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40. 사극으로 읽는 한국사 by 이성주 - 골라먹는 디저트 한국사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book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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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이 없을 땐 역시 컵케잌


흔히 역사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기에 역사책일수록 "재미있는" 이라든가, "한 눈에 보는", "쉽게 알려주는", "만화로 보는" 등의 단서가 붙는다. '이 책은 그렇게 지루하지 않으니까 좀 읽어 봐'라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읽은 <사극으로 읽는 한국사>는 독자의 흥미를 확 끌어당길 수 있는 책이다. 한국사를 사극으로 읽는다고? 내가 엊그제도 텔레비전에서 봤던 바로 그 사극?

이 책에서는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육룡이 나르샤>, <관상>, <음란서생> 등 모두 25편의 사극 드라마와 영화를 소재 삼아 한국의 역사를 풀어나가고 있다. 각 사극에 얽힌 소재에 따라 공녀의 삶, 내시, 중전 간택, 조선의 감옥 등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한국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하나씩 예쁘게 포장된 컵케잌을 꺼내 먹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역사를 지루해할 사람이라도 책을 집어들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밥맛이 없을 땐 역시 컵케잌이지.



출처: 북이오


컵케잌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는 법


컵케잌은 맛있기는 하지만 느끼하고 달아서 많이 먹기도 힘들뿐더러, 한번 먹고 나면 다음 끼니에는 저절로 청국장이 생각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지만 거기가 한계다.

읽은 내용이 재미있어서 궁금하고, 더 많이 알아보고 싶은데, 거기에서 딱 멈추고 다음 컵케잌으로 넘어간다. 그 내용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다면 다른 책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사극의 내용과 해당 챕터의 소재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마치 그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억지로 사극을 서두에 꺼낸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불멸의 이순신> 편에서는 이순신이나 임진왜란에 대한 얘기를 더 들려줄 것 같았지만 도자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음란서생> 편에서는 서책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왕의 목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차피 사극의 내용을 다루는 게 아니라 초반부에 이런 드라마가 있다고 잠깐 언급만 하는 정도라, 사실 드라마와 챕터의 내용이 크게 상관없기는 하지만.

또한 작게 포장된 컵케잌처럼 각각의 소재가 나뉘어 있다 보니 역사를 통시적으로 훑어주지 못한다. 역사란 사건의 흐름이고 많은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서 일어나는 일인데, 이 책을 읽으면 단편적인 지식만 얻게 될 수 있다. 하긴, 컵케잌으로 배울 채울 수는 없겠지.


한번은 먹을 만한 별식(別食)


역사에 대한 통시적인 고찰이나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이들, 본격적으로 역사의 만찬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역알못(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역사는 지루해족(族)'에게는 역사에 대한 흥미를 갖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오늘의 별식(別食) 정도로는 권할 수 있겠다.



나를 깨우는 말들



1.

왕자의 인성교육은 어떻게 시켰을까? 왕자의 인품을 위해 왕자에게도 친구를 만들어줬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때마침 중종이 원자 (元子 : 아직 세자에 책봉되지 않은 왕의 맏아들) 를 낳고 보니 신하들의 마음은 더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중신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미래의 왕이 왕다운 인성을 가지길 원했고, 그러기 위해 어떤 식으로 교육시킬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조광조 (趙光祖) 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바로 왕자에게 친구를 붙여주자는 생각이었다. 공부만 하다 보면 세상 물정을 모를 수 있고, 또래문화를 익히지 못해 사회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친구를 사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2.

잘 알지 못했던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멀리 중국에 볼모로 잡혀가서 중국 왕실의 홀대를 받으면서도 농사를 지으며 자립에 애썼고, 함께 잡혀온 조선의 국민들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얘기에 뭉클했다.

당시 심양의 물자 부족 사태는 심각했는데 세자빈 강씨는 이를 기회로 청과의 무역을 실행하게 된다 (이 무역으로 심양관의 경제적인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다) . 이후 인조 19년인 1641년 명나라와의 전쟁으로 식량부족을 겪게 된 청 조정에서 자급자족하라고 하자 강씨는 바로 자급자족 체제로 들어간다. 당시 심양관의 관리들은 이렇게 농사를 짓다 보면 영원히 조선에 못 돌아갈 수도 있다며 농사짓기를 반대했으나 강씨는 농사짓기를 강행한다.


강씨는 농사로 지은 이득을 더 큰 목적에 사용한다. 농사와 무역으로 얻은 이익으로 조선인 노예들을 속환시킨 다음 한인 노예 대신 농사를 짓게 했던 것이다. 농사라면 조선 사람 아니던가? 유목민족이 어려워하는 농사를 조선인들은 손쉽게 지었고, 영농사업은 계속해서 번창했다. 이익이 늘어날수록 경작하는 토지와 속환되는 조선인 노예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이제 심양관 앞은 노예들의 울음이 아니라 국제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세자가 볼모 생활을 끝내고 조선으로 돌아갈 때 심양관에는 4,700석의 곡식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강씨의 경영수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제목: 사극으로 읽는 한국사
저자: 이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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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마션 by 앤디 위어 - '지구인'을 그리고 있는 '화성인'

37. 책도둑 by 마커스 주삭 - 모든 것은 책 속에 있다. 희망도, 길도, 구원도.

38. 알고리즘 행성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 by 제바스티안 슈틸러 - 게으름의 미학, 알고리즘.

39. 축복받은 집 by 줌파 라히리 -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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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지만 왜 한국사는 보기 싫은 걸까요. 저 멀리 지중해 주변 역사가 저는 흥미롭습니다. 컵케잌도 편식하고 있는 거네요.ㅎㅎ

지중해 주변 역사도 재미있죠. 저도 유럽, 지중해쪽 역사만 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사맛으로 한번 먹어봤답니다. :)

역사의 중요성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크게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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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역사가 재미도 있고, 가르침을 주는 것도 많더라고요.

역시 독서광이십니다~ 가즈앗!!! ㅋ

신 6부작을 읽으시는 분도 계시잖아요. :)

편안한 시간되세요:]

고맙습니다. 씨네님도 즐거운 한 주 시작하세요!

제겐 한국사 참 읽기 힘든데
컵케익 둔갑해도 읽을까 말까입니다.
요약된 인상깊은 부분만 블로그로 읽으니
재밌습니다.
세자빈 강씨 이야기는 인상깊네요
전통 CEO 스토리 같이..

한국사가 어려우시면 컵케잌이 제격이죠.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나 만화도 있고요. 저도 상대적으로 한국사에 약해서 책을 더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는 저도 잘 몰랐던 이야기라 인상깊게 읽었답니다.

진짜 저 같은 역알못에게는 도움이 될수 있겠습니다.

저도 한국사를 잘 몰라서 쉽게 접근하려고 고른 책이랍니다.

중국에서도 삼국지의 조조는 아들들에게 친구를 여럿 붙혀주었었죠 ㅎ
그런데 그 친구들이 너무 깝치는 바람에 참수형을;;:
여하튼 재미있어 보이는 책입니다~!!!


@bree1042님 곰돌이가 2.0배로 보팅해드리고 가요~! 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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