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in #kr-money2 years ago (edited)

돈, 돈, 돈

돈이 문제인가보다.

보통 토요일 오후 2~3시가 되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온다. 보통 한주간 잘 살고 잘 먹었냐는 물음과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난주에 아버지 생신이 있었고 이런저런 가족 행사들이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친구들 연봉 이야기가 나왔다.

내 주변에서 결국 계속 학계에 남아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 애초에 어머니에게 말할 정도로 친한 친구들의 경우 나와 달리 응용계열이고 중고등학교의 친구들 역시 순수 학문 쪽으로 진학한 사람이 내가 알기론 나를 빼고 한명 정도가 다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의대나 의전원을 들어갔고 국시를 통과한지 꽤 되고 현역 의사로 뛰고 있다.

의사 연봉은 뭐 박봉이니(현재는) 결국 비교 대상은 같은 급의 연구원들이나 회사원들이다. 비슷한 학벌이나 낮은 학벌의 누구 아들이 누구가 연봉 1억이더라, 니 친구 누구는 연봉 8천, 9천인데 너는 뭐하냐, 나로부터 들은 나와 비슷한 전공의 친구들은 결국 올해 상당수 연구원 자리를 놓고 회사로 직을 옮겼다. 7-8천 가까운 연봉에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성과급 이야기를 한다. 아니면 누구누구는 무슨 학교 교수가 되었더라, 누구누구는 회사를 차렸더라, 등등

아마 이번에도 또 누군가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들었나 보다. 예전에 아는 누나가 서울 사립대 교수가 됬을 때도 그랬고 내 친구들이 교수가 됬을 때도 들었으니까(그 중 몇명은 신문에도 났었지 ㅋㅋ)..... 분야에 따라 어떤 분야는 교수가 되는 것이 수월하기도 하고 어떤 분야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리집안 사람들 중에는 이공계 출신이 없으니 박사 학위가 있거나 논문이 많으면 그냥 교수자리는 따논 장상이 아닌가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주변에는 본인이 아는 누군가를 연결해 준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결국 다 부질없는 이야기 나는 그 끝이 어떻게 될 것을 안다.

그냥 단순히 교수가 된다고 끝이 아니다. 교수가 되는 것이 내 삶의 목표가 아닌데, 또 교수가 된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와 실력을 가지는게 가장 먼저 수반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들 그냥 일단 지원하고 자리 잡고 보자는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이론가라고 하고 학생이 필요 없다고는 하지만, 나름 연구를 하는 자는 결국 자기 세력을 넓히고 싶어한다. 학생을 받고 키우고 그룹을 만들고 등등.... 지방 사립대의 경우 결국 교내 강사와 거의 못지 않는 강의량과 시덥지않는 행정업무만 하며 취업 상담만 받다가...

아무튼, 뭐 그래 교수라는 것, 그리고 테뉴어를 따내면 정규직이라는, 안정성에 대한 메리트는 크긴 하다. 교수는 거의 준 공무원에 수반하기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짤리지도 않고 정년 보장이 되며,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서 자유로우니까.... 그러나 어느대학의 어떤 학과의 교수가 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직업으로써의 교수가 아닌, 연구자로써의 "나"가 어떻게 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근대와 와서 혼자 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 물론 나도 혼자 진행하는 일들이 있긴 하다. 그리고 아직도 종종 혼자 논문을 쓰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혼자 모든 것을 다 잘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리고 굳이 혼자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 갈 필요도 없다.

교수가 되는 것도 분야마다 매우 다르다. 컴공과나 화공과의 경우 그래 연구원(포닥-박사후 연구원) 기간 없이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바로 교수가 되는 경우가 꽤 된다. 당장만 해도 내 후배나 친구들 중에서 연구원 경력 2년도 안되고 교수가 된 친구들도 있고 아예 박사학위를 받고 바로 교수가 된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내 분야는 처참하다. 순수응용 분야이고 거의 사막과 황폐의 대명사인 내 분야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 연구원 생활을 하고 나서야 좀 나 이제 연구 좀 하니까 교수 지원 좀 하겠소 대게 그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교수 임용이 되지 않고 연구교수를 길게 이어가고 결국 강의교수를 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 이것도 뒤에 누군가가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손들, 조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연구비 지원 자격들이 많이 바뀌어서 (예전에는 PI 조건이 까다로웠다, 최근 몇년 사이에 PI 조건이 조금 완화되어 신진연구, 이공학기초 연구 등의 지원 조건이 완화되었다) 뒤의 보이지 않는 손들에 대한 의존성이 줄어들긴 했다. 그래도 학벌, 연구분야의 비슷함, 인맥 등등 갈길은 멀다. 이 조그만 바닥에서도 여러 학파와 사람들로 나누어서 서로 밥줄을 나누어 먹고 누가 더 먹겠다고 아둥바둥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학위는 그냥 자격증일 뿐이다. 내가 작년에 대학원에 진학해 또다시 순수학문으로 박사를 따겠다고 했을 때 내 뜻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었던 사람이 어머니인데, 어머니는 종종 이렇게 주변 누군가가 연봉이 얼마다 하면 항상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 새로 박사하는게 교수 되는걸 생각하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는 (나와 컨택한 교수)의 이야기도 했었었고, 끝내 진학하진 않았지만 나 스스로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분야를 찾는 일은 아직도 진행중이긴 하니까, 그 말은 여전히 나는 돈과 먼 길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니는 이런 아들이 걱정스러운가 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연예도 안하고 (이미 사촌은 결혼하여 애가 있으니) 서울에 있을 때는 맨날 출장다니고 지방에 자리를 잡더니 서울에 오지도 않고 사람들도 안만나고 맨날 일만 하고 있다고 나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한다.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진 것도 있겠고, 혼자 사색에 빠져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다보니, 점점 더 연예니 돈이니에 대해 그렇게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솔직히 지금 벌이로도 아주 좋은 집은 못살지어도 그래도 나름 혼자 편하게(?) 생활을 해오곤 있으니까.... 그래도 남들처럼 빡빡하게 살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냥 나 만의 자기만족, 자기위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philosophy of science, 그리고 누구보다도 더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것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는 것에 항상 프라이들를 가지고 있어왔는데, 오늘은 그져 우울하다.

잠을 잘못 잤는지 목베게와 수건 등을을 사고 집에 돌아왔는데 10만원 가까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 뭐 산것도 없는데 이 중 먹을 것 하나 없는데, 수건도 5개가 5만원 정도 하는걸 보면 하나가 거의 만원이라는 거네 ㅋㅋㅋㅋㅋ, 뭐 아들이 누구보다 편하고 풍족하게 누리길 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데, 항상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섭섭하긴 하다.

서울에 있었을 때 아버지의 말이 기억난다.

아버지 : 너 어렸을 때나, 대학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한국의 노벨상 1호 과학자가 된다고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소리가 싹 다 들어갔더라?

ㅋㅋ 자조석인 웃음만 나온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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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의 철학을 하시려는군요.
멋있는데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외롭고 괴로워요. 그래도 그것을 할 때 행복하면 하는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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