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끄적임] 아내의 생일에 느끼는 쓸쓸함에 대하여 (feat 타지생활) [2018.03.03]

in #kr-diary6 years ago


아내 생일 파티의 흔적

며칠 전 아내의 생일이었다. 그날은 평일이라 우리 가족끼리만 간단히 축하하고, 오늘은 토요일을 맞아 손님 (친구)를 초대했다. 낮 1시 즈음 도착한 손님을 위해, 그리고 아내가 먹고 싶다 하여, 나는 오전부터 석탄그릴에 불피우고 고기를 구웠다. 어제만 해도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 지붕 Asphalt Shingle 몇 장이 떨어졌는데 (이거 고치러 지붕 올라갈 생각 하니 마음이 또 답답해진다...), 오늘은 그래도 많이 잦아들었다. 온도가 낮아 고기가 빨리 식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석탄이 수명을 다하기 전에 준비한 고기가 다 구워졌다.

아내는 친구인 손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점심부터 저녁시간까지. 준비한 음식을 먹고, 준비한 술을 비워갔다. 나는 옆 거실에서 아이들을 전담 마크한다. 아이들이 아내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오늘 나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저녁 식사 할 즈음에 부쩍 말이 많아진 아내의 모습을 보니 취한게 틀림 없었다. 아내의 취한 모습을 본 건 참 오랜만이다. 저번에 언제 취했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손님이 돌아간 후 아내는 곧장 잠이 들어버렸고, 피곤한 아이들을 재운 후 나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와 아내는 미국 생활 시작한지 이제 14년이 훌쩍 지났다. 유학 온 후, 학생 신분이던 두 사람이 결혼했고, 그리고 계속, 쭈욱 메릴랜드에 살고있다. 생각해보면 꽤 긴 시간인데, 여러 사람들과 알게되고, 친해지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떠나갔다 (이사갔다). 다른 주로 가기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오늘 온 손님은 단 한 명, 이 동네에 남은 아내의 친구다. (소심하고 낯 가리는 아내의 성격도 한 몫 했겠지만)

생일을 축하해주고, 만나서 회포를 풀 사람이, 남편과 아이들 같은 직계 가족 빼고, 한 사람 뿐이라니, 좀 쓸쓸하다.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지금 우리의 삶은 우리 각자가 선택한 결과이다. 아내는 한국을 떠나 공부하길 선택했고, 여러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 아니며, 불편한 사람은 일단 피하고 본다. 더하여,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시부모님과 약간의 trouble이 있어 지금 상태로는, 아내는 물론 나 역시도 귀국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동떨어진 곳에서 느끼는 쓸쓸함은 어쩔 수 없다. 전에 아내가 출산이 가까워 졌을 때, 비상시 큰 애를 어디에 맡기느냐 고민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적막하고 쓸쓸함이 넘치는 토요일 밤, 아니 이제 일요일 새벽.
스티밋에 내 쓸쓸함을 조금 덜어놓는다.

Sort: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
그리고 괜찮습니다.
많이 힘들거나 그런거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감정일 뿐이에요

아내분에게 힘이 많이 되어주셔야 겠네요~
아내분은 대부분을 님에게 의지할텐데 많이 아껴주세요!
타지에서 고생많으시네요:)

네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고생이 약간 있지만 좋은 점도 있고, 다 제가 선택한 삶이니 불평하기 힘들죠 ^^

타지에서 고생이 많으시네요! ㅠㅠ

아내분이 많이 외로우시겠어요 ㅠㅠ

파이팅!

아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괜찮아요 ^^
고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다 제가 선택한 길이니..

꼭 친구가 많아야 좋은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가족끼리 즐겁게 지내셔도 되고 ^^;
아무래도 타지에서 살면 그리 되는 것 같긴 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그래요. 맞는 말씀입니다.
고마워요~

저도 이제 미국 온지 15년 지나고 16년째 들어가고 있어요. 말씀하시는 쓸쓸함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SNS를 많이 하나 모르겠어요.

그래요. 저도 이렇게 제 감정을 표현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dj-on-steem 님, @gyedo 님, 그리고 제가 비슷한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가끔 쓸쓸할 때가 있어요 :)

이런일도 타지생활중에 있으셨군요
생일이라는걸 안챙긴지 오래되었네요
누군가와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구요
많은게 변해갔지만 가족이 곁에 있어 든든하답니다
가끔은 너무 가족과 있어서 싫증 날때도 있써요
저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부서에서 항상 사람에 둘러 싸여서 일합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일부러 가지려 하지요
아내분에게 디제이온스팀님이 친구이자 남편까지 다 해주셔야 겠써요.
글 잘읽고가요 :)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30
BTC 65800.35
ETH 3464.66
USDT 1.00
SBD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