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春子-3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춘자는 학교에 가고 싶다.

오늘은 모 심는 날이다.
미운 새어마이는 새벽부터 춘자를 깨웠다.

춘자는 물을 길어왔다.
밥하는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뗐다.
시래기 삶는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뗐다.
감자를 한 광주리 깎았다.
무짠지를 썰었다. 너무 크게 썬다고, 너무 작게 썬다고 등짝을 맞았다.
미운동생의 오줌기저귀를 갈아 주었다.
기저귀를 갈아 주고 나오려는데 빽 울어서 들쳐 업었다.
미운 동생 말고 책보를 매고 싶다.

춘자언니는 서울에 산다.
언니는 군인아저씨하고 결혼을 했다.
춘자는 언니가 보고 싶다.
언니는 결혼해서 서울로 간 뒤 한 번도 집에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시집 간 딸년은 출가외인이라고 오지 못하게 했다.
아부지가 그러지 않아도, 춘자언니는 집에 오기 싫다고 했다.

춘자 둘째 오빠는 똑똑하다.
새벽에 해도 뜨기 전에 30리도 넘게 떨어진 읍내 중학교을 걸어서 뛰어서 갔다.
춘자아부지는 월사금이 없다고 했다.
미운어마이가 곳간을 틀어쥐고 앉아서 내놓지를 않았다.
둘째 오빠는 집을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춘자는 둘째오빠가 집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운 어마이는 그래도 춘자네 큰오빠랑 둘째오빠한테는 뭐라하지 못한다.

춘자는 모 심는 들에 일꾼들 먹을 아침 참을 너른 대접에 퍼담는다.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김칫국에 기름이 동동 떴다.
침이 꼴딱 넘어간다.
저놈의 돼지고기를 한 덩어리만 건져 먹을까...
춘자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국냄비로 간다.
번쩍, 번개가 친다.

망할년의 계집애가 어디다 손을 데노!

빗지도 못한 단발머리가 헝클어졌다.
미운동생이 빽 운다.
춘자는 빽, 울지도 못하고 눈물도 꾹꾹 눌러 삼킨다.

밥과 찬이 든 광주리는 미운 어마이가 인다.
춘자는 미운 동생을 업고, 물주전자와 술주전자를 들었다.
언덕 밑으로 내려오니 교자가 책보를 매고 학교를 간다.

나는 구구단도 다 외웠는데.....
나는 글자도 인제 다 아는데....
나는 교자보다 발표도 잘 하는데.....

교자는 책보 매고 학교를 가고
춘자는 미운 동생을 업고 물주전자 술주전자 들고 들로 나간다.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 간다.

나비야, 니는 좋겠다.
니는 날개가 있어서 어디든지 가지.
나도 날개가 있으면 얼매나 좋겠노.
날개가 있으면 나는 언니한테 갈란다.
둘째오빠가 언니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하드라.

춘자가 걸을 때마다 물주전자에서 물이 찰랑 넘친다.
술주전자에서 술이 찰랑 넘친다.
춘자가 걸어간 길에 물자국이 남았다.

사본 -DSC_5802.jpg

춘자네 동네에는 봄이 와서
나비도 팔랑팔랑 날아 오는데
춘자한테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당근이네 동네에는 눈이 잠깐 내렸습니다.
지금은 춘자 마음같이 하늘이 흐리네요...

당근이는 요 며칠, 마음과 몸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오전에 저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찾아와서
힘든 이야기를 다 쏟아내고, 맛있는 석갈비집에 가서
석갈비 3인분을 먹었습니다.
힘이 좀 솟아납니다. 하하하

아침에 학교 가기 싫다던 아들을 달래고 달래서 학교에 보냈습니다.
작은 아이가 오늘 하루도 있는 힘을 다 해서 학교에서 버텼을 거예요.
오후에는 데리러 오라고 해서
글을 마무리 하고 나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합니다.

아들에게도 봄이 얼른 찾아와야 할텐데요...
봄을 부르려고 고기를 먹었습니다.
당근이의 기운이 아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면서요.
학교 대신, 술주전자와 물주전자를 들고 들로 나간 춘자에게도
봄마람이 솔솔 불어오길...........

