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없는 책 / 언어의 온도

in #kor7 years ago

 

베스트셀러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별로인 책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잘 선택해서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주로 베스트셀러를 읽는 편인데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실패 확률이 낮다. 

내가 읽었던 베스트셀러들은 재미있고 배울점도 많았다.  

두 번째는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지 몰라 

방황할 때 고민할 시간을 덜어줘서 좋은 것 같다.  

일단 찍어서 읽으면 된다. 

세 번째는 여러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보통 자기 기호에 맞는 장르의 책들만을 읽게 되는데  

베스트셀러를 읽게 되면 여러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고 

그만큼 다방면으로 앎이 늘어간다고 해야할까?  

어려운 장르의 책을 완독하고 나면  

뭔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함도 든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언어의 온도’ 이 책이다. 

 

사실 이 책에는 정말 좋은 내용들이 많은데.. 

다 담기에 부족해..간단한 내용만 소개해 볼까한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울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呼出 한다.  

공감이 가는 글귀였다.  

나는 비가 오거나 그냥 먹을 것이 없으면 김치부침개를 해 먹는다.  

내가 어렸을 적 아빠는 내가 먹고 싶다고만 하면 

김치부침개를 많이도 부쳐주셨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항상 흐믓해하셨다.  

임신을 했을 때도, 내가 눈 수술을 하고 누워있을 때에도  

어김없이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부침개를 해서 갖다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김치부침개를 좋아했다기 보다는  

아빠가 해줬기에..아빠의 정성이 들어갔기에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언가를 계속 먹고 싶다는 건  

단순히 그 음식이 먹고 싶다기 보다는  

그 음식에 뿌려진 조미료 같은 추억도  

함께 먹고 싶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 먹느냐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안좋은 추억이 있었다면 

다시는 그 음식을 먹고싶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는 ’아픈‘’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했다.
그래서일까. 진심어린 사과에는 ‘널 아프게 해서 나도 아파’라는 뉘앙스가 스며 있는 듯 하다.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다.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다...

sorry에 그런 유래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읽으며 마음을 툭 건드린 글귀라 적어본다.  

상대방을 아프게 해놓고 내맘 편하자고 내 뱉은 말을 

사과라고 말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본다.


어제는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몇몇 언어학자는 사람, 사랑, 삶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본류本流를 만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세 단어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파생했다는 것이다.
세 단어가 닮아서 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중략) 사람이 사랑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바다가 있다.
어떤 유형이 됐든, 깊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떤 자세로 노를 젓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건너고 있는지
살면서 한 번쯤은 톺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번쯤은.

* 톺아보다_‘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며 찾다’라는 뜻을 지닌 우리말. 

톺아보다 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만 너무 예뻐서 기억하고 싶어졌다.   

마음을 글로 표현하다보면 적절한 단어, 

더 예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런 단어 하나면 무미건조한 글도 반짝 빛나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한번 이 단어를 꼭 써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다른 책들과 좀 다르게 

한손에 착 잡히는 작은 사이즈가 맘에 든다. 

그리고 제목 또한 마음에 들었다.  

제목만 봤을 땐  하명희의 ‘사랑의 온도’처럼 

사랑에도 온도가 있듯이 언어에도 온도가 있는가보다 생각했다.  

단순히 ‘이런 식으로 말하면 차가움을, 

이렇게 말하면 따뜻함을 주는 언어다.‘라고 이론적으로 설명을 할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언어의 따뜻함만을 보여주고 있다. 

@skt1님이 말했던 한글이 주는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읽는 동안에도 무척이나 가슴뭉클해하며 따뜻하게 읽었지만 

읽은 후에도 참 여운이 남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말해! 뭐해?(태양의 후예OST)~  

정말 말이 필요없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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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선생님. @holic7 님 ^^

지난 밤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잠들어 버려서, 오후의 짬을 이용해 자~ 이제 밀린 Feed를 읽어 볼까 했습니다~!! 역시나 눈에 확띠는 "언어의 온도"라는 제목~ ^^;

(왜 이렇게 반가웠을까요??? ^^; 저만 완전 @holic7 님 팬이 되어 버렸나 봅니다.)

게다가 이렇게 소환까지 해주시니 감동입니다.

저같은 경우, 보통 책을 사면, 받은날 혹은 받고난 일주일내 읽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인지라,, 지난 포스팅에서 접한 후 배송이라는 그 하루의 기다림을 못참고 ebook으로 구매해서 천천히 읽어도 좋을 것을 단숨에 읽어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책장에 꼽힌 후에는 한 번 혹은 두번 쯤은 다시 꺼내 보는데, 그 때까지의 텀이 짧으면 한달 길면 몇년이 걸리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어제, 그리고 그제 동일 병원에서 대기 하면서, 한장 한장 다시 볼 정도로 만지작 만지막 거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모습으로, 저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책은 종이책으로 보는데, 언젠가 부터 전자책의 편리성과 잦은이사로 인해 버려지는 책들이 너무 아까워서, 스캔으로 pdf화 시켜 버리다 보니 점점 태블릿이나 폰으로 보는 느낌이 이제 상당 익숙해 진 듯 합니다. )

읽는 동안에도 무척이나 가슴뭉클해하며 따뜻하게 읽었지만 읽은 후에도 참 여운이 남는 책

깊이 공감 됩니다~ ^^; 저 역시도 누구에게라도 권해드릴 수 있을만한 도서라 생각들거든요~ ^^; 감사합니다.

