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천자문과 한자능력검정시험

in Avle 여성 육아3 years ago (edited)

어릴 때 동네에 한문학원(원장 선생님 표현에 의하면 서당)을 다녔던 덕분에 학교에서 접하는 한자는 어렵거나 귀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덕에 한문과목의 점수'는' 나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도 한문 수업이 있긴 했지만 대학교 입학에 쓰이는 과목도 아니고 한글전용 어쩌고 하는 바람이 시작된지도 한참을 지난 탓에 친구들은 한문 과목은 쉬는시간 정도로 여겼다. 덕분에 나의 한문 성적은 상대적으로 좋았다. 고3 때 한문선생님은 한문 성적이 괜찮은 아이들 몇명을 모아 한자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할 것을 권유했다. 합격하면 뭘 준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나는 기꺼이 그 꼬득임에 넘어갔다.


pixabay: MarkyMark82


한국어문회에서 주관하는 시험의 3급에 응시해서 합격했고, 성적이 상위권에 들면 딸려나오는 무슨 표창장 같은 것도 함께 받았다. 그 이후로는 한자를 접할 일이 거의 없었고 추가로 한자를 익힐 일도 없었다. 기껏 만나는 한자라곤 동서남북 일이삼사 어두육미 따위 였으므로.

아이가 마법천자문 만화책을 몇 권 읽더니 한자에 관심을 보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냉큼 '한자 잘 하면 상장 주는데 한 번 해볼래'라며 기회를 잡은 아내. '아빠도 한자 엄청 잘하는데 너도 아빠 닮아서 잘 할 수 있어'라는 어이없는 부추김까지. 아이는 그 꼬임에 넘어가 이번 한자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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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가 혼자 수험표와 볼펜을 하나 갖고 들어가서 시험지를 꾹꾹 눌러대며 끄적끄적 뭔가를 쓴다고 생각하니 좀 우습긴 하다. 시험을 예약했다고 하니 벽에 붙여놓은 종이를 보며 읊조린다. 한 일, 두 이, 석 삼, 넉 사... 마법천자문이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여기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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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들도 꼬드겨서 5급까지인가 갔었는데 4급 책 보더니 바로 포기하더군요 ㅎㅎㅎ

ㅎㅎ4급부터 난이도가 확 올라가는 모양입니다. 오랫동안 잘 꼬드기셨네요.

4급은 저도 확 질리던데요? 제가 워낙 외국어 울렁증이라서.

3급부터가 공인급수라고 하더라고요. 4급~8급은 동네 태권도장 보라띠, 람보띠, 핑크띠처럼 장삿속으로 만든 급수일텐데 그래도 3급과 수준을 좀 맞추려고 4급부터 난이도가 올라가는 모양입니다.

아이가 기특하네요^^
저도 마법천자문 좀 읽자고 해야할까봐요~

전질은 비싸고 10권씩 묶어서 이벤트로 싸게 파는 경우가 종종 있다네요. 관심 있으면 지마켓이나 맘까페 살펴보세요.

이 좋은 정보를 지금 봤네요~
지마켓이나 맘카페를 계속 살펴봐야겠어요^^

요즘같이 한자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 시대..
한자를 안다는 것은 또 하나의 경쟁력인 것 같습니다.

뭐든 많이 알면 좋죠ㅎㅎ한자를 알면 새로운 단어를 들어도 직관적으로 그 뜻을 짐작하기 쉽더라고요.

저도 한문을 잘 모릅니다. 머리에 문제가 있어서 거의 외워지지를 않습니다..그래도 2만번 정도 본 한자는 외워지더군요.

과하게 겸손하시네요. 신문의 기사 본문에 한자들이 박혀나오던 시절엔 한자가 필수였지만 요즘은 한자가 그닥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어를 할 때 씁니다. 그 시절이었으면 고생 깨나 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느리게 배워지니..
지금은 같은 상황이라도 여러 도구를 사용하면 알아볼 수 있는 대신, 그래서 더욱 배움이 느려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걸 감안해도 이미 많이 알고 있어야 했을 것 같습니다.. 평소 올리는 노래들을 지금도 전부 읽지 못합니다.

신문이나 전단지에 한자가 빼곡히 쓰여있던 시절, 어른들이 뭘 저렇게 보나 궁금해서 더 관심이 갔고 잘 익혔는지도 모릅니다. 외국인 밀집촌의 이상한 간체자 외엔 이젠 한자 자체를 길가에서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일부러 익히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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