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지만 출근했습니다.

in #kr-diary6 years ago

토요일이지만 출근했습니다.
거래처에서 작업할 수 있을 정도만 일을 해놓고 나니 벌써 저녁이 다 돼가는 시간이군요. 작업하던 파일을 서버에 백업해 놓고 퇴근하려다 잠시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저는 소설가로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글은 작가라고 할 만큼 쓰지 못 합니다. 열심히 쓴 소설을 여기저기 올려봤지만 늘 실패했지요. 완결된 소설을 투고도 해봤고, 공모전에도 내봤습니다. 모든 공모전에서 예선 탈락했고, 모든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했습니다. 최근 한 작가의 에세이를 읽다가 공모전에 수년간 도전했던 내용에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나도 저만큼 도전하면 되겠다가 아니라 저만큼이나 도전해도 등단 못하는 작가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당신 글(소설)이 좋으니 우리 플랫폼에 올려보지 않겠냐'라는 제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올리다 보면 누군가의 눈에 들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어느 플랫폼도 날 작가로 초대하진 않았거든요. 정식으로 웹 소설 작가로 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소설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고정적으로 글을 올려 밥벌이를 하는 직업 작가들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그들이 부러울 때마다 '왜 나는 잘 하지도 못하는 걸 하려고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내 소설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던 아내도 요즘은 내가 소설을 안 쓰길 바랍니다. 그래서 몰래 씁니다. 하하하하.

며칠 전, 내 글은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인기가 많다고 썼습니다. 그래서 소설은 이제 그만 쓰고 경험담을 써야 하나 싶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니 또 막히네요. 그래서 그냥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그냥 생각 없이 써보려고 합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 처박혀서 야근에 철야를 하고 있어서 쓸 얘기라곤 일 얘기뿐일 수도 있겠네요. 이런.

저는 책 파워블로거입니다. 출판사들이 책을 많이 보내줍니다. 다 읽진 않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책만 골라 읽고 책리뷰를 씁니다. 얼마 전 <이제, 글쓰기>라는 책이 왔습니다. 판형도 작고 두께도 얇은 정말 작은 책입니다. 책표지에 "작가가 되는 것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믿음에서 시작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 뭔 말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아~~ 나는 말을 어렵게 하는 걸 싫어하는데. 이해는 안 되지만 책 뒷면을 봤습니다. '제인 고인스(이 책의 저자)는 회의감에 빠진 무명작가에서 어떻게 프로 작가로 거듭났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라고 적혀 있네요. 뭐,,, 글쓰기 책마다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당신은 글을 프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책 대로라면 저는 이미 프프프프프프로 작가가 돼 있어야 할 테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뭐 이 책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도 글쟁이는 이런 뻔한 속임에 넘어가서 책을 펼칩니다.

요즘 회사일이 많이 힘듭니다. 주 2~3회 철야 중입니다. 제가 작업 중인 폴더 이름은 '재재재재재디자인'이며 파일명은 'a18'입니다. 파일명이 너무 양반스럽네요. 예전에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도 바꿔서 퇴사하기 전 마지막 프로젝트 파일명을 이렇게 해놓고 퇴사했습니다. '씨발디자인' ㅎㅎㅎㅎㅎ 저는 파일명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 파일명을 고치지 않고 전 부서에 공유했습니다. 제가 그 디자이너 엄청 싫어했거든요. 저도 약간 똘끼가 있나 봅니다.

울 아들은 아직 말을 못 합니다. 요즘은 말을 못 하는 이유가 저 때문인 거라는 믿음이 강해집니다. 아들은 머리가 많이 나쁘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엉망이지요. 저도 기억력은 최악입니다. 고딩때 성적표가 수수수수수수수수가수수수수수수수였는데 '가'가 영어였지요. 영어 단어가 안 외워져서 '가'였습니다. 아이큐는 104입니다. 평균 이하지요. 저는 초딩때만 해도 '나는 바보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받아쓰기는 10점 20점이었고, 구구단도 4학년 때 맞아가며 외웠습니다. 나눗셈은 중학생이 돼서야 했으니 머리고 돌인 건 분명했나 봅니다. 그런데 중학생 이후론 공부를 잘했습니다. 뇌가 좀 늦게 트인 것이죠. 아내는 애가 아빠 닮아서 뇌가 늦게 트이는 거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자폐증이 아니라 그냥 아빠 닮아 그런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요.