"@holic7 님의 글을 읽다 보면, @holic7 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어떤 마음을 담아 내고 있는지, 톺아보게 됩니다. ^^;

(맘에 들어 하시는 예쁜단어를 먼저 써보아서 죄송합니다~)

티원님 오셨군요 ㅎㅎ저도 성격이 급해서 한번 잡은 책은 그날 다 봐야하고 뭐 그렇네요~^^;
요즘엔 전자책으로 많이들 보시는 것 같아요...전 눈만 안피곤하면 저도 그방법을 쓰고 싶네요
근데 직접 책으로보면 중요한 부분에 밑줄도 칠 수 있고, 그냥 책 냄새도 좋고, 책 넘어가는 소리도 좋고
그래서 당분간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책을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톺아보다라는 표현을 본문에 활용했어야 했는데 다들 이미 사용해주셨네요 ㅋㅋ
근데 책을 읽다보니 언어의 온도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책들..특히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해준 책들이 참 많더라고요
이래서 책을 읽나봅니다. 늦깍이 공부가 무섭다더니 늦깍이 책읽기도 그만큼 무서운듯하네요^^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울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呼出 한다.

제게도 이러한 음식이 있어요!!! 흠.. 제가 어릴 적에요. 엄마가 녹즙기에 샐러리, 사과, 당근, 꿀 그리고 우유를 넣고 갈아주셨는데요. 어릴 적에는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초록 진액처럼 생겼는데, 샐러리 향이 친해지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억지로 주시는 거 죽기 살기로 도망다니며, 어쩌다 먹곤 했는데요.

크니까 그게 너무 그립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사과랑 샐러리 사다가 갈아서 먹어보는데, 엄마가 해주셨던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맛은 비슷한데 그 예전에 마셨던 그 맛이 안 나던 이유는 엄마의 정성이 담긴 맛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저도 그래요..집에서 매일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 먹을땐 감사한 것도, 맛있는것도 몰랐는데
결혼을 하고나니 그때가 참 편했구나...매일 음식 만드는 일이 쉽지 않구나..
엄마가 해준건 다 맛있었구나...를 느끼고 있네요^^
엄마의 손맛이 들어간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같은 레시피를 써도 말이죠 ^^
르바님은 지금 타지 생활을 하고 있어서 더 그리울 듯 하네요 ㅠㅠ

사람-사랑-삶 서로 연관이 있는 것 다시 느끼네요.
톺아보다... 처음 보는 단어지만 샅샅이 톺아 살피다.. 좋은 말 인 것 같아요.
언어의 온도 책도 다음에 읽어봐야겠어요.

네 적극 추천드립니다^^

말~해~ 뭐해~ 말~해 뭐해~♬
노래부르며 댓글 쓰고 있네요. ㅎㅎㅎㅎ

언어의 온도 책 좋네요. 신랑한테 사달라해야징. ㅎㅎ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

신랑이 싫어하는 집이 정리되어 있지 않음을 해결해야겠어요. ㅎㅎ

울집 애들 이름도 다 한글인데... 라며 깨알자랑 하고 사라집니다~ ^^

네 꼭 사다달라고 하셔요~ 들고다니기도 가볍고 좋아요^^
오~ 애들이름이 한글인건 부럽네요~
저도 어릴때 한글이름 갖고 싶었는데요 ㅎㅎ
근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지금 별님이라는 이름이 예쁜데 나중에 나이들면 이상하지 않겠냐고? ㅋㅋ 별님이 할머니 ㅋ

사실 저도... 그생각은 안해본건 아닌데...
첫째를 한글로 짓다 보니깐 뜻을 연결해서 짓는다고 하다보니 다 한글이네요. ㅎㅎ

저희는 돌림자로 해야한다해서...좀 아쉬워요 ㅎ
이시간에도 스팀에 계시는군요? ㅎ

전 이시간대가 제일 한가한 시간대라서... ^^;;;;
큰애들 없고 5호는 자고..

큰애들만 없어도 그나마 한가하죠ㅎ.
이제 여유시간도 끝나가네요ㅠ

다행히 5호가 많이 조용한편이라 할만하네요.
이제 30분만 더 놀다가 저녁준비하러 가야죵. 오늘은 금요일이니 고기도 좀 구워먹고~ ^^
맛난거 드셔용~

사랑의 온도라는 책에서 일부 내용 소개해주셔서 잘 보고 갑니다.
저도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보는 편인데
holic7님이 말씀하신 그런 이유가 다 포함되어 있네요^^

넵 감사합니다^^

온도'라는 단어가 주는 사전적 의미는 따뜻함과 차가움을 나타내지만 왠지 그냥 느낌은 따스하죠^^
편안하게 읽어지지만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같아요~^^

네맞습니다 좋은책이에요^^

언어의 온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어서 살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좋은 책이라니 읽어봐야겠어요! 스팀잇에서 늘 좋은 책 추천을 많이 받고있네요 ㅎㅎ

고민없이 사도 후회 없는 책이라 말씀드립니다 ^^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문장이 주는 분위기와 느낌을 달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보여주는 따뜻한 언어가 궁금하네요.

시간되시면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음식이 그리운건 함께 했던 사람과의 추억이 그리워서겠죠!
언어의 온도... 좋은 책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시간내서 한번 읽어야 겠네요^^

맞습니다. 함께했던 사람과의 추억이 그리워서인 경우가 많죠 ^^

언어의 온도....holic7님 덕에 좋은 책알게 되었습니다. 퇴근길에 사들고 집에 갈고 합니다. 인용해 주신 부분들이 마음에 쏙쏙 들어오네요. 정말 마음에 드는 내용입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머릿속에 한참 머물것 같습니다. ^^

역시 쟈니님은 행동이 엄청 빠르시네요~^^
이것 외에도 좋은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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