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음식 이야기|| #4 먹고 싶어 쓰는 빵 이야기

in #kr-food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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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흔히 서양 떡이라 불리는 음식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곡식 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반죽을 불에 익히는 음식으로 국립국어원에서는 밀가루로 만든 일반식을 빵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식보다는 간식으로 구분된다.
‘빵’이 순우리말 같지만 보기와 달리 포르투갈어 ‘팡데로(Pão-de-ló)’에서 온 외국어다. 18세기 일본인들은 ‘팡데로’를 ‘팡(パン)’으로 읽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식 발음인 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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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빵이 한국 땅을 밟은 건 19세기 선교사들에 의해서다. 그러나 보편화되지는 않았는데 조선의 밀 생산량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빵이 조선에 퍼지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후반이다. 당시 많은 일본인들이 조선으로 이주해 오게 되면서 개항지 중심으로 정착하게 된다. 그로 인해 차츰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늘어났고, 그중에는 화과자 점도 있었다. 이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빵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됐다.

앞서 말했지만 조선은 밀 생산량이 극히 낮았다. 그러나 쌀 수탈로 생긴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조선으로 막대한 양의 밀가루를 들여오게 된다. 1934년 가다 나오지(賀田直治)가 작성한 ‘조선공업조사기본개요(朝鮮工業調査基本槪要)’에서는 조선의 연간 밀가루 수요를 200만 포대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식량난으로 인해 빵뿐 아니라 다양한 밀가루 음식을 먹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잠시 살펴봐야 할 화과자 점이 있는데 군산의 이즈모야(出雲屋)다. 이즈모야는 1920년 히로세 야스타로(広瀬安太郎)가 만든 가게다. 이즈모야는 꾸준히 운영됐지만 1945년 조선이 해방을 맞게 되면서 적산가옥이 됐다. 이를 인수한 건 이씨 성을 가진 조선인이었다. 이즈모야라는 일본식 이름을 내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재개업하게 되는데 바로 이성당(李盛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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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들어 빵의 대량생산시대가 열린다. 이와 더불어 정부에서 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혼분식장려운동을 실시하면서 밀가루 음식과 더불어 빵도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이때 성장한 대표적인 공장이 상미당(賞美堂)과 영일당 제과다.
상미당은 익히 알고 있는 삼립식품과 샤니의 전신이다. 특히 샤니는 파리바게트라는 프랜차이즈의 성공과 함께 굴지의 제빵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영일당 제과는 크라운 제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1988년 국내 1호 프랜차이즈 빵집인 크라운 베이커리를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파리바게트와 CJ의 뚜레쥬르에 밀리면서 2013년 9월을 마지막으로 사업을 종료하게 된다. 현재는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제빵보다는 과자류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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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공장제 빵과 함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추억의 빵집들이 골목골목에 자리 잡았던 시기다. 정겨운 동네 골목 한 켠에는 따뜻한 빵집이 하나씩은 있었다. 그곳은 누군가에게는 연인과 데이트 장소로, 어떤 이에게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이용됐다.
모두의 추억이었던 빵집이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 차츰 문 닫게 됐고 오늘날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나마 대전의 성심당, 통영의 오미사 꿀빵, 전주의 풍년제과 같은 지역 빵집들이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끝.


+참고 자료+

1. 주영하, 식탁 위의 한국사 -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2. 강석훈 외, 왜 우리는 군산에 가는가
3. 네이버캐스트, 한국 빵의 역사(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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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frineds @chocolate1st Thank you so much for sharing all this information! that's great! All the best! @chocolate1st Waiting for more posts! :)

Thanks you for reading. :)

프랑스에 갔을 때 빵사먹으러 갔다가 빵을 불어로도 빵pain이라고 불러서 신기했더랬죠~^^ 빵을 맛있게 하는 개인 빵집들이 예전엔 참 많았는데.. 프렌차이즈에 밀려 하나둘씩 문을 닫은게 제일 아쉬워요.ㅠㅠ

프랑스어로도 빵이 빵이었군요. :) 홈슐랭님을 통해 또 하나 알아가네요. ^-^

저희 동네에도 오래된 빵집이 있었는데 얼마전에 문을 닫았더라고요. 단순 빵집이지만 추억이 있던 곳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더 아쉽고 그렇더라고요.
프랜차이즈의 성공이 편리함을 가져왔다지만 말씀처럼 맛좋은 다양한 빵을 먹을 기회는 점차 사라지는 거 같아요. ㅠ

