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의 일상기록 #28 / Music Box #21

in #kr-diar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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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이곳에 벌써 4일이나 글을 쓰지 않다니. 잠이 무진장 쏟아지는 며칠을 보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비유하자면 '쓰기방'에서 나와서 '읽기방'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엄청 글을 썼다고 할 수는 없지만...그냥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내서 쓰긴 했으니까, 그 둘 사이에 일종의 모드 스위치가 있는 느낌이랄까.

학술적인 것도 읽었고, 시시껄렁한 것도 읽었다. 후자의 경우는 다른 어느 곳에서 수입 발생을 좀 시켜보려고. 요건 저번 일기에도 살짝 언급한 바 있다. 어느 정도 생각은 잡혔다. 문제는 스케줄인데...바빠서라기보다는 하루 일정을 성실하게 지키는 패턴으로 빨리 몸을 적응시켜야 된다.

나는 신체<정신을 주장하는 편이지만 거의 모든 현상은 피지컬로 설명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가령 이번에 내가 너무 피로했던 이유는 갑자기 엄마가 쳐들어왔다 가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냥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큰 통증이나 그런건 없는데, 아무런 외부 조건의 변화가 없는데도 기분이 착 가라앉는 현상은 있다. 어려서 처음 겪었던 때는 하루 종일 울다가, 만 하루 이상을 학교를 쉬면서 앓았었다. 정말 아무런 울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엄청나게 당황했는데, 그냥 호르몬 문제라는 걸 깨닫고는 사람 감정이란 것 자체에 대해 좀 더 회의적이 되었다.

이번은 그냥 잠만 많이 쏟아졌는데, 이것도 항상 있는 현상은 아니다. 자고 먹고 책 읽고 자고 먹고 책 읽고...그랬으나 얼굴은 붓기보다는 핼쑥해진 편이다. 눈이 더 커졌는데, 동시에 피부에 각질이 생겨서 그리 보람은 없었다.

최소 하루 15시간은 잔 것 같다. 초과해서 잠을 잔 시간이 좀 아깝기는 하다. 오늘은 요 근래 낮잠이 쏟아지지 않은 최초의 날이다. 우선 각질 제거부터 하고 글을 쓰고 있다.

어쨌든, 잠을 많이 잤다는 것 외에도, 지난 며칠 간 '읽기 모드' 또는 '읽기방'에 들어가 있었다. 그럼 평소에는 읽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아니지만, 학교 졸업한 후로는 구절 몇 개 씩은 외우고 있는 고전들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일이 잦다.

나중에 나이들어서까지 눈을 써서 책을 보면 힘들거란 생각이 들어서인데, 사실 중요한 건 오디오북이냐 종이책이냐, 그것도 아니면 전자책이냐의 여부가 아니다. 이미 알고 있고 익숙한 책을 듣는 편이고, 따라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리 무리 없이 들어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반면, 요 며칠 동안 '읽기 모드'에 돌입해서는 익숙하지 않은 책을 눈으로 읽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눈을 떼고 잠깐 시간을 내어서 포스팅을 한다거나, 할 수가 없었다. 힘들다기보다는, 아예 시도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포스팅에 관해서만큼은 마치 어디 산에 잠깐 올라갔다가 내려온 느낌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이 정도씩이나 쉬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평소 그렇듯이 내키는 대로 했다. 어제 정도 일기를 쓰려 했는데, 밤 10시면 마술처럼 잠들곤 했다.

암튼, 오늘 떠오르는 노래는 가사만 보면, (그리고 랩이나 헤비메탈을 제외하면) 거의 우울함의 끝판왕인 71년도의 한 곡이다. 그 유명한 돈 맥클린(Don McLean)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가 없었다면 그 해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곡이라고...

길버트 오 설리번(Gilbert O'Sullivan)의 Alone again

앞부분만 대충 옮겨보자면...

In a little while from now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If I'm not feeling any less sour*
지금보다 씁쓸한* 기분이 줄어들지 않았다면
I promise myself to treat myself
스스로에게 좋은 일 하나 하려고 결심했어
And visit a nearby tower**
근처의 고층 건물**을 찾아가서
And climbing to the top
맨 위까지 올라가서
Will throw myself off
몸을 내던질거야
In an effort to
그렇게 해서
Make it clear to whoever
누구에게든 확실히 보여주려구
Wants to know what it's like
그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누구에게든
When you're shattered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 말야

사실 이 버젼은 라이브라, 스튜디오 녹음 버젼보다는 음질도 막 여기저기 튀고 그렇다. 하지만 라이브가 더 맘에 듦. 물론 녹음 버젼도 그리 나쁘진 않다.

언제 전체 가사를 옮겨둘지도 모르겠다. 후렴구에선 Alone again, naturally(다시 자연스레 혼자야)가 반복되는데, 곡만 들으면 유쾌한 일상 가사를 넣어도 별로 이상할 게 없는 노래다. 과한 자기연민보다는 근본적인 외로움에 대한 가사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인 듯.

그러나 그것보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직접 체험해본 적이 없는 기분이라서이다. 이런 우울 모드가 가능하려면, 개인적으로 10대 시절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다른 건 몰라도 혼자란 이유로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것은 말 그대로 희귀한 간접 체험이다.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 노래를 허가 없이 사용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근데 나는 아무래도 이 노래 첫머리를 들으면, 그 유명한 라 붐(La Boum)의 Reality가 떠오른단 말이야...물론 전체적으로 다른 노래고, 후렴은 전혀 상관 없다. 그러나 첫 머리 몇 음은 꼭 71년도의 Alone again을 듣고 영감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앞 부분에 국한시키면 Alone again의 코드 그대로 두고 Reality를 불러도 될 정도. 물론 이건 표절의 영역과는 전혀 무관.

