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아직도 가야 할 길_성장판 글쓰기 1편(자기소개서)

in #kr-boo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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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Less Traveled]

아, 나요?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음, 책을 좋아해요.
그런데, 책은, 좋아하는데 많이 읽진 않았어요. 하하.(민망)
그렇지만 책 냄새가 좋더라구요. 나무 냄새도 나고, 마른 낙엽 냄새도 나고, 아주 오래된 책은 곰팡내도 나잖아요. 가끔 책벌레라도 나타나면 한참동안 눈으로 책벌레를 쫒아다니죠. ‘저 책벌레는 정말 책을 먹는 걸까? 종이를 갉아먹는 걸 보고싶다.’ 생각하면서요. (한번도 본 적은 없죠. ^^) 책벌레의 먹는 모습을 포기할 때쯤이면 요놈의 벌레가 도망가 버린, 또는 내가 놓쳐버린 그 공간에서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 그곳에서 발견한 책을 좋아라하며 집어들었죠. 책벌레가 나에게 준 선물이야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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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아빠의 서가에 들어찬 세로줄로 된 빛바랜 노란책들 케케묵은 옛 책들이 좋았어요.
서가엔 어린이를 위한 책은 별로 없었어요. 그때는 다들 그랬잖아요. 어른들의 책. 그래도 아빠가 선생님이라서 고상한 박물관책이나 고대미술사진집, 세계문학전집이었는데, 어릴때부터 느낀 거지만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참 이상하고 야릇하더라구요. 하하하.
4학년 이전에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뒤적이고, 중고등학교 때 집안에 굴러다니는 마광수의 책등을 염탐하며 자랐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앞서 말한 그대로 책을 뒤적이거나 훑어보거나 책등을 염탐하기만 했어요. 진짜에요. (못 믿는다면 할 수 없죠 ㅜ ㅜ)

그러니까 나는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했어요.
솔직히 말하건대(이건 내 장점이죠) 책읽기를 열심히 했다기 보다는 책이 있는 공간에서 뒹굴거나 돌아다니며, 쓸데 없는 상상하기를 즐겨 했죠. 책읽기보다 책구경. 아마도 그게 내 본래 목적이었을 거에요.
그러다가 학교에서 하도 고전문학을 읽으라고 해서 추천도서를 한두 권씩 읽다가 충격에 빠졌죠. <갈매기의 꿈, 데미안, 좁은문, 부활, 폭풍의 언덕, 장미의 이름...> 같은 소설들 있잖아요.
‘아니, 이렇게 막장드라마 같은 소재로, 이렇게나 우아하고 고상한 말들로 한껏 포장해서 청소년들이 모르는 단어로만 꾹꾹 찍어서 읽으라고 권해주는 게 고전문학 따위란 말인가.’ 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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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기 가득한 청소년이었던 나는 고전문학에 대한 실망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꼈죠.
어려운 문장과 수사들에 머리가 어지럽긴 해도 이상하게 그건 또 그것대로 맛이 있었죠.
그리고 좀 아니꼽긴 해도 그런 문장들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고, 아련하게 심장속으로 파고들기도 하더라고요. 참 이상하죠? 스토리상으론 막장드라마가 틀림없는데 참 묘한 느낌이었죠. 게다가 어려운 책을 내가 읽어냈다는 쾌감, (그 알량한) 권위의 무게가 담긴 책을 내가 내 입맛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어떤 우월감 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흐흐흐. 청소년기에 잘 빠지는 오만과 편견이랄까나. 아니면 나르시시즘. ^^

