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콘텐츠 제작자의 스팀잇 첫 경험; 불편함과 설렘

안녕하세요. 최미리입니다. 

몇몇 플랫폼을 거친 후 드디어 스팀잇 (Steemit)을 시작하게 되었네요.

솔직히 아직은 와닿지 않아요. 스팀잇에 포스팅한 글은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는데.

학교 다닐 때 10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를 타임캡슐에 넣어서 어딘가에 묻곤 하잖아요. 지금 딱 그 느낌이에요. 먼 미래의 내가 바라본 지금의 나는 어떨까요? 불편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네요. 

스팀잇,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워요. 하나의 플랫폼을 이렇게 '공부'하기는 처음이에요. 스팀잇을 어떤 콘텐츠로 시작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저를 소개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 Image by @miri.choi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현재 서울에 살고 있어요. 취미는 독서와 운동입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언어와 몸이고요. 제가 하는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콘텐츠 제작자에 가까워요. 사랑하는 것들을 공부하고 콘텐츠로 녹여내는 걸 즐깁니다.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있든 혹은 프리랜서로 일하든 '정제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2018년 현재, 저는 2개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개 모두 제 삶을 관통하는 것들이라 이것 없이는 저를 소개하기 힘들어졌어요. 혹 콘텐츠 제작자로서 스팀잇에 대한 저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소제목 달콤 쌉싸름한 커피값부터 읽으셔도 좋아요. :)


언어 그리고 한국어; Organic Korean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에는 한국어 선생님이었습니다. 한국을 알리겠다는 애국심에서 시작한 일은 아니에요. 용돈 벌이였죠. 제가 살던 곳에는 한국 기업과 교류가 잦은 IT 기업이 많았어요. 덕분에 학생 수도 금세 늘어났죠. 운이 좋았습니다. 학생들의 국적이 정말 다양했는데 흥미롭게도 질문이 대개 비슷하더라고요. 매번 똑같은 답변을 하느라 지친 저는 Organic Korean (오가닉 코리안)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사실은 제가 귀찮아서 시작한 웹사이트예요. FAQ 용으로 가볍게 시작한 블로그였죠.

당시 학생들이 공부하던 교재들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적어도 20여 년 전의 국어책을 보는 느낌이었달까요? 저는 '살아 숨 쉬는 한국어'를 가르쳐주겠다는 일념하에 Organic Korean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수업 자료로 한국 노래, 드라마, TV쇼를 주로 사용했고요. '한류'라는 말이 이젠 촌스러워질 만큼 K-pop, K-drama와 같은 수많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잖아요. 운 좋게 시대를 잘 타고났는지 많은 분이 저와 함께 한국어를 공부하고 계세요. 이기심으로 시작한 웹사이트인데 감사하게도 고맙다는 연락을 많이 받습니다. 저, 복 받았어요.


 © Image by Organic Korean 


몸 그리고 생존; Survival Fit.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일종의 식이장애가 생겼던 건지 울다 지쳐 피넛버터를 숟가락으로 퍼먹기도 했어요. 이틀에 한 통씩은 비웠습니다. 그래도 3kg가 빠지더군요. 피골이 상접했어요. 그때 당시에 하던 운동은 요가였습니다.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요가, 생각보다 되게 동적이고 힘들거든요. 딴 생각할 틈이 없어요. 그런데도 요가 수업 내내 남자친구가 어찌나 생각나던지요. 말 그대로 눈물 나는 요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러다가 죽겠다 싶었어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끔 저 자신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어떤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했어요. 체력을 밑바닥까지 사용한 다음, 집에서는 잠만 자야 내가 살 수 있겠다 싶었던거죠. 그래서 시작한 게 Crossfit (크로스핏)입니다.

살려고 시작한 운동이에요.

덕분에 살았고요.

