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에토스와 냉담한 파토스 : 김종영 <지배받는 지배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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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지적하듯 '한국 지식인 집단은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에 민주화와 근대화를 거세게 요구해왔지만 정작 본인들은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가장 모순된 집단을 이루고 있다. 학벌 인종주의, 남성 우월주의, 폐쇄적 파벌주의, 유교적 위계질서,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 상징 폭력이 학계에서 난무'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한국 사회가 단순히 미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학계의 폐쇄적 에토스와 냉담한 파토스가 학문적 로고스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서구의 가치관과 학문을 수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서구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자유와 평등, 정의와 민주주의 등의 가치에 동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은 미국 대학에 비해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지만,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해결책은 미국식 대학을 닮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저자가 책의 말미에서 ‘미국 대학은 한국 대학의 변혁을 이끌어내는 해방자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 부분은 미국 사회와 한국 사회를 대비시켜보는 과정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한다는 수준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자의 이야기도 ‘우수한 대학’의 기준을 ‘순위와 서열’에서 찾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이 당면한 사회 문제들에 한국만의 특별한 개혁 방식이 있어야 한다는 ‘한국식 해결법’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구조를 개혁해 학문을 위한 적합한 풍토를 일구어 내는 것이지, 글로벌 대학의 순위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는 아닌 것이다.

시장자본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문화자본은 다른 나라들의 것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교적 사상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가 전근대적이라는 것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식 시장적 자아와 충돌을 일으키는 한국인들의 착성겸(착함, 성실, 겸손)의 아비투스’를 저버리는 것이 이에 대한 대안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대학과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언급한 한국적 아비투스는 전근대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경제적이지 못하기에 열등한 것으로 평가된 경향이 있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이치나 논리에 합당하다는 것을 뜻하지, 단지 서구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의 전근대성은 서구의 가치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윤리적 병폐화 비합리성을 묵인하고 그 시스템을 오히려 강화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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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을 보고, 1편과 2편을 역주행하고 왔습니다. 주변국가인, 일본이나 중국도 미국유학을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유로 가는지 궁금합니다.

멋진 요약과 서평 잘 읽었습니다. 팔로우 신청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흥미로운 화제입니다.
꼭 다시와서 여유있을 때 제대로 읽어보겠습니다.
보팅누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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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