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스티미언 : 동전] 동전의 추억

in #kr-funfun6 years ago

동전이 잘 쓰이지 않는 시대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자니 불편하기도 하고 가방에 넣고 다니자니 무겁기만 해서, 동전이 생기는 족족 책상 서랍에 처박아 뒀더니 동전만 몇만원 쌓이기도 했다. 십원짜리도 아닌 백원 오백원 동전들이 수십개. 쌓인 동전들을 보니 옛 생각이 났다. 아~~ 나 어렸을 땐 백원짜리 동전 하나면 불량식품이 두 개였고, 새우깡이 한 봉지였는데. 지금은 가치가 너무 적어 들고 다니기도 귀찮은 백원짜리 동전. 하지만 이 백원짜리 동전이 너무 귀했던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백원짜리 동전 하나만 있어도 행복했던 나의 어린시절...

그땐 왜 지지리 가난했는지 백원짜리 동전은 커녕 십원짜리 동전도 귀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명의 삼촌과 살았고 내게 관심을 주는 어른은 없었다. 방치된 상태로 자랐다. 목욕은 1년에 한 번이나 했던 것 같고, 머리도 한 달에 한 번이나 감았던 것 같다. 옷은 한 번 입으면 한 달은 입었던 것 같고 신발은 구멍이 나고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신었다. 그냥 방치였다. 그래서 많이 아프기도 했나보다. 밥도 잘 안 먹어서 삐쩍 말랐고 늘 어지러웠다. 너무 자주 많이 어지러워서 학교 양호실에 많이 갔었는데 영양부족이었다. 여름 끝나면 감기에 걸렸고 다음 해 여름이 되어야 감기가 약해질 정도로 늘 감기를 달고 살았고 1년내내 이가 아팠다. 뭐, 양치질도 한 달에 한 번이나 했나...

어쩌다가 백원짜리 동전이 하나 생기면 그게 너무 귀했다. 불량식품 두 개나 사먹을 수 있었고 과자는 하나 사먹을 수 있었다. 하루는 할머니가 백원을 주셨다. 동생은 바로 슈퍼로 달려가 과자를 사먹었지만 난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마루에 앉아 꺼내 만지작거렸다. 이걸로 뭘 할까 생각했던 것 같다. 손으로 만지작 거리다가 놓쳤는데, 마루에 떨어진 동전이 세로로 떨어졌는지 굴러가기 시작했다. 난 얼른 잡으려고 했지만 내 동작보다 동전 굴러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결국 동전은 끝까지 굴러가다가 마루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절망이었다. 마루 밑은 들어갈 수도 손을 넣어볼 수도 없는 구조였다. 완전 막혀 있었다. 기다란 막대를 써볼 수도 없을 정도로 틈이 없었고 오직 동전 하나 빠질 틈 뿐이었다. 난 그자리에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슬펐다. 몇 달 만에 만져본 백원짜리 동전을 그렇게 보내버린 게 너무 억울했다. 억울하고 분했다. 잠시 내 손을 스쳐간 동전이 야속해서 억울했고, 동전 하나에 울어야 하는 내가 처량해서 분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날 겨우 10살짜리 어린아이의 기억이 평생의 상처로 남았다. 내 손에서 떠나 떼굴떼굴 잘도 굴러가던 백원짜리 동전의 그 몇 초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서랍속 동전들을 전부 꺼내서 과자를 샀다. 백원짜리 하나면 새우깡 하나였는데, 요즘 과자는 허거덕... 비싸기도 했다. 그래도 커다란 마트 비닐봉투 두 개는 넘었다. 무슨 과자를 이리도 많이 사왔느냐 아내의 물음에, 애들 주려고 사왔다고 했다. 사놓고 애들보다 내가 더 많이 먹긴 했지만... ㅎㅎㅎ 난 애들에게 과자를 자주 잘 사준다. 다섯살 세살 두 아들이 과자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서다. 아그작아그작 잘도 씹어먹는다. 접시에 덜어준 과자를 금새 다 먹고는 더 달라고 접시를 들고 온다. 그럼 난 또 가득 부어준다.