Youtube에서 크로스핏 동영상을 봤을 때 그 충격과 공포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문제는 '그'를 잊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운동이라 몸을 혹사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일주일에 6번 운동했지 뭐예요. 고강도 운동을 해본 분들은 아실 거예요. 과한 운동은 안 하느니만 못해요. 그렇게 무식하게 세 달간 운동했습니다. 남자는 잃었지만 11자 복근은 얻었던 때였어요. 그런 위로도 잠시, 몸이 한 군데씩 고장 나기 시작하더군요. 손목이 아리고 무릎에서 미친 듯이 열이 나더라고요.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내가 미쳤지 싶었습니다. 그 와중에 다행인 것은 몸을 굴리니 머리가 멈추더라고요. 그렇게 남자친구를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었어요. 무식하지만 가장 빠른 방법으로요.

짧은 기간 동안 몸의 변화를 정말 다이나믹하게 느꼈습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체험했어요. 소름 끼칠 만큼 정직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몸과 관련된 책을 미친 듯이 읽기 시작했어요. 손이 닿는 대로, 이끌리는 대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공부한 것들을 모아보니 양이 꽤 많더라고요. 이걸로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8년 올해, Survival Fit. (서바이벌 핏)이라는 웹사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포스팅하고 있어요.

콘셉트는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착안했습니다. 사이트 이름은 구호 물품이라는 영단어 Survival kit에서 따왔고요. 어느 시대든 피트니스 트렌드라는 게 존재하잖아요. 트렌드는 당대 미의 기준으로 대변되기도 하고요. 저는 이걸 껍데기로 봤어요. 일시적이고 가변적이죠. 하지만 인간은 위급 상황에 부닥쳤을 때 결국 '생존'을 갈구해요. 그게 본능이고요. 우선 내가 살아야 하는데 S자 몸매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저는 이게 알맹이라고 생각해요. 영속적이고 불변의 것! 바른 몸 그리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저의 목표예요.

여담이지만 제가 혹 아이를 낳게 된다면 제 아이에게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였으면 해요. 자기 아이는 자신의 몸보다 더 사랑하게 된다면서요? 아직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감정인데. 나의 몸보다 소중한 존재에게 부끄럽지 않을 글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 Image by Survival Fit. 


달콤 쌉싸름한 커피값

2015년에 시작한 Organic Korean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당혹스럽고 뿌듯했던 때가 '기부' 메일을 받았을 때예요. 저에게 커피를 사주고 싶다며 페이팔 (Paypal) 계정을 묻는 분들이 꽤 많았죠. 저의 콘텐츠가 도움이 되었다 하시며 몇 달러로나마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었어요. 기어코 사양했지만 기분이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달까요. 제 콘텐츠가 언젠가는 돈으로 환원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막상 그 기회가 오니 방법이 너무 불편한 거예요. 도무지 개개인의 '기부' 혹은 '구글 광고'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스팀잇

콘텐츠 제작자로서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왜 콘텐츠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쉽고 간편한' 방법은 없을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조금 더 거칠게 말하자면 저를 비롯한 수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구글 혹은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을 위해' 일하고 있다면 과장일까요? 그뿐만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 우리가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사용자 데이터로 쌓이고 또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좋아요' 같은 것들이요.

여기서 문제는 그 수익의 대부분이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거예요. 기존의 플랫폼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판'을 깔아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파트너임은 틀림없어요. 하지만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수익 분배'의 측면에서 지금의 판은 제작자에 너무나 불리해요. '1인 크리에이터'라는 말에서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의적인 제작자를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종종 거대한 플랫폼에 종속된 힘없는 개인이 느껴지기도 해요.

지금이야말로 수익 분배의 공정성에 질문을 던져야 할 때예요.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공룡 기업은 유저들의 활동을 사유화하죠. 간혹 제기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은 프라이버시 이슈에만 국한되어 있고요.

혼자 (혹은 여러분과 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런 의문을 품고 있던 찰나에 스팀잇을 접하게 됐어요. 아직 배워야 할 게 산더미지만 여기에서만큼은 다시 본질, ‘콘텐츠'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팀잇이 말하는 '생각의 가치'는 곧 콘텐츠의 가치일 테니까요.

