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45. 원더 by R. J. 팔라시오 - 넌 감동이었어

in #kr-book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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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평범한데, 너무나 다른


여기 한 소년이 있다. 10살. 스스로 자신을 너무나 평범한 소년이라고 생각하는. 그렇지만 그는 남들과 너무나도 다르다. 왜냐고? 만일 그가 그렇게 평범했다면 아이들이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울음을 터뜨린다거나 도망가지는 않을 테니까.

사실 얼굴 빼고는 자신의 모든 게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어기(Auggie)는 선천성 얼굴 기형이다. 책에서는 처음에는 그의 모습을 잘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 묘사를 하던간에 당신의 상상보다 더 이상하고 끔찍할 것이므로. 그래도 뒤에 나온 묘사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눈은 보통 사람들보다 아래에 달려있다. 그나마도 양옆이 축 처져있고, 그것도 두 눈이 짝짝이다. 입과 턱은 (수차례에 걸친 재건 수술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아서 음식을 잘게 잘라서 먹어야 한다. 먹을 때 입밖으로 음식물이 튀어나오는 건 예사. 그나마 어릴 때는 혀를 입안에 넣는다거나,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지금은 (각고의 노력과 여러번의 수술 끝에) 혀를 입안에 넣고 다물 수 있게 됐다. 귀는 없다. 아니, 있다. 난청이긴 하지만 들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귓바퀴라던가 우리가 생각하는 '귀'의 모습은 없다. 그저 살이 잘못된 밀가루 반죽처럼 흔적만 남기고 있다. 눈 아래와 볼은 주름진 할아버지처럼 아래로 겹겹이 처져 있다. 그를 처음 본 아이들은 그가 괴물 마스크를 쓴 줄 알고 기겁을 한다.

그렇다. 그는 이런 얼굴 기형 때문에 평범해지고 싶어도 평범해질 수가 없었다.


과연 '학교'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동안 어기는 집에서 홈스쿨링을 했다. 어차피 수십차례가 넘는 수술들 때문에 학교를 다니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도 이제는 10살. 다른 아이들이라면 5학년에 올라가게 된다. 어기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는 5학년부터 중학교에 다니게 된다.

어차피 그를 평생 집안에서 키울 수 없으니, 그도 사회생활을 해야 할 테니, 이제 웬만한 큰 수술은 끝났으니, 다른 5학년들도 중학교에 새로 입학하는 거니, 어기의 부모님은 어기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한다.

부유한 아이들이 다니는 뉴욕의 명문 사립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어기. 과연 그는 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이 너무나 좋았던 이유는 단지 어기의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어서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어기의 부모님, 모든 생활이 어기에게 맞춰져 있다는 게 화가 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데 죄책감도 드는, 너무나도 착한 어기의 누나 비아, 낯선 어기와 친해진 친구들, 낯선 어기를 괴롭히는 친구들, 친구들의 압력 때문에 어기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친구들. 그들 각각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들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면서, 나의 행동도 반추해보게 된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비단 얼굴 기형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우리와 모습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피부색이 다르거나 부모님의 국적이 다를 수도 있다. 성적인 취향이나 정치적인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다를 수도 있다. 그런 모든 사람들과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까?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 말이다.


넌 감동이었어


책을 굉장히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스핀오프격인 Auggie and Me 라는 책도 읽었다. 어기의 친구들이 주인공인 책이다. 그리고 내친 김에 Wonder를 원작으로 한 영화 <원더>도 봤다. 이 영화 평도 굉장히 좋다. 그런데 이미 책을 읽은 내게는 영화보다 책이 백만배쯤은 더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이래서 영화평을 못 쓴다. 거의 모든 영화평의 결론이, 영화는 이랬지만 책이 훨씬 좋다, 가 돼버려서..)

주인공의 성격이 무척 쾌활하고, 기본적인 책의 분위기도 가볍다. 절대 무겁고 음울한 책이 아니다. 재미와 감동의 도가니를 맛보고 싶다면 그건 바로 이 책, <원더>이다.


나를 깨우는 말들



1.

