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흰 -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 (맨부커상 운영위원회)

in kr-book •  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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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megaspore님과 '채식주의자'란 책을 이야기하다가 떠오른 책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다른 글도 읽어봐야지 하며 적어놓았던 책.
이 책도 이!제!서!야! 읽었다.ㅠㅠ

이 책은 많은, 아니 깊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작가가 써내려가는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문장들을 그리게 된다.
딱히 '절묘한 묘사'랄 것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이 책에는 '곰곰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글을 읽으면 '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그리게 된다.
그래서 책에 대한 느낌을 적확한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 머릿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진 그림 같아서....

떠오르는 영상을 곰곰이 되짚던 책이다.
그래서 틈틈이 들여다볼 것 같다.^^

도서정보 -



책갈피.png



이 단어들로 심장을 문지르면 어떤 문장들이건 흘러나올 것이다.
그 문장들 사이에 흰 거즈를 덮고 숨어도 괜찮은 걸까.


해오던 일을 모두 멈추고 통증을 견디는 동안,
한 방울씩 떨어져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고립이 완고해질수록 뜻밖의 기억들이 생생해진다.



안개….
목소리까지 하얗게 표백해주는 저 물의 입자들 틈으로,



오래된 아랫부분과 새것인 윗부분을 분할하는 경계,
파괴를 증언하는 선들이 도드라지게 노출되어 있다.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 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구름 뒤에 달이 숨는 순간 구름은 갑자기 하얗고 차갑게 빛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빛나는 물은 깨끗한 물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주 잊었다.
자신의 몸이(우리 모두의 몸이) 모래의 집이란 걸.
부스러져왔으며 부스러지고 있다는 걸.
끈질기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묵은 고통은 아직 다 오므라들지 않았고
새로운 고통은 아직 다 벌어지지 않았다.



반추할 수 없는 건 미래의 기억 뿐이다.



자신을 버린 적 있는 사람을 무람없이 다시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그녀가 삶을 다시 사랑하는 일은 그때마다 길고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했다.


부서지지 않았다고 믿으면 더이상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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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똑같은 말을 똑같지 않게 하는... 능력....... 저도 그렇게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어요.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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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글을 쓰기가 참 더럽게도 어려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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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더럽게 힘듭니다 ㅎㅎ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자근자근 음미하시네요.
곧 칼리스트님도 멋진 작품 출간하실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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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되면 시골에 틀어박혀 책만 읽다가 작품을 써볼 욕심은 있습니다.ㅋㅋ (결국 안 쓴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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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꾸고 있는 동안엔 즐겁자뉴....

단어로 심장을 문지른다....
이런 표현력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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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kiwifi님의 글도
"이런 표현력이 있나" 싶을 때가 있어요~~~ (가끔)~ㅋㅋㅋ

저 같은 흙손은 글이 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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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력 정말 장난 아니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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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저 같은 문리로는 도저히~~

글을 보니 희랍어시간 이랑 비슷한 느낌일거 같아요. 한강 작가의 글은 약간 몽환적이예요. 그래서 읽다보면 내가 꿈을 꾸는건가 착가을 할 때가 있죠. 흰.. 이라니 제목마저도 한강 작가 다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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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을 꾸는건가 착각

적절한 표현 같아요.^^

작가 한강이 바라보는 '흰' 것에 대한 글입니다.
북키퍼님도 좋아하실 듯~!

개인주의자 선언 벎서 다 읽으셨어요~?
저는 아직 좀 남았는데 ㅎㅎㅎ 다읽으면 이책도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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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포스팅 올렸었잖아요~~~ㅎㅎㅎ
오늘은 제법 선선하네요. 남은 주말도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