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1] One Day - 우정과 사랑사이 미묘한 순간

in #kr-movie6 years ago

스포 왕창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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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빛나는 포스터의 바른 예 [출처: 네이버 영화]

어제 오랜만에 영화를 봤습니다. 잠이 안 와서 보기 시작했는데 몰입해서 영화를 결국 다 보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습니다. One day 2011년 작품이고 국내 개봉은 2012년 감독은 론 쉐르픽입니다.

2012년 개봉 당시 포스터에 반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개인적으로 재밌게 보긴 했는데 6년이 지나 다시 보니 영화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라고요.


엠마와 덱스터는 졸업식날 영국에선 성 스위딘 데이라고 불리는 7월 15일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사실 엠마는 그전부터 덱스터에게 첫눈에 반해있었고 엠마에겐 기적과 같은 특별한 밤이었는데 쉽게 만나고 쉽게 만나는 덱스터에게 그게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죠. 둘은 거의 잘뻔하는데 엠마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덱스터의 변덕으로 불발됩니다. 둘은 그냥 꼭 안고 좁은 침대에서 잠을 자게 됩니다. 사실 덱스터에게 엠마는 다른 여자와 다르다는 촉이 작동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덱스터는 말하죠. '괜찮아. 우리 친구 하면 되지.' 어쩌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자버렸더라면 엠마는 덱스터에게 뻔한 여자로 남았을 테니깐요. 둘은 그렇게 애인이 아닌 친구가 됩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엠마는 성실하고 사람들 관계에도 착실한 평범한 범생이 타입. 잘 나가는 쇼호스트이며 마약, 술, 여자, 순간의 쾌락을 거부하지 않는 인기 많고 잘생긴 덱스터. 그 둘은 상극이죠.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아주 오랜기간 좋은 친구로 지냅니다. 엠마는 무모한 덱스터를 감당할 용기가 없어서 덱스터는 이 관계가 너무 쉽게 끝나버릴까 봐 두려워 둘은 계속 안전한 친구 사이를 유지합니다. 그러면서도 덱스터는 점차 엠마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를 하고 위안을 받습니다.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단연 엠마죠. 반면 엠마에게 덱스터는 늘 꿈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죠. 너는 작가이며 글을 써야 하고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넌 더 예쁘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글도 잘 쓰고 더 매력적이고 멋진 사람이란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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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영화]

그 둘은 매년 7월 15일마다 재회하게 됩니다. 때로는 프랑스를 가기 전 얼굴을 잠깐 보는 만남으로 파티에 초대를 하기도 하고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또는 친구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합니다. 둘에게 7월 15일은 인연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죠. 각자의 삶을 살다가도 그날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관여를 하게 되는 날입니다. 갑자기 견우와 직녀가 생각나지만, 엠마와 덱스터는 자발적으로 그렇게 거리를 두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분명 다르죠. 그렇게 대외적으로 좋은 친구죠.덱스터는 말합니다.

우리는 같이 자랐어.

각자 애인이나 부인이 있어도 그 둘 사이는 변함이 없습니다. 엠마와 덱스터가 만나는 20년간의 7월 15일들이 엮인 기록입니다. 결국 후반부에야 이들은 연인이 되고 서로를 사랑함을 인정하죠.

뻔하디 뻔한 사랑이야기, 이상스러운 결말에 호불호가 꽤 갈리는 영화입니다만 빠른 전개와 지금 봐도 너무 예쁜 영상과 배경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앤 해서웨이의 빛나는 얼굴로 눈이 즐겁습니다.(덱스터가 눈이 이상한 게 틀림없습니다. 엠마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다니...) 또한 주인공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 묘사가 탁월해서 감정이입이 되어버립니다.

엠마는 늘 언제나 변함없이 덱스터를 사랑해왔습니다. 덱스터 역시, 본인은 모르겠지만 빼도 박도 못하고 엠마를 사랑하는 게 분명한데 둘만 친구라고 합니다. 둘 다 선을 넘지 않고 친구 사이를 성실하게 유지하는데 이 둘은 그럴 수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저는 덱스터가 엠마에게 다가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엠마가 덱스터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엠마는 사랑을 적극적으로 쟁취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자하고 연애를 하기도 하고 사랑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소극적인 타입입니다. 물론 덱스터에게 반했었다고 과거형으로 조심스레 고백하긴 했지만, 그녀는 모험을 하지 않는 타입입니다. 엠마의 사랑은 기다림이죠. 기대는 없습니다. 언젠간 그 날이 오지 않았어도 엠마는 후회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사랑했을 뿐이죠. 또, 그러한 그녀의 성향으로 인해 덱스터와 이어지지 못하고 영화 속의 타이밍이 계속 엇갈리고 맙니다. 그녀에게는 여러 번 덱스터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지만 확신 없는 사랑에 실망한 채 친구로 지내길 택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엠마를 보며 '잘생긴 똥차를 잊지 못하는 답답한 여자'라고 평하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엠마 입장에선 덱스터는 엠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가공된 존재이며 그 사랑을 쟁취할 필요도 없습니다. 덱스터가 무언가를 잘하거나 잘해줘서 무언가를 줄 수 있어서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덱스터를 본 순간부터 엠마는 다른 선택지 없이 그의 존재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가 아무리 망나니짓을 하고 상처를 주어도 그를 좋아하진 않을 수 있을망정 사랑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마음이 엠마가 폭발한 대사에 나와있죠.