리처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의 Reality

참, 그리고 마나마인 봇이 드디어 바뀌었다. 이제 그래서 하루 1회 포스팅 패턴에서 벗어나서, 일기와 기타 가벼운 글들은 마음대로 아무때나 올리려고 생각 중이다.

사실 그간 감사하게도 여러 화이트 리스트를 둔 봇에 의해 보팅을 받기 때문에 기대 보팅액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젠 주 4회만 마나마인 보팅을 받게 된다. 마나마인 업로드할 글만 해당인데, 일상글 카테고리가 있지만서도 아직 이 [제이미의 일상기록]은 거기 올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시리즈는 당분간은 마나마인 보팅은 안 받는 글로 분류된다. 아, 짱짱맨을 받아도 되나 모르겠는데 접때 다른 분들을 봐선 받아도 될 듯...하지만 일단 오늘은 태그를 안 달았다. 기왕 하는거, 뒤늦게 붙여도 오는지 테스트해보야겠다.

암튼 그래서...마나마인에도 올릴 주 4건의 포스팅 외에는, 부담 없이 아무때나 짬 나면 하려는 생각중이다. 지금처럼 그냥 30분만 시간이 나도 될 것 같다. 저번 일기에서 썼듯이 밖에 노트북도 좀 갖고 다니고. 이렇게 포스팅 패턴을 바꾸게 되는 계기도 나름 괜찮은 듯...

물론 본업에서 큰 먹이 일이 하나 떨어지기 전까진 그런다는 얘기다. 그리고, 내가 '읽기방'에서 완전히 나왔다는 전제 하에나 가능한 패턴이기도 하다. (근데 나왔다고 생각한다. 나오지 않았다면 이것도 쓸 수가 없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가벼운 글로는...전에 예고한 우리 거지팸을 고발하는의 [ㄱㄴㄷ일기] 외에도, 새 시리즈로 [ABC]를 생각중이다. 시리즈가 자꾸 늘어나는데, 다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들만 하는데도 이렇다.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때, 외국에서의 10대 시절과 동창들 이야길 남겨두려고 한다. 내 중고등학생 시절을 함께 한 사람들 중 한국인은 없으니, 부담이 매우 적다.

여기서 부담이 없다는 말은 내 당시 감정을 그대로 써도 아무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지, 뒷담화를 막 하겠단 뜻이 아니다. 철칙이라는게 몇 개 없는 사람이지만, 그 중 하나는 누구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니까.

일단 이곳 포스팅 주기부터 재설정하고 적응하는 한 주간을 겪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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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노래가 저렇게 우울한 노래인줄은 몰랐네 ㅡㅅㅡ

ㅇㅇ뭔가 일상적인 내용이 들어갈 것 같은 곡인데 말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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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뒤늦게 달아도 오는군요. ㄳㄳ

나도 편한 글 양심에 안찔리게 쓸 수 있을듯

형 폭로도 해야지★

폭로라니.. 나같이 깨끗한 싸람이 또 어디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amie님 읽기방에 들어갔다 나오셨군요.

눈이 더 커졌는데, 동시에 피부에 각질이 생겨서 그리 보람은 없었다.

역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ㅎㅎ 얼른 컨디션 회복하시길!

저는 Along again을 들으면 라붐에다가 얼마전 봤던 영화 써니까지 생각나버려요. 이렇게 예쁜 멜로디에 저렇게 살벌한 가사라니 그래서 청춘영화에 유독 많이 쓰였던 걸까요.

초췌모드도 가끔 필요(?)할 때가 있긴 한데 이번엔 그런거 상관 없이 걍 뒹굴뒹굴하며 지냈어요. ㅋㅋㅋ

노래는 어떻게 보면 좀 중2병스러울 수도 있는데 멜로디가 담담해서 덜한 것 같네요. ㅎㅎ전 써니를 안 봐서...라붐 주제곡이랑 저거랑 둘 중에 하나 나왔나 보네요!

" 누구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는다라는 것" --> 저도 그래요^^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반가워요!

요즘은 글쓰기가 힘들어지네. ㅜㅜ

형형 스몬 같은거 가볍게 올리는거 잘 하자나

미친듯이 잠자는거 비추...

이거슨 혹시 유리 글로브?

겨울이라 홍조 조심하라고...

이렇게 고난위도의 글을 매일 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단하신 것 같아요.

엇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짧게 방학하고 온 기분이네요.

제이미님 반갑습니다
보클하고 가요~

엇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져요. 감사합니다. ㅎㅎ

나이가 들면 오디오북이 유용할 수 있겠어요.
눈이 나빠지기 전에 책을 많이 읽어서 익숙한 목록을 많이 만든 후 늙어서는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좋겠네요.
좋아하던 음악을 듣는 것처럼요.
오디오북이란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는데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넹 그때 되면 오디오북으로 나오는 책들도 훨씬 다양하겠죠. 전 영어로 들으니 지금도 상당히 다양하긴 하지만...사실 제 목표는 처음 접하는 책도 읽지 않고 들으면서 내용을 놓치지 않는건데 쉽지 않네요. ㅎㅎㅎ잠깐만 딴 생각해도 놓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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