아내는 저와 반대로 다혈질입니다.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있지요. 아들은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가장 무서워합니다. 말 안 들으면 엄마 성질 맛을 보거든요. 울 아들에겐 엄마가 무서워 다행입니다. 엄마만 컨트롤 되는 울 아들. ㅎㅎㅎ 어젠 드디어 '엄마 마이쮸 주 세...... 요'를 했습니다. '줘' '해줘'만 몇 달을 하며 발전이 없다가 드디어 맞아가며 배웠더군요. '해줘'도 디지게 맞으며 배웠는데 아주아주 천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요'를 2~3초 후에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해줘'가 아니라 '마이쮸... 주... 세.........요.'라고 '주세요'를 끊어서라도 발음하긴 해도 말하긴 하는 거니 희망이 보이네요.

아~~~ 이런, 6시다. 퇴근합니다.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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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책!!! 지금은 책한권 읽을려고해도?왜이리 힘든지!!!

읽다 보면 속도가 빨라져요. ^^

파워블로거셨군요
적지 않은 글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해매이는 모습을 보니
글을 써내려가는건 참 어려운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사회의 톱니바퀴로 일하다가
나오게 되는 감정을 저런식으로 표출하는게
웃프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자식이 성장(?)하는 모습에
그래도 살아가는건가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옛날 어른들 말씀이 이해되는 나이가 돼버렸네요. ^^

한 주에 철야를 2번이나 하려면 체력이 강하기도 하고 체력관리를 따로 하기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아내가 글을 안 쓰기를 바래서 몰래 쓰신다니 웃픕니다. ㅎㅎㅎ
이렇게 올리시는 일상글 도 재미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ㅎㅎㅎㅎㅎ

유명한 작가에게도 글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글쓰기는 유레카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몇 배로 어렵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반면에 소재 발굴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삶의 터전에서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시면 좋은 일 있으실 거라고 믿으며
응원합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유명한 작가는 정말 실력이 좋아서 유명해진 것도 있겠지만, 운도 따랐지 않았을까... 하는... 아~~~ 핑계입니다. ^^

댓글을 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중간에 디자이너 파일명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ㅋㅋ 너무 공감가네요ㅋㅋ 돈이 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 저도 많이 공감갑니다.

고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선택지는 하나 뿐이라. ^^

공감하면서도 가슴이 아파오는 댓글이네요ㅠ
어떤 선택도 좋기만한 것도 없고 나쁘기만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꿈을 조금 포기하면 그에 상응하는 걸 얻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돌고래 아이큐인데.... 부럽습니다. ㅎㅎㅎ
오늘 처음 뵈어서 나하님께서 쓰신 소설은 못읽어 봤지만 이 글(에세이인가요 이 글이?) 은 좋은 것같은데요....ㅎ
앞으로 안쓰신다는 소설 한번 읽어보러 팔로우하고 블로그 방문할께요 :)

헛... 제 소설을 읽어보신다니,,, 고맙습니다. ^^ 자주 뵈어요. ㅎㅎㅎ

저보다는 머리 좋으시네요~ 저는 두 자리입니다. ㅜ 살다보니 의외로 대기만성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중학교때 제 짝도 학급대표 바보였는데 어느 순간 공부 하더니(바보가 공부한다고 엄청 애들이 비웃었지요.) 과학고가고 조기졸업해서 카이스트 가고 지금은 저랑은 다른 우주에 살고 있습니다. 자제분도 대기만성형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제발 대기만성형이길 바라고 바랍니다. ㅠㅠ

책 파워블로거시군요.
나하님한테 잘 보여야겠어요^^

헛... 제게 잘 보여봐야 별 이득은 없을 줄로 압니다. ^^ 그냥 책중독자일 뿐이라서요. ㅎㅎㅎ

맨날 야근하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저는 일요일 내일 출근합니다.
오늘 이렇게 다양한 말씀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토요일 저녁 되세요

헛... 일요일에도 출근을... ㅠㅠ 힘내세요. ㅠㅠ

팔로우 보팅하구 갑니다.
반가워요 잘 지내봅시다.

소설 하나를 온전히 쓴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있습니다.
작은 플랫폼이라도 지지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 고마워요. 열심히 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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