글 읽어 주시는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댓글 써 주시는 분들께 답글이 늦어 져도 이해해 주세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사랑이 넘치는 스티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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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행운이 함께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참 마음이 아픈 이야기네요. 눈물이 조금 고였습니다ㅜㅜ 늘 감사히 읽고 있는데 요즘 많이 게을러져서 댓글을 남기지 못했어요! 이번 기회에 살짝 남기고 갑니다.

우티스님,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엄마 없는 아이가 가장 불쌍한 아이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글을 쓰면서 저도 한 번씩 울컥 한답니다...ㅠㅠ
하지만 춘자는 강한 아이라서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춘자가 웃는 날이 올 때까지 응원해 주세요..
우티스님도 많이 웃는 하루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춘자는 등짝을 맞고
미운 동생을 건사하고 제 감정은 꽉꽉 누른채
견디고 있네요ㅠㅠ

당근님도 힘내세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어요.
그렇게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아마도....
춘자는 기억이 안 나겠지만, 엄마 품에 안겨 행복했던 시절이 짧게나마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그 때 받은 사랑의 힘으로 지금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 아이들 많이 안아주자구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행운이 함께하는 하루를 보내세요..^^

아궁이는 아니지만, 연탄불에 밥을 해먹던 시절이 어렴풋이 기억에 있네요.
앗! 저는 옛날 사람인가봐요...ㅋ

전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재래식 부엌에서 가마솥에 불 떼서 지은 밥 먹고 자랐답니다..ㅎㅎ
아주 먼 얘기 같지만, 따져보면 30년 정도밖에 안 된 일이예요.. ㅎㅎㅎ 제 고향이 좀 많이 시골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기억으로 행복할 때가 많아요.. 확실히.... 기억할 게 많다는 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않은 일을 겪은 사람은 기억 자체가 고통입니다만....)
gghite님은 행복한 기억이 더 많으시겠죠??
오늘도 행복한 일 많이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옛날 시골에서 모내기 할때 생각이 나네요
학교에 안가지는 않았지만
일요일에는 춘자와같이 주전자 들고 엄마 뒤에 따라갔네요
그리고 일하시는분들 밥먹고나면 나도 먹는다고 들에서
밥먹고 왔어요 당근님은 옛날 생각을 많이나게하네요 ㅎㅎ

모내기 할 때, 벼 벨 때, 저도 들에 뭐 하나씩 들고 엄마 따라 갔었어요..
들에서 먹는 밥은 참 맛있었어요...ㅎㅎ
옐로캣님과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어서 좋네요...^^
며칠 옐로캣님 이야기를 못 봤어요... 오늘은 고양이님들 이야기 보러 갈게요...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래요..^^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https://steemit.com/kr/@mmcartoon-kr/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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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짱짱맨~~!!

몸과 마음이 힘드셨다니...고기 드시고 힘이 솟아나셨다니 다행입니다!^^
아프지 말아요 흑흑 ㅠㅠ

미운 동생 말고 책보를 매고 싶다.

16살 어린 남동생이 백일도 안됐을 때 저는 고1이었었는데...
남동생이 펼쳐둔 제 책을 얼마나 빨아먹고...또 찢어냈는지...
그 때 생각이 나네요...애기보는 거말고...문제집 풀고 싶었어요 하하 ㅋㅋㅋ

열여섯살 어린 남동생...
킴쑤님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속상한 마음을 맘껏 풀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ㅠㅠ
고 1이라도 아직 어린 아이일 뿐인데.... 상황 때문에 나이보다 조숙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 때 못 푼 문제집.... 지금 풀...........ㅎㅎㅎ 아니네요...ㅋㅋㅋ
그 때 못 푼 속상한 마음.... 이제 다 푸셨나요?? 아니라면, 여기다 풀어놓으세요.. 토닥토닥 해 드릴게요..
오늘은 행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하루가 되시길.... 당근이가 빌어드릴게요..^^

춘자에게도 따뜻한 봄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봄은 어느 곳에나 공평하게 찾아온다고 합니다..
춘자에게도 곧.....ㅎ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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