'나도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어. 이런 것도 말할 수 없다면 대체 우리 사이는 왜 있는 건데!
덱스터, 너를 사랑해, 아주 많이. 단지 이제 너를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을 뿐이야.'

덱스터는 확실히 바보는 맞습니다. 확신이 없기에 헌신할 자신이 없기에 엠마를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죠. 알고 싶지 않아 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자유분방한 자기의 삶에 엠마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렇게 엠마를 놓칠까 봐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는 잘생기고 매력적인 바보죠.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가 수많은 선택의 갈림 속에서 실수하기 마련이고 결정적 순간을 그래도 덱스터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오만가지 일을 겪고 나서야 사람이 된 덱스터는 엠마에게 가야겠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보통 현실에서 이정도 타이밍이라면 이미 늦었습니다. 기회는 오지 않죠. 상대방이 지쳐서 외면해야 정상입니다. 하나 사실 덱스터도 현실에선 없죠. 그렇게 자기를 바라만 보는 이성친구를 모른 척 하고 친구로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덱스터라서 가능했던 거죠. 그래서 결국 둘은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사랑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두려워 고민했던 경험이 있으시거나 친구란 이름으로 짝사랑하며 좋은 사람인척 눈물을 삼켰던 분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의 긴장감에 두근거리시며 꽤나 이 영화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저처럼 말이죠. 꽤나 설레며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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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재회한 둘 [출처:네이버영화]

그나저나 엠마와 덱스터의 자제력은 박수를 쳐줄만합니다. 저정도 자제력이 있으니 긴 시간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결혼하겠다고 하니 엠마는 진심을 담아 너무 축하한다고 했고, 덱스터는 엠마의 볼에 뽀뽀하죠. 그리고 둘은 입에 살짝 뽀뽀를 하고 멈칫거립니다. 네- 감정이 폭발할만한 타이밍인데도 그 분위기를 끊고 전환을 하더라고요. 우정을 가질 자격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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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빛나는 포스터.
그리고 포스터 보다 빛나는 해서웨이. 😍

엇 완벽한 요약! ㅋㅋㅋㅋㅋㅋㅋㅋ 해서웨이 정말 예쁘게 나와요>_<

앤해서웨이가 주연한 영화 중에 이 영화는 몰랐네요. 둘은 20년동안 사랑을 확인한 거군요. 사랑보다 로맨틱한 우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물님은 로맨스 장르의 장인 같네요. 본인 이야기도 그렇게 섬세하게 표현하시더니 영화에서도 사랑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시네요. ^^

로맨틱한 우정!! 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죠. ㅋㅋㅋ

로맨스 장르의 장인...ㅋㅋㅋㅋㅋ 공포물을 제외한 모든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영화를 손에 꼽아보면 다 하나같이 사랑이야기네요,; 결국은.ㅋㅋ 유치한 사랑이야기 참 좋아합니다. 사랑이 제 인생에 차지하는 부분이 크긴 큰가봐요.

로맨스 장인 고물님으로 확정 ㅎㅎ

앗! ㅋㅋ laylador님까지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ㅋㅋㅋㅋㅋㅋ
저의 프라임세포는 사랑세포인가봐요

ㅎㅎ 오늘 어톤먼트 리뷰 올릴 예정인데 이렇게 해피엔딩인 영화와는 완전 극이기에 어떻게 써질지 모르겠네요. 전 비극적 결말에 끌리는지라..😅

앗! 너무 스포인것같아서 적지 않았는데 이 영화도 결코 해피엔딩은 아니였답니다. ㅎㅎ
어톤먼트 말로만 본다하고 이제껏 보질 못했네요; laylador님 리뷰보고 어톤먼트 봐야겠습니다! 기대기대 >_<

자아실현 세포와 사랑 세포를 가진 두 분.
자아실현과 사랑을 두고 중대한 선택을 해야한다면,,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머지는 포기해야하면
결과는 뻔한 건가요?ㅎㅎ
궁금하네요ㅋ

어 이거 라라랜드 아닌가요? ㅋㅋㅋ 라라랜드도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라라랜드의 결말을 무척 좋아하지만 제가 그 상황이라면 사랑이었을 것 같아요.

오늘 저녁 블랙펜서 킬링타임 영화봤는데, 스팀잇에서 이런 로맨틱 영화 포스트를 보게되네요 ^^
마지막 사진이 20년 지난 후의 재회 장면인가요?
20년 흐른뒤라면 대략 40정도 되겠네요.
둘다 멋지게 늙고 있네요^^

블랙팬서!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앗 역시 스팀이과 로맨틱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가요? ㅋ

lucky2015님 말을 듣고 유심히 생각해봤는데 저 영화 속에서 엠마와 덱스터가 전혀 늙지 않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이럴수가... 저 영화속 사진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30대 초중반정도일거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둘다 멋진 사람이 되더라고요! ^_^

포스터 진짜 멋지네요. 앤 해서웨이가 주연이었군요.

오 브리님이시당! 포스터 느낌 너무 멋져요. 영화막판에 이 장면이 나와요. 해서웨이를 좋아하신다면 꼭 봐야되요 ㅋ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어요.

ldsklee님 언제나 항상 감사드려요~! 감기조심하세요:D

와~~~ 20년 동안... ^^ 20년 까진 아니지만... 한 친구가 있지요. ^^ (영화 내용하곤 상관 없는 친구지만... ^^)

억 정말요? ㅋ 전 남자사람친구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는데 대단하세요.
비결이 있으신가요? ㅠ ㅋㅋ 원래 아빠랑 엄마는 이성인 "친구"가 없다고들 하잖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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