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4 - 2014년 5월

in #kr-dev6 years ago (edited)

오랜만에 다시 올려보네요.

4년전 이맘 때,
희망퇴직을 권고받고
퇴사를 결정했던 시기였습니다.
2014년 5월은
희망퇴직의 충격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며
구직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적었던 회고록을
일부 수정하고
스팀잇에 맞게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1 - 2014년 4월[Steemit] [busy]
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2 - 2014년 5월 1~26일 [Steemit] [busy]
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3 - 2014년 5월 27~31일 [Steemit] [busy]


회사 사람들과 점심 식사

퇴직일을 한달 정도 남긴 시점부터
알고 지내던 회사 사람들과 만나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
그들과는 좋은 관계로 마무리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만나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꼬였던 관계를 풀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다 만나지는 못 했다.
좀 더 빨리,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했다.


줄줄이 서류 탈락

대기업 위주로 지원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번 달은 지원하는 곳마다 모두 서류 탈락이다.
준비 기간...
안드로이드 개발 경력...
나이...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이직을 할 거면 진작에 했어야지.
떠밀려 나오면서 옮기려고 하니 잘 안 되는 거 아닌가...

미리 준비했던 사람들은
괜찮은 데로 많이들 갔던데...
왜 나는...
그들처럼 좋은데로 옮겨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설마 희망퇴직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겠지?


종로, 청계천을 배회하며...

업무 인계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남은 시간에 밖에 나가서 구직 활동을 해도 된다고
인사 부서에서 허락했다.

나는 오전에 사무실에 잠시 있다가
시청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거나 이력서를 썼다.
사무실 대신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펴고
키보드를 두드려보니 기분이 또 다르다.
이전에도 평일 저녁에 한번씩 와봤지만,
그 때와는 또 다른 무언가의 느낌이 있었다.
뭐랄까...
무언가 끌어당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공부가 잘 안될 때에는
청계천으로 가서 산책을 했다.
가끔은 종각 주변의 대형 서점에 가서
책 구경을 하기도 했다.
바쁘던 시절에는 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시간 있을 때 누려보고 싶었다.
재취업하고 나면 하고 싶어도 못 할테니...

종각, 시청, 청계천을 배회하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는 왜 희망퇴직이라는 시련을 만나게 된 것일까...
희망퇴직 전에 경고 신호는 없었던가...
왜 내 실력은 부족할까...
왜 직장생활을 더 잘 하지 못 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다음 직장은 어디가 될까...
후회하는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희망찬 마음도 남아있었다.
그게 있어서 힘들더라도 버틸 수 있는게 아닐까?


남겠다던 희망퇴직 대상자들

나는 나가기로 결정했지만,
남기로 결정한 희망퇴직 대상자들도 꽤 많이 있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이직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사람들.
아니면 갈 데가 없어 어떻게든 버티려는 사람들.
그것도 아니면 현재 회사가 좋아서 남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 외에도 다른 이유들이 있었겠지.

나도 버텨볼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금방 마음을 돌렸다.
왜냐 하면 이 회사에 버티기에 아직 나는 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더 늦기 전에 내게 맞는 다른 곳을 찾아가는 것이
낫다고 믿었다.

다음 달(6월)부터는 실업자가 된다.
내가 고른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재취업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올해 안에 다시 웃을 수 있기를...


한 선배사원의 충고

2014년 5월 어느 날.
퇴직하기 직전에 같은 파트에 있던
한 선배사원이 내게 이런 충고를 해주었다.
'재취업하는데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마음 느긋하게 먹고 꾸준히 준비하라'고.

알고 보니 그 분도 동종업계에서 희망퇴직을 경험했던 분이었다.
그 분도 재취업하는데 1년 가까이 걸리셨다고...
(원래는 중간에 다른 회사에 들어갔었는데 4개월만에 다시 나왔다고...)
난 이직 경험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퇴직하고 3개월 이상 지난다면, 심리적으로 무지 힘들 거 같은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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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님들도 퇴직 염려가 있군요.
다들 높은 년봉에 모셔간다는 듯한 이야기만 들어서 새롭네요.

모셔 가는 개발자도 일부죠.
개발자들도 퇴직의 위험은 있어요.
다만, 개발자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먹고 살 자리는 계속 찾을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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