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자드의 일상#7] 수포자가 없어질 수는 없을까?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어느덧 수학공부를 시작한지 30년정도 된 것 같다. 7살 남들은 유치원을 다니며 즐겁게 보낼때 나는 지금은 찾아 보기 힘든 속셈학원을 다녔다. 선행학습을 위해서 다닌 것이 아니다. 그저 집근처에 다닐 마땅한 유치원이 없었고, 속셈학원이 유치원보다 원비가 저렴한 이유에서 부모님이 그곳에 보낸 것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7살때 이미 구구단을 외웠고(절대 이해한 것이 아닌 외운 것이다) 9살때는 주산을 배워서 또래들보다 산수는 잘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나의 국민학교(졸업때까지 국민학교였음)에서의 산수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기고 중학교에 올라오게된다. 수학을 독학으로 공부해오던 내게 중2때 수학은 위기로 다가온다. 갑자기 어려워진 개념과 지금도 잘한다 생각하지 못하는 도형 때문에 수포자가 될뻔 하기도 했다. 그러나 못하니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교과서를 찢어질때까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해가 안되면 이해가 될때까지 읽고 또 읽고 개념을 공부했다.

문제푸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개념도 모르는데 문제를 푸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념을 하나씩 이해해 나가기 시작하니까 수학 은근 재미난 학문이란걸 느끼게 되었다.(지금은 문제집도 다양하게 많지만 그 당시에는 마땅하게 볼 문제집이 적었다)

그렇게 수학에 매력에 빠진 내게 중3때 수학선생님은 그야말로 존경의 대상이였고 참 스승이였다. 나이가 있으신 선생님들은 대부분 열정이 적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선생님은 너무나 아이들에게 열정적이셨고, 특히 수포자들에게는 그 길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려 노력하셨다. 그 모습에 반해 난 수학선생님이란 꿈을 갖게 되었고, 열심히 선생님을 도와드리며 수포자인 반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었던 기억도 난다.(13년 뒤에는 나의 멘토 인 은사님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할 기회도 갖게 된다. 특히 선생님이 이제 참 교사 다 된 것 같다고 칭찬해주셨을때는 너무 행복했다.)

고등시절 모두들 아실 수학의 정석이 눈앞에서 사라질때까지(실제로 너무 많이 봐서 책이 다 찢어져버림) 매일 가지고 다니며 풀고 또 풀고 반복했던 것 같다. 그렇게 수학에 빠져 살던 내가 정작 대학 전공은 컴퓨터과로 진학했지만 군제대와 동시에 편입과 전과를 통해서 수학과로 방향을 틀었고, 그때부터 교육대학원까지 정말 죽어라 공부하고 또 공부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수학쌤이 된 것이다.

그런 내가 요즘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점점 학생들이 수학을 못한다는 것이다. 수학 절대 쉬운 학문은 아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수학까지는 머리가 좋든 나쁘든 선행을 했든 안했든 노력을 통해서 정복 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왜 학생들은 수학을 어렵다고 생각하고 수포자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걸까?"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입니다.

  1. 어휘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학생들이 구사하는 말들은 비속어와 욕을 포함한 신조어들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문제를 읽어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영어만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도 문제를 읽으면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수학의 언어(즉 수식)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학생들은 그것을 잘하지 못합니다(이것은 학생들이 개념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 문제를 보면 학생들은 답이 얼마일까 궁금해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보면 어떤 유형의 문제이고 무슨 개념이 포함되어있는지 분석을 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해야하는데 학생들은 문제를 보자마자 이걸 어떤식으로 풀더라 혹은 답이 모였더라 이렇게 생각해버리니 같은 유형의 문제인데 말 뜻을 조금만 바꾸면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가 되어버리는 식이죠

  4. 집중력이 약합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딴짓을 하면서 산만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계산문제를 풀더라도 실수가 나오니 점수가 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5. 어려운 문제나 자신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만나면 바로 포기해버립니다. 자신이 어렵다고 생각되면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시도해보면 문제를 못 풀더라도 경험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문제를 읽어보고 바로 포기하기 때문에 경험이 쌓이지 않고 습관으로 이어져서 수학을 어렵게 느끼게 되어버립니다.

