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10 봉순이 언니

in #kr-book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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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말했다. <봉순이 언니>를 쓰고 나서 넌 아마 적어도 5년 동안은 소설을 쓰지 못할 거야. 무심히 흘려버린 그 말이 떠올랐다. <봉순이 언니>를 발표하고 5년이 다 지난 올해서야 겨우 소설을 끼적이기 시작한 걸 보면 그 친구의 예언이 밉고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시, 앞으로 또 5년을 쓰지 못한다 해도, 나는 <봉순이 언니>가 신기하고 자랑스럽다.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아니라, 1960년대의 내 가족, 내 동네, 우리 서울과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불러낸 노래들이었고, 나는 다만 운이 좋아 그것을 기록할 영광을 얻었을 뿐이니까.

당신이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 사람 안에 있는 당신의 한 부분을 미워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자신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결코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고. 나는 이제 봉순이 언니 같은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더도 덜도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가여운 영혼들, 오늘 밤 이곳 운교리에 뜬 별처럼 실은 소중하고 경이로운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이 여름 내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_작가의 말에서

_공지영, 봉순이 언니


처음으로 접하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이다. 예전 몇 번이나 작가의 소설을 읽으려 했지만 한 두 차례 시기를 놓치자 영영 그 기회를 잃어버린 것처럼 접하기 어려웠다. 얼마 전 산본 알라딘에 방문하면서 이번에야 말로 읽어보리라 마음먹고 구입한 책이었다.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 식모로 함께 살았던 봉순이 언니 이야기를 작가의 회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기구한 운명의 봉순이 언니에 대해 화자는 6살 짱아의 시선과 감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안쓰러운 봉순이 언니의 삶도 삶이지만 6살 때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작가의 기억력에 더 놀랐다.

작가의 책들 중 굳이 봉순이 언니를 선택한 건 오로지 제목 때문이었다. 봉순이 언니. 무언가 따뜻하고 서정적인 책일 것만 같은, 그런 순박한 제목. 하지만 그건 나만의 바람이었는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넘기자 흡사 전쟁이 끝난 후 찾아오는 공허함처럼 가슴이 뻥 뚫린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그녀가 살던 동네를 서정적으로 풀어내지만 종반에 가서 봉순이 언니의 기구한 삶을 이야기할 때 즈음 그녀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구렁텅이에 동화되어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화자인 짱아의 감정 변화에 따라 내 기분도 덩달아 널뛰었다. 짱아가 슬퍼할 때 나도 함께 슬퍼했고 짱아가 웃었을 땐 나도 웃었다. 묘사도 뛰어나 책을 손에 잡을 때마다 마치 나도 아현동에서 짱아와 함께 봉순이 언니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처럼 몰입해서 읽었다. 빠른 시일 내에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 봐야 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신다면 개정판 작가의 말을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그곳에 봉순이 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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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chocolate1st님 안녕하세요! 황홀한 @bree1042님이 너무너무 고마워 하셔서 저도 같이 감사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쏘쿨한 하루 보내시라고 0.2 SBD를 보내드립니다 ^^

안녕 멍뭉이. 감사합니다. 불이님. :)

스팀잇 동지들에게

이 편지는 많은 활동에 지쳐있는 스팀잇 동지들에게 구원과 희망을 주기 위하여 @jack8831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행운의 편지'와 달리 이 편지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냥 편지를 본 순간부터 7시간 이내 잠깐 짬을 내어 복사한 편지를 이웃 7명에게 각각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이웃분에게 진심을 담아 풀보팅도 해주시구요. 당신이 올린 댓글엔 때로는 감사의 풀보팅이 선물될 것이고 당신은 그저 댓글 보상을 파워업하기만 하면 됩니다. 잊지 마세요, "7시간 이내, 그리고 이웃 7명의 포스팅 댓글"

추신 : 저도 이 포스팅을 올리고서 7명의 이웃에게 풀보팅과 함께 편지를 보냈답니다.

연어(@jack8831)로 부터..받아 @woolgom@chocolate1st 님의 모든일이 잘되길 바라며 보냅니다.