 © Image by Steemit

여러분이 궁금해요

1인 미디어 시대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을 만큼 훌륭한 콘텐츠를 매일 발견하곤 합니다. 어찌나 재밌는 콘텐츠가 많은지 하나씩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그것이 소소한 일기든 맛집 리뷰든 혹은 꽤나 긴 아티클이든, 오디언스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누구나 정당하게' 보상받았으면 해요.

스팀잇도 어찌 되었든 플랫폼이잖아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테고 분명 한계도 있을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이제 스팀잇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이토록 미지의 플랫폼은 처음입니다! 너무 어려워서 혹은 재미없어서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두려움보다 설렘이 크네요.

제 소개가 길어졌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요. 여러분은 스팀잇을 시작할 때 어떠셨나요? 스팀잇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로서 스팀잇은 꽤 괜찮은 플랫폼인가요? 코멘트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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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일들을 하시고 계시네요!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멋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팀잇은 거대한 실험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개발중에 있고, 여러 다양한 기획과 컨텐츠를 보면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미언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안녕하세요. 따뜻한 환영인사 정말 감사드려요 :)

우와....
정말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자기소개네요!!!
제가 본 자기소개글중에 진짜 제일 길고 제일 많은 소개가 들어가있는 글인것 같습니다. ㅎㅎ
오가닉코리아와 서바이벌 핏도 들어가봤는데 정말 잘 해놓으셨네요!!
거기다가 기부해주겠다는 친구들도 있고... 부럽기만 합니다. ㅎㅎ
블로그를 꾸미는건 둘중 하나일것 같은데 광고로 돈을 벌거나 그냥 개인 취미... 근데 기왕이면 광고로 돈 벌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광고를 안쓰시나보네요 ㅜㅜ

암튼 스팀잇에 오신걸 환영하고요!!!
혹시나 도움이 되실까 싶어 링크 하나 남겨드리고 갑니다. :)

https://steemit.com/dclick/@jisoooh0202/to-9--1538731660864

환영해주셔서 감사해요 :) 저와 같은 뉴비를 위한 콘텐츠를 아주 많이 만들어놓으셨네요. 큰 힘이 됩니다. 팔로우 할게요!

와~~~ 대단한 소개입니다. 스팀잇이 어떤 곳인지는 말씀 안 드릴게요. 직접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

팁 알려드려요.
jjangjjangman 태그를 달면 짱짱맨이 보팅해줍니다.
https://staging.busy.org 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busy 태그를 달면 busy가보 보팅해줍니다.

우와, 이런 팁도 너무 좋네요! 감사해요 :)

안녕하세요?

스팀잇 세상에 들어오신걸 환영합니다.

저는 프랑스 파리에서 맛집과 미식, 그리고 프랑스 여행, 프랑스어 강좌 등의 주제로 스팀잇 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환영의 의미로 풀보팅하고 갑니다. 스팀잇에서 많이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

우와, 프랑스에 사시는군요! 아직 프랑스는 가본 적 없는데 꼭 가보고 싶어요 :)

네. 파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 스팀잇 블로그를 통해 파리 간접체험 하시고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파리 여행 오세요.

스팀잇에서 자주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

You are lovely and very fun.

Thank you for the warm welcome! :)

이렇게 근사한 자기소개라니요!
바로 팔로우 버튼을 누르게 만드네요. :)
저는 책, 영어, 글(수필, 소설 등등)을 주 콘텐츠로 하고 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콘텐츠가 좋으면 어떤 플랫폼이건 활짝 꽃피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미리님의 콘텐츠도 응원하겠습니다. :)

우와… 블로그 보니 정말 흥미로운 콘텐츠가 많네요! 바로 팔로우할게요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최미리님. 자기소개에서부터 전문가 포스가 느껴집니다. 콘텐츠 제작자라면 그야말로 스팀잇에서 가징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닌가 싳어요. 앞으로의 콘텐츠도 기대가 많이 되요. 팔로우 하고 종종 들릴게요. :D!! 즐거운 스팀잇 라이프 되시길

격려의 말도 해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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