  6. 어려운 문제여서 질문을 했고 그 문제에 풀이를 들었으면 그 풀이를 생각하지 말고 다시 한번 자신의 힘으로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학생들은 설명을 들으면 이해된다고 착각하며 절대로 풀어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 문제를 또 모른다고 질문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7. 틀린문제에 대한 오답정리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자신이 틀린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 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풀어보면서 다시 틀리지 않겠다고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8. 공식에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공식을 외워도 이해하지 않음 이 문제가 이 공식을 사용해서 풀어야하는지 몰라서 외우고 있어도 못푼다는 것입니다. 혹은 반대로 공식을 외우려다가 안 외워지니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사실 공식은 원리를 통한 자연스러운 암기가 필요합니다)

대략적으로 정리해봤는데 이것보다 더 많은 다양한 경우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포자를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해야하는 노력은 무엇일까?"

수포자들을 위해 코칭 유리자드(주노쌤)의 코칭

  1. 수학책의 목차를 활용해라. (개념에 집중해라)
    개념공부에 집중을 합니다. 수학책에는 목차가 존재합니다. 그 목차를 지속적으로 보면서 목차 없이도 순서대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야 합니다. 그리곤 목차 내용에 맞게 그 부분에서 배운 내용을 책을 보지 않고 정리하거나 말할 수 있어야 개념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 내용끼리의 연관성을 연결하여 같이 생각해두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함수라던지 방정식 같은 것은 상위 개념과 연결해서 봐두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2. 매일 1시간씩 수학공부를 해라.
    최소한 하루에 1시간씩 365일 수학공부를 한다면 1년이면 365시간에 수학공부를 한 것이 됩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공부란 숙제를 한다거나 수업을 듣거나 하는 것은 공부가 아닙니다. 공부란 자신이 숙제나 수업을 들으면서 부족하다고 판단된 부분을 자신이 계획을 세워서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마도 이게 공부라고 정의하면 일주일 내내 수학공부를 10분이상 하는 학생은 많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3. 오답노트를 활용해라.
    문제를 풀고 시험을 보고 난 뒤에 틀린 문제가 발생하면 오답정리를 해두고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오답노트의 정리된 문제를 수시로 풀어보는 것입니다. 오답을 정리할때는
    회전_120170701_202322.jpg
    이렇게 정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꼭 이게 무조건 정석은 아닙니다. 제가 정리해본 결과 효과적인 방법이여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특히 틀린 이유를 자세하게 써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다시 봤을때 왜 틀렸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틀리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여러권을 풀기보다는 한권을 완벽하게 풀어봐라.
    여러문제집 보다는 나에게 많은 문제집을 선정해서 그 문제집을 반복해서 여러번 풀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개념도 이해하기 쉬워지고 문제 푸는 요령도 습득하며, 실수도 줄일 수 있어서 여러 문제집을 풀면서 시간을 버리는 것보다는 한권을 여러번 완벽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5. 어려운 문제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자신감있게 시도해봐라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풀어보기 위해 노력해보라는 것입니다. 다른 문제집이나 개념서를 찾아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공부해보고 꼭 수식으로 풀려고 시도하지 많고 그림이나 다양한 방법을 통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설령 문제를 풀지 못하게 되더라도 고민하고 여러번 시도하면서 수학적 시야도 넓힐 수 있고 누군가에 질문을 할때도 "이거 몰라요"가 아니라 "이거 이렇게 풀어봤는데 여기서 막혀요" 라는 식의 질의를 하게 되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6. 중간에 힘들고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가지 노력해라.
    저는 고등학교때까지 거의 혼자서 끙끙거리며 독학으로 수학공부를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위기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지금은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학은 조금 공부했다고 쉽게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날 보상을 받는 날이 올 것입니다.(이것은 뉴비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추후에 많은 보상도 받을수 있다와도 이어질 수 있을듯하네요)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어린 학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하 이제 지옥으로 걸어갈 시간이다."라며 학원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단 생각이 들면서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교실에 들어왔는데 오늘 하루종일 시험대비를 하다가 힘들어하는 내 제자들을보니 또다시 안쓰럽고 답답한 마음이 강해져서 퇴근도 잊은채 이렇게 두서없이 글로 정리해보았네요. 한명의 수포자가 사라지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지금까지 유리자드였습니다. 비가 오는 토요일밤 즐거운 시간되세요.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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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자주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했으니 자주 찾아뵐께요^^