난 원화채굴자다. 코알못인데다 투자할 자금도 없고 그냥 원화만 채굴한다. 결혼전엔 돈버는 재미가 없었다. 열심히 벌어서 뭐에 써야하나 잘 몰랐다. 그런데 요즘은 돈버는 재미가 난다. 돈을 벌어 두 아이 입에 맛나는 과자와 고기반찬을 넣어주는 행복이랄까. 난 두 아들을 부족함 없이 키울 만큼 벌진 못한다. 하지만 먹는 것 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다. 큰아이에 비해 식탐이 많은 작은아이, 먹을 걸 두 아이에게 주면 작은아이는 자기걸 다 먹고 형 걸 뺏어먹는다. 그럼 큰 아이가 도로 뺏어가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두 아이가 먹을걸 두고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왠지 옛 생각에 마음이 찡해지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서로 많이 먹겠다고 싸울일 없게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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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전으로 과자를 살수 없는게 안타까워요..예전에는 500원이면 한봉지
살수있었는데 말이죠 ㅠ.ㅠ

동전 쓸 일이 거의 없죠. ^^

언제나 좋은 글 고맙습니다.
힐링이벤트 #2-1 생각나눔 마감하고 #2-2 시작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마워요. 좋은하루 되시길요. ^^

정말 예전엔 500원짜리 하나 있으면 동생하고 슈퍼갈수 있었는데 요샌 껌한통 겨우 사네용 ㅠㅠ

500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있군요. ^^

50원짜리 새우깡, 100원짜리 삼양라면(이름이 해피라면이었나..), 오락실 게임 한 판에 50원, 덴버 풍선껌 한 개 50원. 동전 하나로 할 수 있는 게 참 많았죠.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저 어렸을 땐 라면이 120원인가 쯤 했던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오락실은 한 판에 50원.

저도 어린시절에 ㅋㅋ 집안 곳곳의 동전을 찾아 헤매이던 기억이 나게 해주는 글이네여 ㅎㅎ ㅠㅠ

동전 하나에 행복했던 어린 시절... 아~~~ 옛날이여... ^^

병도 팔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델몬트 100원!

아 맞다. ㅎㅎㅎㅎㅎ 델몬트병이 최고였죠. ㅎㅎㅎㅎㅎ

그쵸? 저 어릴때도 백원짜리 동전하나면 살 수 있는게 많았는데...
솔직히 요즘은 개도 안물어 가니...ㅋㅋ(옛날이라고 물어갔다는건 아님) 가족이 있기에 돈을 버는 것도... 또 쓰는것도 더 의미 있는 일이 되나봅니다... 오랜만에 어릴적 생각한번 해보고 갑니다~

물가가 음... 10배쯤 오른 것 같아요. 30년 동안. ^^

우리나라는 그렇지만요...

일본같은 경우는 아직도 동전이 유효한 통화수단이잖습니까.

자원 효율 측면에서 그래도 동전은 없어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동전은 곧 없어질 거라고 해요. 지폐마저도 없어질거라는... 군요.

아이들이 언젠가 이 글을 봐야할텐대용 ㅠㅠ 아 눙물나... 매로나 300원시절이 그립다...

메로나 처음 나왔을 때 백원이었다능. ^^

백원으로 떡꼬치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했는데..
요즘은 천원짜리 하나로도 ㅠㅠ
4초딩 큰아이들은 요즘 교통카드로 아빠테 조른 기프트콘으로 편의점을 가요....참 많이 바뀐거 같아요

아,,, 교통카드로 편의점을. ㅎㅎㅎㅎㅎ
어렸을 때 ‘엄마 백원만’이 유행어였던 것... 같은... 기억이... ^^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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