ㅎㅎㅎㅎㅎㅎ 빵순이에게는 아주 사랑스런 제목입니닷!!!!!
삼립식품, 샤니 정말 오랜만에 듣는 친근한 이름이네요. 크라운 베이커리가 ㅠㅠ 더이상 없군요 ㅠㅠ 몰랐어요.
단팥빵 제일 좋아 하는데 ㅎㅎ 사진을 보니 먹고 싶어 지네요. ㅎㅎ

앗, 해피님 빵순이셨군요. :)

아쉽게도 크라운 베이커리는 더 이상 없답니다. :) 단팥빵 좋아하시면 한국에 오시면 꼭 이성당의 단팥빵을 드셔보셔요. 이성당의 대표 빵이 단팥빵이거든요. ^0^

한국빵 먹고싶어요 ㅜㅜ
밥먹었는데도 빵이 갑자기 땡기네요.

빵은 간식이니 하나쯤은 드셔도 괜찮으시지 않을까요? :)

빵이 식량난과 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들어와 소비가 늘어난거였군요!
크라운베이커리라는 빵집 참 추억의 곳이 되었네요~ 이제 볼수없는~
근데 해태제과를 인수하였군요! 허니버터칩이 대박난걸 보면 과자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하였다고 생각되네요 ㅎㅎ
군산의 이성당 빵이 잘 알려지지 않아 몰랐는데 원조이네요~~담에 꼭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당 ^^
초콜릿님의 맛있는 빵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은 꼭 빵을 먹어야겟습니당 +_+

군산의 이성당이 한국 최초의 빵집 타이틀을 갖고 있답니다. 군산에 있는 이성당은 정말 사람이 많아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데만해도 꽤 오래 기다려야 해요. 기회가 되시면 서울에도 이성당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
최초 빵집인 이성당에 대해서는 추가로 한 번 다룰 생각이예요. 그때도 재밌게 봐주셔요! ^0^

빵이 우리나라 말이 아니었다니..ㅇㅅㅇ;;;
빵을 쉽게 접하기만 했지 이렇게 심도 깊은 내용이 있을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ㅎㅎ

사실 전 이 댓글을 가장 기다렸답니다!! +_+ 저도 빵이 우리 말이 아닌 거 알고 살짝의 충격을 받았었지요. 시소처럼이요. :)

시소도 우리나라 말이 아니었나요?!

네. 'seesaw' 라는 영어예요. :)

헐...ㅇㅅㅇ;;; 그것도 처음 알았어요.ㅋㅋ

그런 단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 저도 하니씩 알아갈 때 마다 놀라요. :)

분명 댓글을 달았는데 또 사라졌네요. -_-;;

전 빵이 프랑스어에서 온 줄 알았어요. 포르투칼어라니 의외네요. 하긴 프랑스어라고 해도 의외긴 하죠. ㅎㅎ
빵 이야기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글 보고 나니 빵이 먹고 싶네요. ^^

이상하게 제 글이 댓글을 잘 먹는 거 같아요. 저번에 해피님도 몇번이고 먹었다고. ㅎㅎ

전 사실 빵이 한국어인 줄알았지요(수줍). 포르투칼어라고 해서 처음에 약간의 문화 충격(?) 같은 걸 받았었어요. 홈슐랭님 댓글을 보니 프랑스에서도 빵을 빵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

빵....먹고 싶어졌어요 초코님 덕분에 ㅋㅋㅋㅋㅋ근데...내일 사먹을까봐요, 밤이 깊어가네요 ㅠㅠ 이성당 빵은 못먹어 봤는데...사진에 저 긴 줄을 보고 있자니.....O.O ㅋㅋ서울에도 생겼다니 언제 지나치게 되면 사먹어 보도록 해보겠습니닷

군산은 전화로 주문을 해도 도착하는데 길게는 6개월 정도 걸리더라고요. 서울에는 제2롯데월드랑 양재쪽에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단팥빵이랑 야채빵이 진짜 맛있는 곳이라 지나가게 되면 꼭 드셔보셔요! 햇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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