전 개인적으로 포스팅 말미에 '4.여러권을 풀기보다는 한권을 완벽하게 풀어봐라.' 이거 덕을 정말 많이 본 케이스입니다. ㅎㅎ 중학교때였는데 진짜 선생님이 학기의 반이 가도록 맨날 똑같은 책만 계~~~속 풀게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노란색으로 된 3000제 이런 책이었는데.. 하여튼 그것만 몇번을 계속 풀어재끼고 그 학기 중간, 기말 모두 백점맞았습니다..ㅋㅋ 그 이후부터는 보상의 맛을 알고나니까 수학이 재밌어지고 일사천리더라구요ㅎㅎ
정성스러운 교육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

늘 제자들에게 말해주는 것들인데 혹 수포자인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에 적어봤어요 ^^ 저도 정석을 세상에서 사라질때까지 봤던 기억이^^

잘 읽었습니다 ㅎㅎ 편입도 엄청 힘든 걸로 아는데 전과까지.. 게다가 컴공에서 수학과로, 겹치는게 거의 없는데 처음에 엄청 고생많이 하셨겠네요. 정말 대단하신것 같아요.

아닙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 힘든지도 모르고 달렸던 것 같아요 그땐 그래도 두근거려서 설레였던것 같아요 감사해요 칭찬해주셔서요 ^^

이 글을 고등학교 때 읽었다면 얼마나 좋을 까요 ㅠㅠ 저는 완전 수포자였는데 "핵탄쌤"(나름 유명 강사라고 하시던데 아실지는 모르겠네요 ㅋㅋㅋ) 덕분에 고 3 때 기본 개념을 조금이나마 익히고 부분 수포자가 된 사람이라 이 글이 더 와닿습니다. 사실 수학도 재미를 붙이고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어느 수준은 다 할 수 있는 과목인데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아요. @yurizard님의 은사님과 yurizard님 같은 수학 선생님들이 더 많아진다면 전국의 수포자들이 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나이가 들어서도 수학공부를 조금씩 해보고 싶네요... 특히 미적분은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아니에요 전 아직 은사님 따라가려면 멀었네요 전 요즘 빔바님을 통해 제가 모르는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는걸요 빔바님 덕분에 스팀잇 많이 의지하고 있어서 제가 늘 감사해요 ^^

수학 재미는 있지만 어렵죠. 독해 실력이 떨어지면 수학도 못한다는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전혀 상관없을 거 같지만, 그래서 저는 책을 많이 읽어야 수학도 잘 한다고 생각해요. 글 잘 읽고 갑니다. :)

맞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릴때 책을 많이 읽어둔것이 확실히 도움이되긴 한것 같아요 ^^

저는 수포자라서.. 수학은 너무나도 어려운 존재에요

수학을 공부하는 저한테도 수학은 참 어려운 학문이네요^^

예전보다는 선생님으로 살아가기도 학생으로 살아가기도 더 힘든때인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자드님처럼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따뜻한 선생님이 계시니 더욱더 살만한 세상인거겠죠~ 선생님~힘내세요 ^^

감사합니다. 비도 오지만 즐거운 일요일 마무리하시길바래요^^

저도 학창 시절에 수학을 제일 어려워 했었는데 말이죠.ㅠㅠ 유리자드님 같은 좋은 선생님께 배웠다면 좀 더 나았으려나요?

좋게봐주셔서 감사해요 ^^ 저 아니여도 지금 돌아가신다면 이 마음 가지고 열심히 잘 하실듯해요

수학쌤이시군요...고생하십니다 ㅎㅎ
저도 수포자이면서 워낙 숫자에 관심이 없는 성격이라서 많이 불편하더라구요...해서 딸애는 주산을 가르쳤는데 나름 효과를 봤습니다.
반가워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주산을 가르치셨다면 좋은 효과가 있으셨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 저도 늘 글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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