The only reason I’m not ordinary is that no one else sees me that way.
내가 평범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아무도 날 평범하게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기는 평범한 애다. 근데 아무도 그를 평범한 애라고 봐주지 않는다. 얼굴 때문에. 그래서 그는 할로윈을 좋아한다. 다른 애들처럼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분장을 하면, 남들처럼 그도 얼굴을 가리면, 그는 평범한 애가 된다. 1년에 딱 하루, 평범한 소년이 된다.

2.
학교에서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어기는 학교에 다시는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어떤 일이냐고? 글쎄, 너무나 많아서. 일단 가장 쉬운 것부터 언급하자면, 학교에서는 아무도 어기와 닿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깨를 스치든, 손이 맞닿든. 만일 어기와 우연히라도 팔이 스쳤는데 재빨리 손을 물로 씻지 않으면 병균이 옮는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불가촉천민.

“You have to go back to school. Everyone hates school sometimes. I hate school sometimes. I hate my friends sometimes. That’s just life, Auggie. You want to be treated normally, right? This is normal! We all have to go to school sometimes despite the fact that we have bad days, okay?” “Do people go out of their way to avoid touching you, Via?” he answered, which left me momentarily without an answer. “Yeah, right. That’s what I thought. So don’t compare your bad days at school to mine, okay?” (p. 36).

"학교는 다시 나가야지. 누구나 가끔은 학교 가기 싫어해. 나도 때로는 학교가기 싫어. 가끔은 친구들도 싫고. 원래 삶이란 게 그래, 어기. 너 보통 애들처럼 대우받고 싶어했잖아. 보통 애들은 다 이래.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다 가야만 한다고. 알겠어?"
"누나, 사람들이 누나랑 닿는 걸 피하려고 무진장 애쓰고 그래?" 동생이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난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 아니겠지.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누나가 말하는 학교에서의 안 좋은 일과 내가 말하는 학교에서의 안 좋은 일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알았어?"

3.
잭과 어린 동생 제이미, 그리고 베이비시터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우연히 어기 가족을 보게 된다. 어기와 그 누나와 엄마. 아직 사리분별을 못하는 어린 제이미는 기형적으로 생긴 어기의 얼굴을 보고 뭔가 말을 하려하고, 제이미가 안 좋은 말을 할까 걱정된 베이비시터는 황급히 그 자리를 뜬다. 하지만 어기가 싫어서 자신들이 자리를 피했다고 그 엄마가 생각할까봐 마음이 안 좋은 베이비시터.

“Just getting up like that, like we’d just seen the devil. I was scared for what Jamie was going to say, you know? I didn’t want him to say anything that would hurt that little boy’s feelings. But it was very bad, us leaving like that. The momma knew what was going on.” “But we didn’t mean it,” I answered. “Jack, sometimes you don’t have to mean to hurt someone to hurt someone. You understand?” (p. 43).

"그냥 그렇게 황급히 자리를 뜨다니. 마치 우리가 악마라도 본 것처럼 말이야. 그렇지만 제이미가 혹시라도 말실수할까봐 겁이 났어. 그 남자애 마음을 다치게 할 만한 말을 할까봐.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갑자기 자리를 뜨는 건 나쁜 행동이었어. 그 엄마는 우리가 왜 갑자기 일어났는지 다 알았을 거야."
"하지만 우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요." 내가 대답했다.
"잭, 가끔은 누군가를 일부러 마음아프게 하려고 맘먹지 않아도 그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4.
제이미는 엄마에게 어기의 얼굴 기형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었다. 자기가 전에 어기 얼굴을 보고 좀비라고 생각해서 무서워했다는, 그래서 악몽까지 꿨다는 이야기. 하지만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어기 앞에서 비명을 지르고 도망갔다는 얘기를 듣고 아들을 혼내는데.

“He gave me a nightmare!! Remember, Mommy? That nightmare about the zombies from last year?” “I thought that was from watching a scary movie!” answered Mom. “No!” said Jamie, “it was from seeing that kid! When I saw him, I was like, ‘Ahhh!’ and I ran away.…” “Wait a minute,” said Mom, getting serious. “Did you do that in front of him?” “I couldn’t help it!” said Jamie, kind of whining. “Of course you could help it!” Mom scolded. (p. 44).