사실 읽은 책 리스트 따위로 내세울 건 별로 없어요.
책 좋아한다는 사람치고는 별로 읽은 책이 없는(흠흠...) 편인데, 그래도 내 얼굴에 ‘책이 좋아요’라고 쓰였는지, 생긴게 책 같이 생겼는지, 간혹 지인들이 책추천을 부탁하곤 해요. “사실 나도 읽은 게 많지 않아서 잘 몰라.”라고 손사래를 쳐도 “당신이 책 좀 알잖아?”라고 되묻더라구요. 그럼 또 괜히 ‘내가 그런가’ 싶어져가지고설랑 잘 모르는 주제에 이 책 저 책 찾아보고 알려주곤 했지요. ^0^
아니면 상대방의 질문과 상관 없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을 무작정 알려주는 법을 택할 때가 더 많아요. (내맘대로 추천방법을 선호한다는 건 곧, 읽은 책이 별로 없다는 증거... ^^;;; )
읽은 책이 많진 않아도 재밌거나 좋아한 책은 어떻게든 말하고 싶어 하는 오지랖을 부리는 편이거든요.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빠져 있다면 보통은 흥분상태라서 주변 사람들이 잘 알아채곤 해요. 카톡이나 페북에 문장을 긁어올리며 감탄하지요.
‘아, 이렇게 멋진 문장을, 이렇게 좋은 생각을 어떻게 끌어 내는 걸까.’
그렇게 또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한동안 새벽에 잠을 자곤 하지요.
(감동이 출렁거리면 잠이 잘 안 오잖아요. 머릿속이 마구 흔들리기도 해서요. 이건 책읽기의 단점이라고나 할까요.)

책 좋아라하고, 도서관에 잘 다닌다고는 하지만, 많은 책을 읽진 못한 터라 왠지 떳떳하지 못한 마음, 켕기는 마음이 있었어요. (많이 읽는 것만이 아주 중요하진 않다고 해도 말이죠.) 몇 년 전부터 동네에서 책모임을 알게 되었고, 책읽고 나누는 즐거움도 만끽했어요. 그리고 조금씩 책과 책읽기 자체에 대한 욕심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느꼈죠.
그리고 책에 대한 나의 설렘, 설레발질(?)을 카톡이나 페북에만 끄적거리기엔 좀 아깝다 싶었어요. 정말 즐겁게 읽은 책에 대한 내 느낌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자꾸 커져만 갔죠.
<제대로 기록하고 싶어. 대단한 기록은 아니어도 차곡차곡 쌓고 싶어.>

그리고 성장판을 만났습니다.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https://brunch.co.kr/@growthplate/1

첫글은 자기소개가 되었군요.
요약하면 나는 책과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책고수는 아니지만 책구경과 책이야기 나누기, 책관계 맺기를 참 좋아합니다.
책 한권에 꽂히면 세상에 이런 책은 처음이야라는 식으로 흥분하길 좋아합니다.
그런 책이 또 매번 바뀝니다. ^^
그리고 책 읽고 나면 끄적거리며 좋았네 싫었네 푸념하며 글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앞으로 글쓰기는 마흔 넘어서 다시 책 좀 잡게 된 근간의 책읽기에 대한 리뷰,
또는 내 생활이 들어간 독서일기를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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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 할 독서일기 리스트>
나의 꿈 사용법
아직도 가야할 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워터십 다운의 열한마리 토끼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
몸의 일기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마흔이 되었다
오이 대왕
내가 나인 것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보시다시피 나의 책취향은 어린이책, 심리학, 종교일반입니다.
혹시 댓글에 읽은 책에 대한 호감을 달아주시면 호감도 높은 책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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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팀잘봤어요
팔로우하고갑니다
자주소통해요~

넹... 저도 팔로우할게요. 고맙습니다.^^

반가워요. 격하게 환영하니다~~ 앞으로의 독서일기 기대할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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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독서일기 기대됩니다~~^^

재미는 보장 못하고, 열심히는 씁니다. ^^ 댓글 고맙습니다.

캑! 제목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책도 있고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네요..ㅠ.ㅠ 에궁!!!장문의 멋진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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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전 중학교 때 읽었던 갈매기의 꿈은 지금 읽어도 조나단의 포기를 모르는 모습에 용기를 얻고는 합니다.
책이 있는 공간은 참 좋은거 같아요....하지만 책벌레는 ㄴㄴ~

책벌레는.. 그렇죠. ㅎㅎㅎ

환영해요. 맞팔하고 갑니다.

땡큐 베리 감사^^

반가워요.독서일기 궁금합니다.^^

아, 이런 나도 내가 쓸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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