제 존재가 너무 미미해서 풀보팅을 해도..ㅠ
모든 일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잘 받았습니다.울곰님도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가지시길 바라며. :)

봉순이... 참 정감이 가는 책제목이군요. 읽어보진 않았지만 따뜻한 내용의 소설일거란 생각이 드는데, 아닌가보군요. 서점 가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있을려나 모르겠네요^^

안녕하세요. sonsie님. :)
말씀대로 제목은 정감가고 따뜻해 보이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그리 따뜻하지 않아요. 봉순이 언니의 삶이 기구해서 그런가 중후반부 갈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더라고요. :)
공지영 작가는 유명하시니까 서점에 가서도 있을 거 같아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0^

소설인 줄 알았더니 회고록(?) 같은 느낌이군요. 아니면 실제 겪은 일에 상상을 가미해서 소설화시켰나요?
저도 공지영 책은 많이 읽지 못했어요.
이런 공감가는 리뷰 써주셔서 @감사해요

네. 회고? 자서전? 비슷한 느낌이에요. 게다가 처음부터 단행본으로 나온 줄 알았는데 신문에 먼저 연재 됐었던 걸 묶은 거더라고요. :)
60년대 느낌이 굉장히 잘 살아나는 책이었답니다.

오늘도 방문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오늘 하루도 행복하셔요~

Great post and very informative. @chocolate1st Have learnt a lot from it.

정말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었는데요..
책내용이 가물가물해져서.. 다시 한 번 꼭 찾고싶은 책이네요.^^

많은 분들이 예전에 읽으셨던 거 같더라고요. :)
다시 한 번 읽어도 분명 재밌게 잘 읽히실 거 같아요. ^-^

아, 생일은 잘 보내셨는지요? :) 오늘도 생일만큼 행복한 하루 되셨길 바라겠습니다. ^0^

봉순이언니.. 추억 속의책이네요ㅎ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지금 다시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올것 같아서 다시한번 읽고싶어져요ㅎ 리뷰 감사해요!

아무래도 이 책은 저만 안 읽었던 모양이에요. :) 예전에 보니까 느낌표 같은데도 나와서 유명했더라고요. 술술 읽히는 게 재밌는 책이었답니다. ^-^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셔요 다영님! ^0^

공지영 작가의 사적인 활동들은 좀 공감이 안 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만, 봉순이 언니부터 시작해서 도가니,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가라 등 여러 작품들이 공감이 많이 가더라구요. 아마 제가 페미니즘?이라 해야하나, 여성의 불평등한 상황들에 대해 조금씩 인식을 하게된 것이 봉순이언니를 읽고나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중학생 시절 읽었을 때도 좋은 책이었으니 지금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네요.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

아 공지영 작가의 책을 또 읽으실 거라면 "무소의 뿌러럼 혼자서 가라"추천드립니다! 공지영 작가의 자전적인 내용을 세명의 여성 화자로 분리되어 진행해나가는 책인데, 거의 20년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ㅎㅎ 아마 @chocolate1st님도 좋아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저도 이 책 다 읽고 잠시 작가에 대해 알아보는데 정말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분이시더라고요. :)
안그래도 빔바님이 추천하시는 무소의 뿌러럼 혼자서 가라도 읽어볼 예정이랍니다. 영화로까지 제작됐다고 하니 기대가 되더라고요. 거기에 빔바님도 추천하시니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

오늘 하루도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하루하루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소 실천에 옮기시려는 빔밥님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답니다. ^-^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바쁘시더라도 끼니 잊지 마세요. ^0^

저도 오랜만에 예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에서 이 책을 선택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책장 어딘가에 꽂혀있을 봉순이 언니... 오늘 다시 만나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길마님. :)
역시나 읽어 보셨군요. 리뷰를 올리고 나서 보니 많은 분들이 이미 읽은 책이었더라고요. ^-^

방무해주셔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0^

나온지 좀 지나서 그렇겠죠.
네네 자주 소통하고 책 얘기도 많이 들려주시고해요^^
행복한 저녁되세요!!

공지영 자서전적인 소설인가요?
부끄럽지만 그동안 저는 전공서적만 읽었었는데 ㅠㅠ요즘 스팀잇 하면서 소설을 다시 읽게 되었네요 ㅎㅎㅎ

봉순이 언니.. 저의 큰 언니랑 한글자 같은 이름을 쓰네요.ㅎㅎㅎㅎ
쵸코님께서 몰입해서 읽으셨다고 하니 ^^ 리스트에 넣고 읽어봐야 겠네요..
저 아직 구덩이도 못 읽었어요 ㅠㅠ
그나저나 강조를 하시니 개정판 작가의 말이 궁금해 지네요…^^

쵸코님~ 아름다운 책 소개 진심 감사해요.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은 더 많이 많이 행복하세요~

네. 작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라 보면 좋을 거 같아요. :)
책은 원래 쌓아 두고 읽는 거니까 리스트 왕창 작성하시고 천천히 읽으시면 금방 읽으실 거예요.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내일은 행복 넘치는 하루가 될 거 같아요. 그래서 해피님에게도 제 행복 나눠 드릴테니 함께 행복한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좋은 밤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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