"그애 때문에 악몽까지 꿨다고요! 엄마, 기억나요? 작년에 좀비 악몽 꿨던 거?"
"난 그게 무서운 영화를 봐서 악몽 꾼줄 알았지." 엄마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제이미가 말했다. "그애를 보고 악몽을 꾼 거라고요. 걔 얼굴을 본 순간 내가 으아악~~! 비명을 지르고 막 도망쳤어요."
"잠깐만." 엄마가 갑자기 심각하게 말했다. "그애 앞에서 비명을 지르고 도망갔다고?"
"어쩔 수 없었어요." 제이미가 칭얼거리듯 말했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어쩔 수 있지!" 엄마가 그를 혼냈다.

5.

Now that I look back, I don’t know why I was so stressed about it all this time. Funny how sometimes you worry a lot about something and it turns out to be nothing. (p. 66).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왜 이거에 대해 그렇게 스트레스 받아했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엄청나게 걱정하던 것이 막상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기도 한다. 참 웃기다.

6.

“There are always going to be jerks in the world, Auggie,” she said, looking at me. “But I really believe, and Daddy really believes, that there are more good people on this earth than bad people, and the good people watch out for each other and take care of each other. Just like Jack was there for you. And Amos. And those other kids.” “Oh yeah, Miles and Henry,” I answered. “They were awesome, too. It’s weird because Miles and Henry haven’t even really been very nice to me at all during the year.” “Sometimes people surprise us,” she said, rubbing the top of my head. (p. 86).

"어기, 세상에는 항상 못된 사람들이 있을 거야." 엄마는 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이 세상에는 못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믿어. 그리고 좋은 사람들은 서로를 지켜주고 돌봐준다고 믿고 있어. 잭, 에이머스, 그리고 다른 애들이 네 곁에 있어줬던 것처럼."
"네. 마일스랑 헨리도요." 내가 대답했다. "정말 끝내줬어요. 근데 좀 이상하기도 해요. 마일스랑 헨리는 1년 내내 나한테 좀 안 좋게 대했었는데."
"가끔씩 사람들은 우리를 놀래킨단다." 엄마가 내 머리 위를 문지르면서 말씀하셨다.

이 외에도 옮기고 싶은 주옥같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지만, 다 적을 수가 없다. 다만,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책이 아니라면 영화라도.



제목: 원더
저자: R. J. 팔라시오
원서 제목: Wonder
특이사항: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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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라도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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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영화평도 아주 좋아요.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 엄마 역할로 나와요.

원더 아주 재밌을 것 같네요. 이것도 아주 명 문장입니다. Funny how sometimes you worry a lot about something and it turns out to be nothing. 리뷰 글 감사합니다~

좋은 문장이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불이님의 글이라 영어를 먼저 읽게 되네요.ㅋㅋㅋ

ㅎㅎㅎ 해석은 잘 되시나요? 300 페이지가 넘어서 조금 길긴 한데, 미국 초등 5, 6학년 수준이에요. 영어 잘하시니까 나중에 도전해봐도 좋을 거 같아요. :)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봐야겠네요.ㅋㅋ

불이님 글은 모든 글이 다 좋지만 특히 책 리뷰가 좋은 것 같아요.
읽고 있다보면 어머 이건 꼭 읽어야돼란 마음이-

제가 어기의 주변인이었다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어느 순간 어기의 진면목을 발견했다면 그냥 어기 그 자체로 볼 수 있지도 않았을까. 그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릴 지 알 수 없지만.. 제가 어기라면 정말.. 어떨 지 전혀 모르겠어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도 있잖아요. 타 인종이건, 장애인이건. 그래서 더욱 함께 섞여 살아야하는 거 같아요.

도입부 보고 슬픈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도 용기와 희망이 있는 책인가보내요!
장애를 가지신 분들에게 편견없이 대해야겠습니다^^

네. 읽고 나면 주위 사람들에게 더 친절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에요. 용기와 희망도 있고요.
영화도 재미있어요. 보시고 영화평 써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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