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앞으로 뭐 할거야?"

in #kr-essay6 years ago (edited)


앞으로 뭐 할거야?
written by @hyunyoa


질문을 피해 고향에 내려왔건만, 같은 질문을 연속해서 받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휴학한 이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질문을 받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나 역시 무심코 이런 질문을 했었기에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질문의 의도는 걱정 혹은 단순한 궁금증이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중에는 자신의 계획을 자랑하기 위해 먼저 묻는 이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들은 비단 휴학생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혹은 결혼을 앞둔 이들,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신혼부부를 향할 수도 있다. 왜 우리는 나이별로 바뀌는 사회적 잣대를 들이밀며 서로를 괴롭혀야 할까. 취업 계획이 없는 지인을 왜 스스로가 걱정하고 있는지, 비혼을 결심한 청년에게 왜 결혼을 강요하는지, 아이 생각이 없는 부부에게 아이의 장점을 일일이 설명해주고 있는 건지. 나는 굳이 이해하고 싶지 않다.

취업 계획이 있거나 결혼, 자녀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이 질문을 받으면 더욱 곤란해진다. 할 말은 하나뿐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이 말을 듣기 위해서 사람들은 그렇게 질문을 하는 걸까. 요즘 나는 내가 봐도 삐뚤어진 것 같다. 하지만 차근차근 나만의 계획을 짜고 나아가고 있는 내게 자꾸 이 질문이 들어오니 숨이 턱턱 막혀서라고 답하고 싶다. 굶어도 내가 굶고, 힘들어도 내가 힘든데. 삼 개월 가량의 지긋지긋한 인턴을 끝내고 이제야 고향에 온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다. 즉, 마음 놓고 쉬고 있는 날들이 한 달이 채 안 된다. 그런데도 앞으로 어떤 인턴에 지원할 건지, 시험을 준비한다면 무슨 공부를 할지 물어보는 사람 덕택에 쉬고 있어도 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어제는 "요즘 무얼 하고 있냐"라며 지인이 물었다. 블로그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예상과 같았다. "그래도 일은 해야지." 다투고 싶지 않아 미소로 대화를 끝냈다. 어느 날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차갑게 답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걱정해서 그런 거지."라는 말… 오히려 내가 미안해지는 말이다.

불행 중 다행은, 이 말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야 지인들에게 질문을 삼갔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가 자신의 계획을 밝히기 전까지는 질문하지 않으며,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의 고민에는 응원으로 답한다. 이때에는 자존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스스로를 챙기고,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삼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스트레스도 줄고, 비교하지 않으니 만족도도 더 커질 텐데.


여담이지만, 스티미언분들의 칭찬과 격려 감사합니다 :) 저 역시 무엇을 하시든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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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걱정해주지 않아도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죠. 그 오지랖이라는 걸 저도 한국에 와서 많이 느끼는 중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혼자 살고 싶었는데 아버지한테 발목을 붙잡혀 가족들과 함께 살고있습니다. ㅋㅋㅋ.

안녕하세요 로스님 :) 가족분들과 함께 계시는 중이군요. 제 주변에도 독립하고 싶은데 아직 못 하는 분들이 많아 공감이 됩니다. 로스님의 독립을 응원하며!! :) 댓글 감사드려요! + 무엇을 하시든지 응원하겠습니다 :)

주위분들이 관심을 표현한다는 것이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뭘 하고 있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예요.
뭘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도 좀 있어야 하는데..

안녕하세요, 모피어스김님! 관심이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게 이 경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번아웃 증후군이 떠오르네요. 계속해서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의욕도 사라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저는 요즘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고 싶은 글을 읽으며 가만히 있고자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쓰고싶은 글을 쓰는 것은 노동=일 로 간주하지 않는 시선이네요~ 저도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면 글쓰기의 노동이 사회적으로 (특히!)인정받지 못할 때(물론 금전적으로)가 많습니다. 들이는 시간과 수고는 똑같은데 말이죠.

안녕하세요, 오쟁님 :) 글쓰기의 노동은 정말 인정받기 어렵죠. 정성을 쏟은 글이 공감을 얻지 못할 때 가장 속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꽃피듯 인정받는 날이 오리라고 믿으며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thelump님의 글을 응원할게요.

(제가 약간 비뚤어진 시야를 가진지 모르겠으나, )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그 질문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상대방을 자신의 시야에 맞춘 방향대로 움직이게 싶어하는 질문이지, 정말로 진심으로 걱정하는 질문은 경우는 흔치 않더군요.

그러고보니 저는 그 질문을 안한지 꽤 오래 된 것 같습니다. ㅎ

ㅋㅋㅋㅋ @qrwerq님.. (저도 공감합니다) 호기심 혹은 자신이 생각한 방향이 아닐 때 무어라 말하고 싶은 질문이겠죠. 하지만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점점 비뚤어지고 있는 저로서는,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걸 거야.. 라고 생각해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흑흑 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이래서 오지랖이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저도 비슷한 문제를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말보다도, 응원한다는 말이 제일 힘이 되는 것 같아 이렇게 남깁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안녕하세요, 시린님! 반갑습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응원한다는 말도 감사드립니다.

ㅋㅋㅋㅋ안녕하세요 한손님! 마이웨이~ 간결하지만 임팩트있는 한 마디!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잘 살고 있어도 저런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받을 걸요... Now, Here가 잘 안되는 사회다보니 무조건 '앞으로 어떻게'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요즘은 꼭 열심히 살아야하나 시싶은 생각도 드네요.

Now, Here이 잘 안되는 사회라는 말.. 공감합니다 ㅠㅠ 예전에 템플스테이로 명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스님의 말을 따라 현재에 집중하려고 해도 자꾸 정신이 흐트러졌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amugae님이 무엇을 하시든지 응원할게요. 댓글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도 듣기 싫은 말을 남에게 똑같이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더 기분이 안좋더군요, 나 자신에게.

안녕하세요, @eternalight님. 맞습니다 ㅠㅠ 그럴 때 마다 뜨끔뜨끔하죠. 그래서 제 언행부터 조심하려는 노력중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너무 걱정하시지 마시고 시간 많으실때 내가 좋아하는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저는 그런것도 없이 돈을 벌기 시작해서 지금하는 일이 천직이려니 하고 살고 있습니다.

화이팅하세요^^

안녕하세요 @chonyyy 님! 정성 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고민 없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시더라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하며 천직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일이 정말 chonyyy님께 잘 맞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 응원 감사합니다. 하시는 일 응원하겠습니다 :)

할 말은 하나뿐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맞아요. 솔직히 이정도밖에 할 말이 없죠.
왜 미래에 대해 계획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지..

그러면서 스스로도 남들에게 호기심을 갖는 역설적인 모습이 보여서 할 말이 없긴 하네요ㅎㅎ

안녕하세요 @ksc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뻔한 말을 하며 속상한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습니다 ㅠㅠ 미래만 바라보기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더 멋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에게 호기심을 갖는 역설적인 모습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말이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 인가?'라고 먼저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댓글 감사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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