 고맙습니다 :)

스프링필드님 첫 댓글 남겨주시고 글을 읽은후 멋진 감상평까지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_+ 저의 글이 스프링님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너무 기쁩니다.

현명하게 잘 대처하신 것 같아요~^^/

그런것 같아요... 한동안 매일밤 자기전에 그 할배 욕하는거 풀 비디오로 찍어서 유투브에 퍼트리는 상상을 하곤했었죠... +_+ ㅎㅎㅎㅎ

현명하세요. 그냥 이기신게 아니라 종결 하셨네요 ㅋㅋ

멋진 댓글에 제 하루가 기뻐지네요 ^^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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